서울시 종로 북촌길에는 정독도서관이 있는데 원래 경기고가 있던 자리다. 60년대말부터 70년대초 경기고는 졸업생의 절반이 넘는 300명 이상이 해마다 서울대에 합격하는 유일한 고교였다. 서울고, 경복고가 200명 안팎의 합격자를 내면서 경기고와 함께 3대 명문고로 불렸다.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전주고가 경기여고, 경남고, 부산고, 경북고, 광주일고 등과 더불어 100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자를 내면서 어깨를 나란히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강남, 서초 등을 분리해서 고교 배정학군을 만든게 8학군의 시초다. 강남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강북에 있던 경기고를 비롯, 서울고, 휘문고, 중동고, 경기여고, 숙명여고 등을 반강제적으로 이전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1번지가 됐다. 세칭 5대 공립고인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경동고, 용산고 중 강남지역이 개발될때 각 학교마다 동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기고는 강남구, 서울고는 서초구로 이전하면서 자사고 이상의 진학실적을 거두고 있다. 반면 종로에 있는 경복고, 성북구 경동고, 용산구 용산고는 과거의 명성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사립학교 역시 강남구 중동고와 단대부고, 강동구 배제고 등은 이전 혜택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그런데 전주지역 고교, 특히 인문계 고교는 지역에 따라 집중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신시가지 주변에는 전일고, 기전여고, 호남제일고, 전주사대부고, 동암고 등이 있고, 조금 범위를 넓히면 상산고, 한일고, 해성고, 완산고까지 집중돼 있다. 반면, 전주 동부권의 경우 전주고, 전주제일고, 유일여고, 중앙여고 정도가 있는 정도다. 신흥 개발지인 혁신도시에는 양현고 하나가 있으나 에코시티의 경우 고교가 아예 없다. 학교 신설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나온 고육지책이 기존 학교의 에코시티 이전 이었으나 지난 2021년 말 전북사대부고 이전과 관련한 찬반 투표 결과,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총 1422명 중 92.3%인 1016명이 송천동 에코시티 부지내로 학교 신설 이전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동창회의 반대도 거셌다.
이런 상황속에서 최근 교육계의 핫 이슈로 송천동에 있는 전라고 이전 문제가 급부상했다. 의결권은 없지만 학교 이전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총동창회에서 오는 9월 3일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해 그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라고 총동창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에코시티로의 이전 및 남녀공학 전환에 따른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일부 동문들은 처음엔 남녀 공학에 대해 반대 하는 등 거부감도 없지 않았으나 우수학생 확보 등 장기적 안목에서 이전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한다. 취학연령 감소로 인해 학생 확보는 참담한 상황인데 에코신도시의 경우 3만여 인구가 있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라는 거다. 만일 이전할 경우 현재의 전라고 자리에 교육당국에서 어떤 시설을 갖춰 송천동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할지도 관심사다. 이르면 9월중 마무리 될 에코시티 고교 이전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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