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김장철이다. 김장은 일평균 4℃ 이하, 최저 0℃ 이하의 기온이 유지될 때가 적정 시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눈이 내리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졌으니 이제 때가 됐다.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지난 2020년 제정돼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김치의 다양한 재료 하나(1) 하나(1)가 모여 면역력 강화·항비만·항암 등 22가지 이상의 효능을 만들어낸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버지니아주, 뉴욕주, 영국 런던 킹스턴구 등 해외 곳곳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고 있다. 또 미국 연방의회에서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선포하자는 내용의 ‘김치의 날 결의안’이 발의돼 다음 달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발효식품 김치의 세계적인 위상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함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공동체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우리네 김장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김치를 담그고, 넉넉하게 나누는 공동체의 계절잔치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 전통식품 김치는 분명히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김치 전용 냉장고까지 만든 나라가 아니던가. 반면 김치를 담그는 것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는 김장문화는 사정이 다르다. 핵가족 시대를 지나 1인가구가 급증하는 시대다. 아예 김장을 하지 않고 마트에서 조금씩 사다 먹는 가구가 늘어난다. 게다가 김장을 하더라도 소량에 그쳐 굳이 함께 모여 판을 벌일 필요가 없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결속과 나눔의 공동체 문화는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간다.
다행히 김치와 김장문화를 널리 알려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축제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김장축제 소식을 알려왔다. 김치가 주인공이 되는 축제는 배추와 고추 등 김장 재료의 산지에서 주로 열리고, 김장체험과 직거래 장터, 김장나눔 행사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전북에서는 임실(17~19일), 진안(18~19일)에 이어 오는 24~25일 전주에서 김장잔치가 열린다. ‘제5회 전주시 김장문화축제’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김장문화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게다가 전주는 해마다 국제발효식품엑스포를 열면서 전통 발효식품의 본고장임을 자처하고 있지 않은가. 축제의 계절, 발에 채이는 지역축제의 하나로 흘려서는 안 된다. 유네스코가 주목한 우리 김장문화를 확산‧계승하는 공동체 잔치로 정착시켜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전주 김장문화축제’가 광주 김치축제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김치‧김장축제로 자리잡도록 지자체와 시민들이 함께 나서 판을 키워볼 일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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