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등단의 문을 통과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해마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등단 관문은 신춘문예다. 올해도 여러 개 일간지가 신춘문예를 통해 오랫동안 등단의 열병을 앓아온 문학도(?)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신춘문예의 역사는 길다. 신춘문예 시원은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다. 매일신보는 1914년, 문학작품을 공개 모집해 당선작을 뽑는 ‘신년문예모집’ 공고를 냈다. 신춘문예와는 이름도 다르고 형식도 다소 달라 신춘문예 역사의 정통 갈래로는 분류되지 않지만, 매일신보의 시도는 문학작품 현상공모를 확산하는 기반이 됐다.
본격적인 신춘문예는 1925년, 동아일보가 처음 문을 열었다. 첫해 당선작은 아동문학가 윤석중과 시인 김창술을 비롯해, 소설과 시, 동화 부문의 일곱 명 신작이었다. 김창술은 전주 출신이다. 1920년대 활발한 시작 활동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생애나 문학 세계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은 연말에 공모해 새해 첫날 당선작을 발표하지만, 당시에는 연초에 공모해 3월에 당선작을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봄이 열리는 3월에 당선작을 발표하는 특성을 살려 공모 사업 이름을 ‘신춘문예’로 붙였을 터인데 형식이 달라진 지금도 이름을 지켜가고 있으니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된 셈이다. 동아일보의 뒤를 이은 것은 1928년에 시작한 조선일보 신춘문예다. 당시 수많은 잡지가 창간과 폐간을 거듭하면서도 문예 작품을 공모해 발표 공간을 넓히고 있었지만, 일간지 신춘문예는 그들과는 또 달리 파급효과가 커서 인기가 높았다. 그 세에 힘입어 50년대부터는 서울신문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이 뒤를 이어 신춘문예를 만들었다.
전북일보도 그즈음 신춘문예를 운영했으나 60년대에 중단했다. 지금의 신춘문예는 1988년 말, 새롭게 형식을 다시 갖추어 부활시킨 것이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시와 소설, 수필과 동화 부문에 네 명의 신인을 배출했다. 당선자들은 모처럼 성별도 연령대도 다양하다. 문학 인구의 층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우선 반갑지만, 뜻밖에도(?) 심사평은 고르지 않다. 심사위원들은 오랫동안 갈고 닦은 글쓰기 공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글의 본질보다는 화려함에 무게가 쏠려 있는 문장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얼어붙은 마음을 열어 주는 작품을 많이 써달라’는 주문도 있다. 문학의 진정성보다 작가가 되겠다는 과도한 열망이 앞서는 환경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돌아보니 어지러운 시절, 정신적 위안을 주는 문학의 힘이 새삼스러워진다. 새롭게 출발하는 신춘문예 작가들의 분투를 기대한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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