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를 놓고 연일 시끄럽다. 공천과 관련해 후보 적합도 조사를 진행되는데 그 주체를 놓고 공방전이 한창이다. 일단 공개된 후보간 지지율 추이는 유권자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성 담보가 관건이라는 것. 하지만 전제조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평가 자료를 비밀리에 조사함으로써 후보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야 공천에서 경선과 컷오프, 하위 20%를 평가하는 자료 중 가장 중요한 변수가 여론조사란 점에서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헌데 이 여론조사가 아무리 폭발성이 크다 해도 공정성을 상실하면 그에 따른 공천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도 잃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여론조사를 앞세워 공천 책임을 회피한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막중하기에 후보자 입장에선 지지율 변화에 민감할 뿐더러 실제 이를 끌어올리는데 안간힘을 쏟는다. 맨투맨 접촉을 통한 유권자 호소 전략보다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번에 흐름을 바꾸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선거 브로커들이 지지율 여론조사를 미끼로 후보자에게 ‘딜’ 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끔 여론조사 발표와 투표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중앙선관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떴다방’식 부실 여론조사기관 30곳의 등록을 취소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발에도 정확성과 신뢰성 강화를 명분으로 결국 칼을 뽑은 셈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표밭 현장에선 ‘찌라시'성 루머와 함께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 일쑤였다. 시중 여론과는 터무니없는 결과가 그럴싸하게 나돌면서 악의적인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돼 경찰 고소로 이어졌다. 정동영 유성엽 이환주 후보도 얼마 전 여론조사의 민심 왜곡을 직접 겪었다며 이의 부당함을 맹비난했다. 다른 조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응답률과 샘플 중 50% 이상이 접촉 후 거절, 중도 이탈 건수로 나타난다는 것. 여기에다 사전에 해당 여론조사 일시를 파악한 후보자 측의 조직적 참여 정황이 포착됨으로써 조작 의혹을 짙게 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론조사 대부분이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한 1인당 3개에서 9개까지 안심번호가 추출되는 상황에서 언제든 조작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흔히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인지도와 조직력을 첫손에 꼽는다. 그런데 인지도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따라 삽시간에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속성이 있다. 오랜 세월 공을 들이는 조직력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의 달콤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어쨌거나 그런 문제점을 번연히 알면서도 딱히 이를 대체할 만한 평가 방식이 없다 보니 여론조사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평가 방식의 공정성을 강조한 것도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을 막기 위함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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