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유치 실패의 아픔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역 발전에 절박한 사업인 만큼 도전 의지가 꺾이지는 않았다. 호남권 첫 입점이라는 상징적 의미까지 더해져 추진 동력도 훨씬 강해졌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지역 주민들이 쇼핑할 데가 마땅치 않아 대전, 부여, 수도권까지 원정을 다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간절함은 비할 바가 아니다. 거꾸로, 그와 같은 당위성이 클수록 쇼핑에 목말라 하던 전북과 광주 전남, 충청 일부 지역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란 확신도 들었다. 이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 코스트코 익산점 유치다.
코스트코는 전국 자치단체마다 눈독을 들일 만큼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다. 미국의 창고형 할인 매장으로, 전 세계 870여 곳을 운영한다. 국내엔 18개가 있는데 수도권과 광역시 중심에 몰려 있다. “중소 도시는 불리한 여건 때문에 아예 유치 꿈을 못 꾼다" 는 기존 관념을 깼기에 이번 유치 성과가 더욱 돋보인 셈이다. 기업 유치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지방자치단체에 던져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최대 장애물로 지적돼 온 소상공인 보호책을 미리 장착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없앤 게 주효했다. 3~4개 대체 후보지를 제시하며 기업의 구미를 당기는 것은 물론 자치단체장, 지역 국회의원이 코리아 본사를 찾아 유치의 진정성을 보여준 것도 불씨를 살리는데 한몫했다. 투자협약서 서명까지 위기의 순간마다 이 같은 노력들이 상호 신뢰를 뒷받침했다.
코스트코 익산점 유치 과정은 드라마틱한 면이 적지 않다. 6년 전 전주 에코시티에 처음 입점을 시도한 뒤 완주 삼봉 웰링시티에도 도전장을 냈지만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12년 순천과 2021년 광주에도 노크했으나 소비자 기대와는 달리 소상공인 보호라는 미명 아래 번번이 좌절됐다. 그 뒤 민심이 들끓기 시작한 건 2022년 완주 입점 예정이던 1300억 규모의 쿠팡 물류센터가 토지 분양가 문제로 무산되자 도민 분노는 극에 달했다. “기업 유치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굴러 들어온 복을 발로 걷어찼다” 며 비난이 빗발쳤다. 쿠팡과 코스트코 유치는 자치단체가 공들이는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그래서 유치 조건이 완주군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익산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 크다.
지역민 고용 창출과 우수 제품 입점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 상생 협약 추진은 명분과 실리 면에서 두 토끼를 잡았다는 평이다.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호남고속도 익산 IC 근처가 매장 예정지란 점도 경쟁력 중 하나다. 이용객 편리가 확대됨으로써 자금 유출 방지 효과는 물론 타시도 쇼핑객 유치에도 고무적이다. 더욱이 미래 성장 동력인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가 마주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단언컨대, 자치단체장 역할이 기업 유치 성패의 관건이란 사실을 이번 과정을 통해 재확인했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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