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이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건강한 물환경의 지표종’으로 꼽히는 ‘수달’이다. 29일은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이다. 밀렵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위기에 처한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수달생존기금이 제안해서 만들어진 기념일로 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로 정해졌다. 국내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린다.
이렇게 희귀종으로 대접받던 수달이 어느 때부터인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도심하천에서도 속속 목격됐다. 전주천과 삼천에도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전주시가 ‘전주천에 천연기념물 수달이 산다’고 발표했고, 곧이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돌아온 수달은 쉬리와 함께 도심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전주천·삼천의 상징이 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삼천의 언더패스에서 로드킬 당한 수달의 사체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환경단체가 언더패스 설치를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전주시가 병목현상으로 극심한 교통난을 겪는 서곡교 일대의 교통체증 해소 방안으로 언더패스 설치를 검토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애먼 수달에게 화살이 향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익산 왕궁축산단지 내 저수지(주교제)에서도 수달이 포착됐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축산분뇨와 악취가 넘쳐나던 곳이다. 익산시에서는 생태복원사업의 성과라며, 이를 홍보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전주천 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포식자 수달의 개체수가 너무 급격하게 늘어난 것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도 나왔다.
확실히 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넓어졌다. 개체수도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하천 생태계에서는 천적이 없는 이 포식자가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와 신출귀몰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연못이나 양식장에서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물어가고, 횟집 수조를 털어가는 일도 빈번했다. 그래도 법으로 보호받는 천연기념물이라 어쩔 수 없다. 딜레마다. 그러면서 천연기념물 지정을 해제하고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도심 하천의 진객(珍客)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생겼다. 환경부에서는 오는 2027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회의에서 수달의 멸종위기종 등급을 2급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생태계에서 한번 자취를 감춘 생물은 복원이 어렵다. 반달가슴곰과 산양·황새·여우 등 몇몇 생물을 대상으로 복원 프로그램이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지만 그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주변에서 빈번하게 출몰하는 수달을 보면 멸종위기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당장 개체수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성급한 판단은 위험하다. 서식환경이 안정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보호하면서 인간과의 공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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