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일이 또 발생했다. 지난 18일 익산시 여산면에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70대 운전자가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시간 넘게 거리를 떠돌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우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 등 인근 상급종합병원 2곳에 수술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두 병원 모두 응급수술을 할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손사래를 쳤다.
지방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비극이다. 게다가 사고 현장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원광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로까지 지정된 상급 의료기관이다.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제30조의2)에 따라 외상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중에서 지정하도록 돼 있다. 국가와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을 받는 권역외상센터는 법률에 따라 외상환자 전담 전문의 등 외상환자 진료에 필요한 인력과 시설·장비를 갖춰야 한다.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친 중증 외상환자를 병원 도착 즉시 응급조치와 수술 등 최적의 치료를 통해 살려내자는 취지다. 그런데 전북지역에서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원광대병원에서는 이 70대 외상환자를 맡아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가 1명뿐인데 전날 당직근무를 한 뒤 퇴근해 부재중이었다. 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전북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365일 24시간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다’는 권역외상센터 홍보 문구가 무색해졌다.
수술할 전문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고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향하던 구급차를 돌려 뺑뺑이를 돌아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가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을 지역별로 선정해 지정한 권역외상센터의 사정이 이러니 다른 병원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지역사회 필수의료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의료진 부족으로 지역 필수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도 지역 응급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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