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열대야와 파리올림픽 중계로 밤잠을 설치는 요즘이다. 그나마 연일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한국 선수단의 놀라운 활약상에 통쾌함을 만끽하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북 출신 사격의 양지인, 김예지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면서 도민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예지는 일약 SNS 스타로 등극, 전 세계 팬들을 열광케 하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영화속 주인공 같은 저격수의 이미지로 유튜브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정강선 선수단장도 금메달 목표치의 2배가 넘는 12개의 돌풍을 일으키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북체육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평소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연일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세느강 개막식 때도 손을 번쩍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등 여느 때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이번 한국 선수단의 올림픽 출발은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48년 만에 역대 최소 규모로 꾸려진 데다 구기 단체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고작이었다. 인기 프로 종목은 세계 벽을 넘지 못해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초반부터 사격과 펜싱에서 반전 드라마를 통해 금메달 5개를 수확하자 선수단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자신감을 되찾은 상승세는 양궁 여자 단체전의 10연패를 포함해 전 종목 5개 석권이라는 금자탑으로 절정을 이뤘다. 이 같이 한 여름밤 파리에서 금메달 행진이 계속되자 선수단 총괄 책임의 정강선 단장에 대한 언론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현장 응원 모습과 그의 동정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기도 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전북 출신의 존재감은 가뭄의 단비처럼 한 줄기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열악한 지역 현실의 벽을 뚫고 세계 무대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북 체육에 던져 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위권을 맴도는 전국체전 성적표가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 체육의 수장 정강선 단장은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구촌 최고 선수들이 펼치는 올림픽의 뜨거운 함성 뒤에 숨겨진 고민이다. 직접 체험한 글로벌 스포츠의 흐름을 어떻게 전북 체육에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도내 체육인의 숙원 '전북 체육역사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면서 스포츠 스타의 유품 기증이 잇따르고 있다. 정강선호를 함께 이끌었던 유인탁(레슬링) 신준섭(복싱) 사무처장은 물론 박성현(양궁) 김동문(배드민턴) 전병관(역도) 임미경(핸드볼) 등이 그들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수많은 금메달 리스트가 배출돼 이곳에 그들 유품이 더 많이 전시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통' 이미지의 정 회장이 유관 기관과의 연대, 협치 노력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의 패기와 젊은 리더십이 올림픽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되길 기대해 본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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