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을 변호하다 보면 “그래도 징역만 살고 나오면 연봉이 수억 원이라 괜찮아요”라는 취지의 말을 듣곤 한다. 사기범 입장에서는 사기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징역형’이라는 다소 불편한 재판결과에 대해 의뢰인이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포함해 누구라도 모방범죄나 재범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기범의 무책임한 말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끝을 알 수 없는 사기범죄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그 종류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피해자가 아니어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누가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변제의사 없이 돈을 빌리는 ‘차용금 사기’, 갭 투자를 빙자한 ‘깡통 전세 사기’, 원금을 보장하고 높은 수익금을 준다고 속여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다른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 사기’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심지어 범죄수법이 알려지면 새로운 수법으로 진화해 또 누군가는 계속 속이고 누군가는 속아 넘어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불안의 연속이다.
국가통계포털의 2024년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더라도, 전국의 사기범죄율은 1분기 약 28.3%(총 범죄 37만8908건 중 사기 10만7222건), 2분기 약 32.3%(총 범죄 40만4072 중 사기 13만651건), 전북자치도의 사기범죄율은 1분기 약 30.1%(총 범죄 1만2004건 중 사기 3618건), 2분기 약 28.6%(총 범죄 1만2873건 중 사기 3687건)로 독보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OECD 사기범죄율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자치도에서는 95명의 사회초년생에게 약 37억 원의 피해를 입힌 익산 원룸 보증금 사기 사건을 비롯해 600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발생한 완주 아파트 전세사기, 전주 전통시장발 수백억 원대 대부업 사기 등 누구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생활밀착형 초대형 사기 범죄가 다수 발생하여 많은 전북자치도민을 큰 슬픔에 빠지게 했었는데, 특히 ‘전주 전통시장발 대부업 사기’로 약 20억 원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돕는 과정에서 ‘모악산 정상에 올라 발끝 절벽만 바라보고 있다’는 피해자의 연락을 받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이렇듯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주요 원인은, 피해자가 사기범과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 증거를 남기지 않고, 고소를 미루다 보니 수사 단계에서부터 혐의를 밝히기 어렵고, 기소가 되더라도 선고형이 낮아서 편취한 재산을 차명으로 빼돌려 두고 소위 ‘몸으로 때우면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 번 더 확인하고, 증거를 남겨 사기를 대비하고, 수사기관은 신속히 수사하여 기소하고, 법원은 피해자나 일반인이 수긍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범행에 대한 결심을 주저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의롭고 바람직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것 말고 더 통쾌한 방법은 없을까?! 사기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기범에게 선고하는 형과 별도로 피해 변제의 완납을 조건으로 한 노역장유치를 명하고, 일을 시켜 그 일당을 국가가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하여 피해를 변제함으로써 사기범에게는 사기가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특별예방을, 피해자에게는 인과응보의 치유를, 일반인에게는 형벌의 무서움을 알리는 일반예방을 해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도시일용노임(보통 인부 기준 16만5545원)을 일당으로 하면 1억 변제에 약 3년이 걸리고, 빼돌린 재산으로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결국, 노역장 유치 대신 빼돌린 재산으로 피해를 변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기대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