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토내해에 있는 나오시마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예술의 섬이다. 세토내해의 대부분 섬과 함께 산업폐기물과 오염으로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던 나오시마의 변신은 놀랍다. 둘레 16km, 3,000여 명이 사는 이 섬을 세계적인 '핫플레이스' 예술의 섬으로 바꾼 주체는 일본의 도서출판그룹 베네세홀딩스다. 베네세는 1980년대 중반, 산업폐기물로 덮여 있던 섬을 사들여 예술을 입혔다. 이 실험적인 도전을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국내외 작가들을 불렀다. 1990년대 중반 시작된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다. 안도가 설계한 예술적인 미술관과 건축물이 들어서고 세계적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이 설치되면서 나오시마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세계 곳곳에서 이 섬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났지만 놀랍게도 나오시마는 여전히 관광의 섬이다. 재생 모범사례가 되어 세계 도시들의 벤치마킹도 이어지고 있다.
나오시마에는 안도의 건축물과 현대미술작가들의 설치작품 외에 명소가 또 있다. 행정구역상 ‘혼무라’로 구분되는 지역에 밀집된 ‘집프로젝트’의 현장이다. 마을 사람들이 섬을 떠나면서 늘어난 빈집에서 예술가들이 거주하면서 작품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시작은 빈집 6개였다. 안도 다다오와 제임스 터렐이 완성한 <미나이 데라>를 비롯해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들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로 혼무라 지역의 골목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관광 자원이 되었다. 갤러리로 변신한 아트하우스는 지역 주민들이 관리를 맡았다. 덕분에 죽어가던 골목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나오시마의 힘이 ‘멈추지 않고 지속해서 변화하는’데 있다면 그 힘을 만드는 것은 주민들의 삶이 숨 쉬는 바로 이 골목이다.
오래된 도시들이 ‘골목’을 주목하고 있다. 골목이 가진 역사 문화적 가치를 관광의 중요한 자원으로 삼은 사업들도 이어진다. 대구의 ‘근대골목’도 그 하나다. 근대골목의 중심공간은 중구다. 이곳은 역사적 전통과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다른 도시의 구도심이 그렇듯 근대자산은 방치되고 거리는 공동화로 활기를 잃었다. 대구시는 2000년대 중반, ‘일상장소 문화공간화사업’과 ‘근대문화공간디자인개선사업’에 선정되면서 재생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실이 관광상품으로 이름을 얻은 ‘대구 근대골목투어’다. 대구 근대골목투어가 시작되었던 2008년 이후 대구시는 ‘김광석의 길’을 비롯해 그 일대에 문화적 공간을 더하면서 골목을 대구의 대표 명소로 만들었다. 들여다보니 근대골목투어는 지금도 순항 중이다.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힘이 됐을 터. 오래된 도시의 많은 골목이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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