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01-08 00:2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기획 chevron_right 전북 이슈+
자체기사

[현장 인터뷰] "밖에 나가는 것부터 일이여"⋯ 시골 어르신들 '한숨만'

"읍내에서 장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들고 올 수 없어" 고충
장 보기 포기한 지 오래⋯ 버스 있어도 읍내 나가기 어려워

image
전북특별자치도가 '식품 사막' 문제 해결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BGF리테일 CU 등과 같이 '내 집 앞 이동장터' 시범 운영을 한 가운데 마지막 운영 날인 지난 2일 임실 학암마을 어르신들이 물건을 구입해 보행 보조기에 실어 이동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아유, 나가는 것도 일이여. 아들놈이 내려올 때 먹을 것 사다 주면 먹고 말지. 다리 아픈디 어떻게 나가서 장을 보겄어. 장 봐도 못 들고 와서 말짱 도루묵이여."

한 달간 진행된 '내 집 앞 이동장터' 마지막 날, 임실 학암·금동마을 현장에서 만난 농촌마을 어르신의 목소리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집에서 마을 경로당까지 이동하는 데도 보행 보조기는 필수다. 이미 마을 경로당 앞에는 보행 보조기가 줄서 있을 정도다.

읍내까지 버스로 15분이면 가지만 이것저것 준비해서 나가려면 꼬박 반나절이 걸린다. 읍내에 나가면 장 보기뿐 아니라 병원·약국 등 볼 일을 한 번에 다 보고 돌아와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보행 보조기를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학암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90)는 "버스가 있어도 불편하다. 자식들이나 며느리가 사 오면 먹지 아니면 못 먹는다. 집에 있는 거나 농사 지은 걸로 먹고 없으면 안 먹는다"고 했다. 장 보기가 어려운 탓에 한두 끼 굶거나 대충 집에 있는 김치로 한 끼 때우는 일이 다반사다.

농촌마을 어르신들의 발이 돼 주는 버스가 있어도 생수·화장지 등 부피가 큰 것은 꿈도 못 꾸고 한 끼 차릴 수 있는 양만 장을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나갔다 오는 것부터가 농촌마을 어르신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의미다.

금동마을에 사는 할머니(88)도 "생수 같은 게 필요한데 물은 무거워서 읍내에서부터 들고 오기가 쉽지 않다. 몸이 불편하니까 왔다갔다 하는 데 하루 걸린다"고 토로했다.

장 보기는 포기한 지 오래다. 버스는 있지만 마트·병원·약국 모두 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마을에서 마트·병원·약국까지 가는 거리를 보면 3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4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전북지역 농어촌마을 생활 모습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료 소재지 및 소요시간별 마을 분포에서 보건진료소(89.8%), 보건소(89.1%)는 대부분 같은 읍·면 내 위치해 있지만 종합병원(96.7%)은 대부분 다른 읍·면에 위치했다. 많이 이용하는 일반 병·의원(56.7%), 약국(40.5%)도 같은 지역에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학암마을에 산다는 한 할머니(81)는 "버스가 있어서 읍내에 나갔다 올 수는 있다. 마을에서 마트·병원·약국 가기는 힘들어서 무조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몸이 불편하니까 병원 간 김에 마트도 가고 싶다. 나중에 시간 내서 가는 것보다 낫지만 장봐도 다리 아프고 팔 아프고 해서 들고 올 수가 없다. 보행 보조기라도 있으면 실어서 오겠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