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사막 '대안으로 떠오른 '이동형 장터' 가봤더니
"너무 편하지만 필요로 하는 게 많지 않아 아쉬움도"
"설탕 큰 거 하나만 줄 수 있을랑가?"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께 트럭 한 대가 임실 학암마을 경로당 앞에 멈춰 섰다. 트럭에서 내린 관계자가 한쪽 면을 열자 우유·콩나물·참기름 등 식료품이 진열된 작은 규모의 편의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럭 앞은 '내 집 앞 이동장터'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이동형 장터 설치가 끝나자마자 경로당에서 마을 주민들이 우르르 나왔다. 보행 보조기를 끌고 천천히 줄지어 나와 이동형 장터 앞에 섰다.
한 어르신은 주머니 안쪽에 꼬깃꼬깃 접어놓은 만 원 짜리 지폐를 꺼냈다. 들고 다니기에는 무거운 설탕을 사기 위해 이동형 장터가 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설탕을 시작으로 짜장 라면부터 다진마늘까지 삽시간에 팔렸다. 세 사람이 올라서면 가득 차는 정도의 규모지만 물건을 구입하러 온 주민, 구경하러 온 주민 등이 모이면서 순식간에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학암마을에 사는 한명옥(83) 씨는 "여기서 장보러 가려면 차를 타고 못 해도 30분은 가야 하는데 버스는 하루에 네 번만 온다. 휴지처럼 크고 설탕처럼 무거운 건 들고 오기도 어려워서 이동형 장터가 와야 살 수 있다"면서 "이 나이에 한 번 장보려면 힘든데 집 앞까지 와 주니 너무 좋다. 동네 사람도 많이 모였는데 이동형 장터 온 김에 장도 보고 놀고도 간다"고 말했다.
이동형 장터 앞에서 만난 마을 주민 대부분은 집 근처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 했다. 동시에 물건이 다양하지 않아 정작 필요로 하는 물건이 없다는 점에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마을 주민들의 아쉬움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기자가 이동형 장터에서 물건을 살펴 봤다. 작은 이동형 장터에 올라 살펴 보니 신선식품으로 분류되는 것은 콩나물, 두부, 양파, 돼지고기가 전부였다. 과일은 귤·바나나뿐이었다.
박남옥(91) 씨도 "여기서 장 보려면 차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데 이동형 장터가 오니까 너무 편하다"면서 엄지를 치켜 세웠지만, 이어 "살 게 많지 않다. 짜장 라면이나 하나 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 순서인 4번째 마을에서는 재고가 부족한 문제도 발생했다. 이는 그동안 이동형 장터가 지적받아 온 문제점 중 하나다. 한정된 공간에 실을 수 있는 물건의 무게가 정해져있다 보니, 마을 주민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U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다음 장터 때라도 최대한 구비해 놓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매번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품목이 달라져 수요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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