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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행정, 주민이 먼저 안다

국가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이 어떤 중요한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유독 신경 쓰는 대목이 있다.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 청취다. 그러면서 주민의 속뜻이 뭔지를 알아보는 하나의 과정으로 토론회공청회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 아무리 주민과 지역을 위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면 갈등과 불신을 조장해 결국엔 지역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주민 공감대 형성이 가장 우선이다는 얘기다. 어느 사회나 직장을 막론하고 단체간 또는 개인간 생각의 차이로 인한 대립이 있을 수 밖에 없다.그럴 때일수록 상호 원만한 의견 수렴을 통해 득과 실을 따져 최적의 대안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고 번거롭지만 사업이 한 번 완료된 뒤엔 돌이킬수 없기에 상호 이해와 설득 과정을 거치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토론회공청회 등이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최근 익산에서는 이런저런 대시민 토론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토론회가 근본 취지를 벗어나 졸속형식적으로 일관하는 양상이다.토론회에 대한 개념의 차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식행위로 여겨지고 있는것 같다. 사업의 취지와 목적을 놓고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가 아니라 짜여진 각본에 의한 짜맞추기식 토론회,찬성쪽 유도를 통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포석 토론회 등으로 비치고 있는 탓인지 모르겠다.심지어 주민 토론회란 형식을 굳이 빌어 당장의 행정 책임을 회피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폐해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떠 넘기려는 의도가 숨어있는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지난 6일에 열린 하수슬러지 시설 설치사업과 관련한 대시민 토론회를 보자. 공정률 20%대에서 중단된 시설에 대해 앞으로의 추진 방향을 어떻게 잡아가는게 가장 좋을지 흉금을 터놓고 논의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이날의 행사 개최 취지는 그냥 겉치레 말장난 이었고, 사실상은 사업 백지화를 확정짓기 위한 꼼수 토론회가 아니었나 싶다. 이미 한달전에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환경부에 통보까지 한 상태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코미디가 따로 없다. 더구나 이날 토론회는 그간에 시설 건립을 극렬히 반대해 왔던 특정지역 주민들로 가득 채워졌고, 토론회 장소 또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활동 독무대나 다름없는 특정지역으로 잡아 과연 이 토론회가 익산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당하고 공평한 대시민 토론회가 맞느냐고 묻는다.졸속과 억지의 토론회는 이것만이 아니다. 현재의 정수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느냐, 광역상수도로 전환하느냐를 놓고 격론을 벌여보자며 기획한 지난 19일의 생활용수 급수체계 개선방안 토론회에선 광역상수도 전환을 위한 사업 추진 정당성만 강하게 어필됐고, 부실한 행사 준비로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가 가까스로 재개된 지난 26일의 왕궁물류단지 조성 토론회에선 행사를 주최한 익산시가 단순 참관인으로 수수방관자적 행태 취하기에 나서면서 형식적인 토론회에 불과했다는 비난이다.익산시의 현재 입장과 향후 계획이 도대체 뭔지를 도통 알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논의하고 대책을 수립하라는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시쳇말로 멍석을 깔아줬으니 니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인가.얼렁뚱땅식 보여주기 행정은 이제 주민들이 먼저 알고 있다.

  • 오피니언
  • 엄철호
  • 2016.10.31 23:02

청년이 살아야 전북미래가 있다

요즘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모든 언론매체와 국민의 관심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 필자 역시 최대 관심사다. 다만 최순실 게이트에 급작스레 묻혀버린 인구절벽과 청년실업이라는 현실에 직면한 전북의 자화상 또한 놓치지 않고 생각해보고자 한다.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2000년 4773만명에서 2015년 5153만명으로 연평균 0.51% 증가했다. 과거에 비해 인구증가율이 매우 둔화됐고, 전문가들은 벌써 인구절벽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그런데 전북 인구는 같은 기간 연평균 0.45% 감소했다. 2000년 4.19%였던 인구점유율도 2015년 3.63%까지 줄어들었다. 인구절벽 문제는 전북에서는 우려의 수준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인구절벽의 문제는 나홀로 세대의 증가와 출산율 감소라는 점에서 접근하겠지만, 전북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문제 이외에도 청년실업으로 인한 타지역 전출이라는 심각한 지역적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얼마 전 절친한 모 대학 교수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된 자리에서 그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대학생 10명 가운데 단 2명만이 취업관문을 통과한다. 다른 8명은 졸업을 유예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다. 취업을 통과한 2명마저도 비율로 따져서 1.5명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0.5명 정도만 전북에서 일자리를 갖게 된다 짐작은 했지만, 대학 교수 입에서 직접 들으니 충격이었다. 그만큼 전북에 일자리가 없다는 말이고, 바꿔 말하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한 지경인데, 젊은 청춘들을 아예 아프리카 오지로 보내자는 정치인도 있으니 당연히 젊은이들이 분노할 수밖에.더구나 그동안 전북도정 민선 4기와 5기에서 최대의 치적으로 홍보했던 재벌 대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성과는 다 어디로 갔는가. 일례로 민선4기 전북도정이 새만금 기업투자유치 최대 성과로 자랑했던 삼성MOU는 지난 19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필자가 명백한 쇼였음을 밝혀낸 바 있다.당시 전북도가 맺은 양해각서는 그 이행시기가 2021년인데, 삼성은 이미 2013년 7월에 태양광산업 등을 추진하던 신사업추진단을 해체시킨 상태였기 때문이다.또한 민선4기 전북도정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유치하면서는 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들에게 풀리는 인건비만 연간 5000여 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전북도와 군산시가 현대중공업에 준 보조금만 200억원 가량 된다. 지역 인재 채용의 꿈은 고사하고 수백억 보조금을 받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문을 닫을 판국이다. 결국 청년 일자리는 안 생기고, 보조금은 날리게 되는, 지자체의 기업유치 투자 효과는 0점인 셈이다. 그런데도 진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키워가는 향토기업에 대한 지원에는 여전히 인색하기 그지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조례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지자체들이 재벌대기업(산토끼)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 기반을 닦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지역 중소중견기업(집토끼)에 대해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면 전북의 청년들에게 좋을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 수 있다.독일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중소중견기업을 강소기업으로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생기면서 독일의 출산율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집토끼를 키워서 전북에 좋은 일자리가 생겨야 청년들이 전북에 터전을 잡고, 안정된 직업을 가져야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할 수 있다. 해결책은 일자리이고, 청년이 살아야 전북미래가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6.10.31 23:02

정부는 근본적인 쌀값 안정 대책 내놓아라

벼수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수확·수매기인 요즘 수매가 및 쌀값 하락세에 불안한 농민들 한숨이 일제히 터지고 있다. 예전부터 농민들은 20만 원대 쌀값을 주장해 왔지만 실제 쌀값은 15만 원 전후에서 움직였고, 올해의 경우 13만 원 전후의 가격이 거론돼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진 것이다. 정부가 이달 초 수매자금 일부 지원에 이어 다음달 초 수매가격 등에 대한 발표를 앞두고 있는 터라 최근 농촌은 한 해 중 가장 민감한 분위기다. 이런 농민들의 우려 속에서 지방의회도 잇따라 정부의 현실적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각 시군 의회가 정부 등에 근본적인 쌀값 안정 대책을 내놓으라고 잇따라 촉구하고 있다. 부안군의회는 쌀값 폭락 책임이 있는 정부가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매입물량을 100만톤 이상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남원시의회는 현실적인 쌀 수급 대책, 쌀 산업 강화를 위한 유통 지원 확대 및 다양한 쌀 소비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전북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도 지난 27일 쌀값 안정 종합대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해 정부와 전북도 등에 전달했다. 정부의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인해 쌀 재고가 증가하고,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바람에 쌀값이 하락하고 있으니 정부가 실효적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농민들의 요구를 종합하면, 현 정부 정책에서 농민은 쌀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농약값, 비료대, 인건비 등이 상승하고 쌀값은 추락하는데 정부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농산물 가격안정과 농민 소득안정을 위한 기초농산물 국가 수매제와 수매가격 상·하한제 실시를 명문화 할 것을 요구한다. 기초농산물 생산비가 보장되는 최저가와 소비자가 수용 가능한 가격 상한선을 정해 국가 수매제를 도입하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쌀 목표가격, 시장격리 물량(올해 약25만톤) 등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쌀값을 생산비 인상분을 반영한 21만 원 선으로 현실화 하라고 요구한다.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 수매가 설정 등은 농민 요구와 크게 다르다. 단적으로 올해 농민들의 40㎏ 기준 벼 수매가는 5만2000원이지만 정부가는 4만5000원이다. 물론 정부 입장이 있겠지만, 쌀값 하락은 국가 식량안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쌀값 시비를 불식할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최근 지도부가 잇따라 농촌현장을 방문한 정치권도 적극 나서라.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6.10.31 23:02

위험하고 해괴한 진영논리 그만둬라

도대체 정신이 제대로 박힌 것인가? ‘내 새끼’가 아니니 죽든 살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내 새끼’는 어디까지이고 ‘내 새끼가 아닌’ 아이들은 또 누구인가? 교육기관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은 충격이다. 시정잡배라도 이런 말은 하지 않을 듯싶다.교육부가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전북과 경기교육청에 대해 내년도 보통교부금에서 올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미편성분만큼 삭감하겠다’고 통보한 것과 관련, 전북도교육청의 한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오히려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예산을 줘도 어차피 쓰지도 않을 돈이니 깎여도 도교육청에는 손해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동안 정부가 보통교부금에 포함시켜 지원해준 누리과정 예산을 다른 교육재정 수요에 썼으니 전북교육청이 그만큼 이익을 본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고 한다.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보통교부금에 포함시킨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집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승환 교육감의 소신이나 그동안의 언행과 궤를 같이 한다. 김 교육감의 소신과 교육철학에 대해서 여기서 더 이상 왈가왈부 하고 싶지는 않다. 작금의 문제가 그의 잘못만은 아니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교육부의 예산삭감 방침을 도교육청의 ‘재정손익’으로만 계산하는 관계자의 시각에는 인간성이 메마른 배타성이 담겨 있다. ‘오히려 맘이 편하다’는 말 속에는 아이들이야 어찌되든 누리과정 예산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는 편협한 이기주의가 숨어 있다.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되고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이나 안타까움, 관심조차 없다. 도내 1563개 어린이집에 다니는 누리반 아동은 2만 여 명이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어린이들에게 공평한 교육과 보육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된 공통 표준교육 내용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든, 유치원에 다니든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게 기본적인 출발선이다.우리나라 최상위법인 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돼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의조차 저버린 관계자의 발언은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정신을 망각한 것이고 위험하고 해괴한 진영논리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6.10.31 23:02

전북도립국악원 개원 30주년 맞는 곽승기 원장 "지난 30년 토대, 앞으로 300년 국악 꽃피우겠다"

△창극 ‘이성계, 해를 쏘다’ 공연 △학술세미나 ‘지나온 30년, 함께 할 300년’ 개최 △개원 30년사 <지나온 30년, 다가올 300년> 발간 △보존자료 복각음반 ‘풍류방의 명인들-송영석의 판소리와 신쾌동 거문고 산조’ 제작 △국악원 소식지 복간호 <국악이을> 발간. 전북도립국악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굵직하게 펼쳐내고 있는 사업들이다.지난 28일 전국 최대 규모의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고 대통령상을 14번이나 수상한 단원을 배출한 도립국악원의 수장, 곽승기 원장을 찾았다. 곽 원장은 “지난 30년을 바탕으로 다가올 국악 300년을 꽃피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먼저 도립국악원 개원 30주년을 맞아 펼친 주요 사업 가운데 가장 인상깊은 행사는 어떤 것인지요. 또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지요.“단연 개원 30주년 기념공연, 창극 ‘이성계, 해를 쏘다’ 공연입니다. 86명의 국악원 예술단원 및 스텝, 각 분야 50여명의 객원이 투입된 대형작품입니다. 도민들의 크나 큰 성원 덕분에 지난 15~16일 한국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서 1500여 명의 관객이 찾은 가운데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단원들이 뛰어난 맨 파워를 발휘했으며 무대 장치와 장면 전환 등도 돋보여 전북을 대표하는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갈등과 서사의 조화 부족으로 작품 전반부 지루함을 유발한 점, 공연내용과 영상의 불일치 등을 보완해 내년에 도내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며 내후년에는 타시·도 공연도 추진할 계획입니다.”-다른 30주년 기념 행사도 평가해주시죠.“ ‘지나온 30년, 함께 할 300년’ 주제로 지난 6월 29일 전북대학교 건지아트홀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 도립국악원 30년의 활동과 과제, 예술단의 발전방안, 국악교육 중심기관의 위상과 역할 등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또 국악원 개원 30년사를 다룬 책 〈지나온 30년, 다가올 300년〉을 내달에 발간 예정입니다. 국악원 발자취와 이야기보따리, 사진으로 보는 30년 등이 수록됩니다.국악원 보존자료의 복각음반인 ‘풍류방의 명인들 - 송영석의 판소리와 신쾌동 거문고 산조’도 제작했습니다. 서봉 허순구 선생이 자신의 풍류방에 국악 명인들을 불러 직접 녹음한 릴테이프를 복각한 것으로 국악 학계에서 매우 뜻 깊은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악원 소식지인 〈국악이을〉도 복간했습니다.” - 국악원의 가장 큰 과제가 우리의 음악인 국악의 활성화라고 생각됩니다. 국악을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계획이 있는지요.“송하진 지사가 사철가 등 단가를 멋지게 부르는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 ‘멋지다’, ‘품위 있다’, ‘나도 배워야겠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사실 도민들에게는 국악에 대한 친숙함이 배어있습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악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곁에 전해오면서 익숙함의 유전자가 우리 몸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색하다가도 한 번 보고 두 번 접하다 보면 흥이 생기고 신명이 납니다.이러한 친숙함을 바탕으로 도민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공연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시·군지역의 공연장 규모에 맞게 공연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축제에 맞춰 다양한 공연을 추진하겠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군에 대해서는 지역 실정에 맞게 찾아가는 공연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다문화가족, 노인복지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에도 출장 공연을 진행하겠습니다.”-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만.“국악은 한 번 접해본 사람이 친밀감을 갖고 공연장을 찾는다든지 소리나 악기를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국악을 접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에 운영하는 국악체험교실을 확대하고, 각종 공연에서 학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도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소리나 악기를 배우는 것도 우리 음악의 활성화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국악 교육 활성화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국악원에서는 현재 성악, 현악, 관악, 타악, 무용 등 13개 과목 90개 강좌를 진행, 매일 1543명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국립국악원에서도 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지역만의 특화된 교육시스템입니다. 또한 지난 30년 동안 연수생 7만558명을 배출했으며 국악체험교육에는 145개 단체·9100명, 청소년 국악교실과 찾아가는 국악연수에는 10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국악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사이버 국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악원 개원 30주년을 발판 삼아 향후 국악원이 중점 추진할 사업 계획은.“주위의 전통국악인의 소리를 찾아내고 보전하는데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명인·명창들의 보존자료를 복각한다든지, 명인들의 삶을 구술을 통해 정리, 국악의 과거와 미래를 잇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단원 근무환경 개선과 질 높은 작품 제작 여건의 조성을 위해 연습실을 확대하는 한편 공연 홍보 및 마케팅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충, 우리나라 국악교육 중심기관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소중한 우리 음악이 널리 퍼질 수 있길 가장 간절히 원하고 있을 터인데 바람이 있다면.“무엇보다도 도민들이 국악을 배우고 공연장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전북도립국악원이 전국 최고의 예술단체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국악인들의 노고와 열정도 있었지만, 그동안 국악원을 찾아 국악을 배우고, 공연장을 찾아주신 도민들의 덕이라 생각합니다. 명창들도 고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고수 2.명창’ 이라고 말한 바 있으나 이제 관객이 없는 공연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도민들이 국악원을 찾아 국악을 배우고 일상에서 국악을 즐기는 한편 명인·명창 ‘명무들이 꾸미는 국악 공연장을 찾아 추임새도 넣어 주면서 격려해주길 당부 드립니다.”● [곽승기 원장은] 순창부군수 재직 때 메르스 원활히 극복올해 1월 부임한 곽승기 도립국악원장은 임실 출신이며 전북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온화한 성품으로 국악원 내외에서도 명망이 높다. 임실군에서 처음 공직을 시작, 서울사무소장, 순창부군수를 거쳤다. 전북도 예산과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용자원 확보를 위해 전국 최초로 재정사업자율평가를 실시했으며 순창부군수 재직 때에는 순창읍 장덕마을에서 발생한 메르스를 원활하게 극복했다는 평도 받았다. 온라인 강좌로 단소를 배웠다는 곽 원장은 즉석에서 한 소절을 불기도 했다.곽 원장은 앞으로 도립국악원장으로 있으면서 전통 국악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의 시류에 맞는 국악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 기획
  • 진영록
  • 2016.10.31 23:02

김완주 책임론

삼성이 20조원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40년까지 투자하겠다고 한 약속은 처음부터 황당무계했다. 이명박 정부가 LH를 경남 진주로 옮기기로 하면서 전북의 저항에 부딪힌 것을 해소하고 또 그 것을 빼앗겨 코너에 몰린 김완주 전 지사가 출구전략을 세워 탈출토록 하는 한편 삼성 이건희 회장은 정부 경제정책이 낙제점이라고 비판해 역린을 건드린 점을 만회하려고 짜맞춘 삼자 간의 합작품이었다.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키로 한 것은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MB정권이 LH를 진주로 결정하고 발표만 남겨 놓자 김 전 지사는 사즉생의 각오로 LH를 진주로 빼앗길 수 없다며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섰다. 도내에는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로 홍수를 이뤘다.삭발까지 하며 강하게 김 전 지사가 나선 듯했으나 MB한테 항상 원죄 같은 게 따라 붙어 투쟁에 한계가 있었다. 김 전 지사가 MB 새만금 대선 출정식 때 새만금특별법이 통과 되지 않은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고 몰아 붙여 고춧가루를 뿌린 게 화근이었다. MB가 대통령이 되자 김 전 지사는 자신의 발언을 무마하려고 청와대에 온갖 선을 대서 화해 제스처를 썼다. 민주당이 언론악법 철회를 위해 가투를 벌일 때 김 전지사가 MB한테 200만 도민의 이름으로 사은숙배 형식의 새만금 감사 편지를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의 국면전환을 위해 편지를 공개하겠다고 동의를 구하자 김 전 지사가 응낙했던 것.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은 적장에게 항복문서를 바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김 전 지사를 출당 조치토록 지도부에 요청했다.김 전 지사는 LH 유치 실패에 따른 공방이 거세게 일자 책임을 벗기 위한 출구전략이 필요했다. 그게 김 전 지사가 요청해서 만들어진 삼성의 새만금 MOU다. 김 전 지사는 2011년 4월 27일 삼성과 MOU 체결 다음날 LH 무산에 따른 이명박 정부 규탄 플래카드를 삼성투자 환영 플래카드로 대체토록 지시했다. 하루 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20일 뒤 LH의 경남 이전이 발표되고 임채민 국무조정실장은 넉달 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정부에 밉보인 삼성은 마지못해 관계개선 차원에서 새만금 투자를 수용했던 것 같다.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이재용 부회장을 국감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으나 무산되자 국민의당 측이 지난 24일 삼성사장단과 간담회를 주선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성과가 없었다. 결국 삼성한테 면죄부를 준 통과의례였다. 다시금 김 전 지사의 책임론이 불거진다. 민선 지사인 김 전 지사는 도민들한테 석고대죄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더 한심스러운 건 도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긴 김 전 지사가 지난 4월부터 도민은행인 JB우리캐피탈 고문이 됐다. 기사 딸린 고급승용차와 사무실을 제공 받으면서 고액 연봉까지 받고 있다. 왜 김한 JB금융지주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수당문 현판을 떼어낸 김 전 지사를 고문으로 시켰을까.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0.31 23:02

꽃차를 만드는 일

나는 초년생 변호사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따금씩 일에 익숙해진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힘들어 일을 그만 두고 싶으면서도 아주 가끔 찾아오는 보람 때문에 선뜻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있다.내 일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고성이 오간다. 내가 일하는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정서는 분노와 억울함이다. 잔뜩 골이 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맥 빠지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일 터이다.불안정한 인생에 대한 고민그래서 결심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를 하나 더 가지기로 말이다. 마침 친구가 꽃차 소믈리에 수업을 들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서 배우기로 결심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우아해 보이는 취미를 갖고 싶었던 차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꽃차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그런데 유리병 속 색색의 꽃차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꽃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꽃이 필요하다. 뜨거운 물에 우려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식용 꽃을 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같은 꽃이어도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같은 방법으로 같은 품질의 꽃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꽃잎을 잘 다듬어 건조작업을 하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꽃잎은 연약한 만큼 열과 습기에 민감하다. 꽃을 덖는 작업도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수분이 모두 빠질 수 있게 여러 번에 걸쳐 이루어진다.수업을 들은 날은 집에 와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자야 한다. 꽃을 완성되지 않은 채로 오래 두면 금세 상태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겁게 짓누르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깊은 밤에 꽃을 덖고 있자면, 쉽게 예쁜 꽃차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나 자신이 슬며시 부끄러워진다. 이런 고된 과정을 거치고도 타버린 몇몇 꽃잎을 보다 보면, 세상에는 손쉽게 내 손에 쥘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대학교에 입학하면 인생의 관문이 끝날 줄로만 알았던 시절을 지나, 취직을 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직업을 가지고도 끝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하던 일을 그만 둘까, 이미 시작해버려서 그만 둘 수 없는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결코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청춘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불안정한 인생에 대한 고민은 사실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었다니, 배신감이 크다.취미로 배우는 꽃차 정도는 그래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이것 또한 단계마다 나름의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하물며 삶을 만들어 가는 일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고된 일이겠는가.모든 것엔 꾸준한 노력 있어야그저 예쁜 꽃을 보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꽃을 덖다 보니 겸손한 마음이 절로 든다. 일을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지만 때로 보람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면, 이 일을 계속 해도 되지 않을까. 고되긴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꽃차를 마실 수 있는 이 취미가 꽤 마음에 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나 자신을 조금 더 격려하며 청춘의 또 다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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