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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적 토양 한승원 선생님의 토굴에 간 적이 있었다. 마침 방문객이 없어서 방 한가운데 찻상을 펴 놓고 제법 오래 말씀을 들었다. 물론 소설 쓰는 따님 이야기도 하셨다. ‘아버지 한승원’을 뵈러 간 자리라 ‘따님 한강’ 이야기는 곁들이 정도로 들어 넘겼었다. 내가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몽고반점」이다. 단행본이 아닌 철 지난 문학잡지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처절하고 슬프고 안타깝고 아픈 이야기를 이렇게 감정을 달래면서 써 내려갈 수 있구나. 읽는 내내 오히려 독자인 내가 감정을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나중에야 이 작품이 『채식주의자』 속에 있는 작품인 줄 알았다. 그리고는 ‘한강’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소설가 아버지 한승원과 소설가 오빠와 동생, 그리고 국문과에 다니는 아들, 소설가가 직접 운영한다는 작은 책방까지 모두 떠올랐다. 한강 소설가의 삶은 문학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을 만큼 문학적 토양이 정말이지 비옥하고 찬란하기도 했다. 이 토양이 한강 소설가를 성장시킨 것이다. 2. 예술적 확장성 한강 소설가의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사진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강 소설가가 직접 부른 노래도 다시 떠오르고, 그가 거론한 악동뮤지션의 노래도 다시 떠오른다. 소설가의 작품을 연극으로 옮긴 ‘휴먼 푸가’도 찾아보고 굴렌 굴드도 다시 찾아본다. 때를 만난 듯, 모두 손잡고 떠오르고 있다. ‘한강’의 작품은 수상 이후에 더 많은 연극과 영화로 제작될 것이다. 사진 한 점에서 촉발된 예술적 영감은 소설로, 음악으로, 연극으로, 영화로, 다양한 예술 장르로 변주될 것이다. 사람들은 한강 소설가의 작품을 다시 읽을 것이다. 벌써 출판계와 서점가가 흥성이지 않은가? 나도 오래된 책더미를 몇 번이나 뒤적거렸다. 이젠 우리가 받았던 위로와 감동을 전 세계 사람들도 받게 된다. 한강 소설가가 우리에게 던졌던 삶의 본질에 관한 질문은 세계인들에게 같은 질문으로 던져져 그 파문이 널리 번질 것이다. 이것이 한강 소설가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증명된 예술의 힘이요 확장성이다. 3. 그리고 우리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는 그 시각에 나는 컴퓨터 앞에서 보조금 정산과 씨름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문단 행정 따위는 집어던지고 마을의 작은 모퉁이를 돌아가서 혼자서 노을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거기서 바람이 버드나무의 머리카락을 쌀쌀 씻어주는 소리에 가만가만 귀를 열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일도 더 좋은 작품을 창작하고 싶어 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는 예술인들에게 봉사하는 일이라며 애써 나를 달랬다. ‘한강’의 작품은 우리 문학을 끌고 가는 손잡이고 기둥이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소설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문학도 드디어 부력을 얻을 것이다. 번역의 문제나 지원의 문제, 심지어 이데올로기의 문제 등으로 터덕거리던 한국문학이 스스로 해법을 터득하고 세계의 하늘 높이 떠오를 것이다. 몇 번을 축하해도, 몇 날을 기뻐해도 오히려 모자란 날들이다. 축하드린다. /김영 석정문학회 회장
인류는 이런저런 이유로, 지구 곳곳에서 다른 목소리와 생태로 살며 갈등과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의지하고, 돌본다. 혼자이든 둘이든 여럿이든, 사회 공동체라는 스펙트럼에 고였다 사라진다. 『똥꽃』은 원시적인 모자간의 이야기이고 둘의 이야기이다. 그 모자(母子)의 일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쫓을 때 독자는 그들의 삶이 아닌 내 삶의 사다리를 조금은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똥꽃』 의 저자 전희식은 ‘가족을 돌보고, 요양원을 지키고, 누군가를 챙기느라 수고하는 분들께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15년의 시간차를 두고 개정판’을 냈다 한다. 초판에서 개정판으로 재구성되기까지의 십몇 년의 시간 사이에는 전희식, 김정임 두 저자의 생(生)과 사(死)가 있다. 멀찌감치 파도가 밀려간 해변을 걷다, 이미 사라진 물결의 각인을 발견했을 때의 가슴 아린 그리움처럼 어머니와 아들의 시간이 부려놓는 삶의 깊이에 저절로 숙연해지고 만다. 어머니와 2년 가까운 날의 일상을 초판으로 읽었던 독자라면 어머니와 함께한 6년여의 세월 이후 추모의 시간까지, 숨은 그림처럼 덧붙여진 이야기를 찾는 재미도 있다. 어머니를 돌보던 아들의 깨달음은 수없이 많은 아포리즘으로 완성되어 마치 소설 같기도 한, 두 저자의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에 생생하게 부딪혀온다. 전 권에 흐르는 모자의 에피소드는 큰형님 집에 사시는 어머니를 찾아뵌 어느 날로부터 시작된다. 어머니의 환각 증상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아들의 말을 거둘 만큼 컸다. 당신 삶의 여정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어머니의 좌절감을 생각해 본다. 치매란 가족 모두에게 있어 당황스럽고 난처한 일임은 분명하다. 어머니가 그린 똥꽃을 생각하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고통이나 아픈 감정으로 바로 연결 지어 돌봄이 힘들다는 것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할 일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치매를 ‘포기한 삶의 틈새로 끼어든 이물질들’이라고 결론 냄으로써 진정, 어머니의 망각을 ‘잠재된 고의’였다고 이해한다.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든다. 노쇠한 몸을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하기에 느끼는 참담함에 이어 자신을 수용하는 대신 자신의 기억을 거세시킴으로써 일탈에 성공하는 것이 치매가 아닌가 하고.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온 당신의 존엄을 침해당하지 않기 위한 거스를 수 없는 손실, 꼬리 밟힌 도마뱀이 몸의 일부분을 포기하듯 무의식적 자아가 자신의 기억을 내치는 건 아닐까 하고. 우리가 즐겨하는 ‘알아서’의 코드를 작동시켜, 통제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세포들이라서 그랬을 거라고. 인간의 육체에 담긴 가늠할 수 없는 수의 우주의 작업 방식이라고. 모자의 관계는 선택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무엇보다 자신의 존엄을 위해서 식물적 삶을 산다고. 두 저자인, 어머니와 아들의 일상을 보면 현재를 재조합하는 설계자가 되는 어머니와 그 세계의 파동으로 같이 순항해 가는 아들의 극적인 돌봄의 경지에서 독자도 덩달아 환희를 경험하게 된다. 치매를 겪는 어머니의 세계를 아들이 사는 평행 세계 어디쯤이라고 상상한다면 놀랍게도, 분명 우리가 유레카라고 할 수 있는 존엄의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다. 독자는 어머니 자신과 어머니가 아닌 그 누구의 세계로 각기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진다. 정숙인 작가는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백팩'으로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몇 편의 단편소설과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2017)가 있다.
세상에는 무수한 말이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처럼 다정한 말, 힘이 되는 말, 내일도 또 듣고 싶은 말이 많아지면 세상도 살 만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한국 아동문학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상재 작가는 동화집 <하지 아저씨와 삽살개>(단비어린이)를 통해 말의 의미와 힘을 살핀다. 열 편의 동화에는 하나같이 완벽하지 않고, 결핍과 아픔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결핍으로 인해 좌절하고 속앓이를 한다. 그러나 결국 인물들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조금씩 아픔을 딛고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일어선다. 작가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되,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정서를 이야기에 녹여낸다. 그래서 인물들의 가슴 시린 사연조차도 포근하게 감싸낸다. 술술 읽히는 간결하고 쉬운 문장에 서정적인 문체와 유려한 우리말이 어우러져 긴 여운을 주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1956년 장수에서 태어난 박상재 작가는 단국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아동문예> 신인상에 동화 ‘하늘로 가는 꽃마차’가 당선된 후, 1983년 새벗문학상에 장편동화가 198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다.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PEN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원숭이 마카카> <개미가 된 아이> <달려라, 아침해!> 등 다수의 동화책과 <한국 동화문학의 어제와 오늘> 등의 연구서를 펴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살다보면,/ 아무데도 더 이상은 갈 데 없는 날이있습니다./ 이런 날은,/ 한 번 자릴 잡은 다음엔/ 그 어디에도 가지 않기로 작정을 허고 사는 나무들을 바라봅니다./ 한참/ 바라보다가,/ 나무에게 어디든 좀 가고싶진 않느냐 물으니,/ 나무는/ 그저 묵묵부답./ 저도,/ 잠시 그 옆에 앉아서 묵묵부답./ 잠시,/ 묵묵부답의/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대와 나 사이,/ 한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생각하고 있어요./ 안녕." (시 '여름 5-이런 날 1' 전문) 전 전북대 국문과 김익두 교수의 자연-생태 시 연작시집인 <민하 마을의 사계:여름>(문예원)이 출간됐다. 김 교수의 9번째 시집이기도 한 이번 시집은 지난해 9월에 발간된 <민하 마을의 사계: 봄>에 이은 두 번째 연작 시집이다. 시집에는 총 154편의 신작 시가 실렸으며, 김 교수가 정읍 산외면 정량리 민하마을에 들어가 홀로 살며 직접 체험한 시적 체험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또 시집 속 모든 시의 말미에는 해당 시가 쓰인 날짜도 함께 기록돼 있어, 그 시가 탄생한 현실적 맥락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호병탁 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이 시집은 일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일기에는 허위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 하루하루의 기록은 모두 진실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진실’을 통해 끊임없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인의 말을 통해 “정읍 산외면 정량리 민하마을에서 매일 몸소 체험하고, 생생한 산촌 생활의 기록”이라며 “모든 물생이 함께 더불어 같이 살아 있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에 함께 살아 있는 당신께, 이 작은 시집을 바친다”고 밝혔다.
제4회 건필문학상 수상자로 박혜숙 시인과 소관섭 수필가가 선정됐다. 전북문인협회(회장 백봉기)는 향토문학 발전에 기여한 중견작가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새기고자 2021년부터 각 시군지부의 추천을 받아 시상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박혜숙 시인은 2004년 문예사조로 등단, 문학인으로 성실하게 창작에 임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시집 <태양의 화원>과 <시의 화원>을 발간하고, 시 창작반 강사로 활동해왔다. 정읍문학상과 농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또 다른 수상자 소관섭 수필가는 2005년 수필문학으로 등단해 수필집 <생각의 숲에서 길을 묻다>를 출간했다. 2011년 마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익산문인협회 사무국장과 편집국장 등을 맡아 활동했다. 윤철 심사위원장은 “수상자 두 분 모두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후배 문인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음은 물론이고 규정에 따라 등단 연도와 나이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심사 경위를 밝혔다. 제4회 건필문학상 시상식은 19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5·18은 오랫동안 ‘광주사태’로 불렸다. 이는 전두환 등 내란세력이 5·18을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관주 일원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로 축소·왜곡한 규정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물론 ‘광주’는 5·18의 핵심 실체이며, 동시에 상징이다. 하지만 1980년 5월 17일 자정 직후 ‘전북’의 이세종(전북대생)이 계엄군에 의해 쫓기다 사망했고, 같은 달 30일 ‘서울’의 김의기(서강대생)가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뿌리고 투신했다. 이어 6월 14일에는 ‘성남’의 노동자 김종태가 서울에서 분신해 사망했으며, 7월 26일에는 ‘부산’의 목사 임기윤이 501보안부대 안에서 고문치사했다. 이처럼 1980년의 한반도는 전국적으로 많은 이들이 5·17내란 세력에 저항하고 피해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5·18기념재단이 최근 ‘광주 밖’ 5·18의 진상을 기록한 최초의 책을 발간해 눈길을 끈다. 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7명이 의기투합해 편찬해 낸 <‘광주 밖’ 전국의 5·18 진상>이 바로 그것이다. 책은 전두환이 등장한 1979년 10월 26일부터 1981년 1월 24일 계엄 해제 때까지의 ‘광주 밖’ 5·18의 진상을, 전국 6개 권역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글이 실린 순서는 광주·전남에서 가까운 지역 순이다. 각 지역 편찬 담당은 전북-양윤신, 부산·경남-김종세, 대구·경북-김균식, 충청-정성일, 서울·경기-김성환·오도엽, 강원-허인규이다. 먼저 양윤신은 전북지역 5·18민중항쟁을 전체적으로 조망했으며, 피해자들이 국가폭력에 의해 얼마나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했는지, 구체적인 피해 사실과 장소 및 피해 유형 등을 기록했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 집중한 김종세는 79년 부마항쟁에서 80년 5·18민중항쟁에 이르는 ‘운명적 시기’의 진상을 구술자료와 문헌자료를 교차 검증하고, 체험과 통찰에 기초해 편찬했다. 김균식은 바란 군부의 권력 찬탈과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온몸으로 항거한 대구·경북의 대학생, 시민, 노동자들의 대중투쟁과 이들에 대한 국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과 야만적 인권침해를 기록했다. 정성일은 충청 지역 5·18민중항쟁 전체를 조망하고, 지역 언론 및 학보 등을 통해 교차 검증했다. 김성환과 오도엽은 5·17 이전까지 가장 큰 규모로 민주화운동이 전개됐던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히고 기록했다. 마지막 허인규는 대학생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강원지역학원 민주화 운동과 내란 저지 투쟁을 상당 부분 복원해 편찬했다. 원순석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 책은 5.17 자정 전국확대비상계엄령 선포로 계엄군 파견관 더불어 내란을 실행하며, 전국에서 2699명을 체포해 연행 구금한 예비검속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을 담고 있다”며 “이번 책이 5·18 연구자들에게 기초 자료로 제공돼 5·18민주화운동의 전국적 지형을 분석해 5·18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통문화자원과 미래 신기술을 결합해 개최하는 축제의 성공 조건은 ‘조화로움’이다. 풍부한 문화자원에 뉴미디어·첨단기술을 융합해 축제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전통과 미래 문화를 결합하고, 체험할 수 있는 ‘미래문화축제 팔복’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전주시는 ‘가장 한국적인 미래 문화도시’를 비전으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팔복예술공장 일원에서 ‘미래문화축제 팔복’을 개최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본도시 지정을 추진하는 전주시가 예비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15일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3일간 진행된 축제에는 총 2만 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방문객 중 약 33%(7000여명)가 외지인으로 분석돼 전국 단위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축제에서는 전통과 신기술이 접목된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이 눈길을 끌었다. 미디어 퍼포먼스와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 탄소 상품 전시 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미래 문화 축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줬다. 지난 11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예술에 미래 기술을 접목한 염동균 드로잉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 VR(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 미래 예술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미래파장’이 축제 기간 동안 진행돼 현대 예술에서의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다차원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관람객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축제를 지향하며 시민들이 다양한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3일간 문화의 바다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만사 OK’ 프로그램에서는 삼천·우아·인후·진북·효자 생활문화센터 등 5개 팀이 참여해 ICT 기술을 융합한 창작물을 선보였고, 최첨단 가상현실 기술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마련된 VR 체험버스는 축제 기간 내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뿐만 아니라 팔복예술공장에 마련된 써니부엌에서는 9명의 작가가 참여한 탄소문화상품 전시장 ‘탄소정거장’을 통해 탄소 소재가 예술적 재료로서도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발전 방향도 모색했다. 전주문화재단 미래전략팀 김선정 팀장은 “미래문화축제 팔복은 전주의 전통적인 문화자원인 한옥, 단청, 한지 등에 미디어 아트 등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시도”라며 “역동적인 문화가 펼쳐질 미래문화도시 전주의 내일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소예(少睿) 전선자 작가가 오는 18일부터 최북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작품전을 선보인다. ‘나를 녹여 빚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작품전에는 지난 10여 년 동안 그의 스승 진묵 김상곤 작가로부터 배운 도예 작품 40여 점을 전시한다. 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 지난 10여 년 동안 품어온 정열을 쏟았다”며 “제 생김새처럼 많이 투박하고 무뚝뚝하고, 볼품없고, 매력도 없지만 진문 선생님과 ‘토리도예반’의 응원으로 전시를 열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전은 오는 24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지난 1987년 4월 ‘전북문학’ 117집부터 수필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 무주여성문학 ‘산글’ 동인회를 창립했다. 봄호 ‘시대문학’ 수필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를 창립하고 초대 지부장을, 이어 전북 여류문학회 회장, 전북 불교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책 읽는 사람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요 며칠, 어디를 가나 한강의 노벨문학상 이야기가 화두가 되고, 문학단체 카페나 카톡방에 들어가도 경사집 분위기입니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이제야 문인의 긍지를 느낀다’, ‘장하다 우리 딸 드디어 한국문학이 세계에 우뚝 섰구나!’ 등 온통 축하와 축복의 메시지들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동남아 등 세계가 한강의 소설을 읽으려고 줄을 섰다고 합니다. 매시간 방송과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노벨문학상 소식으로 드디어 K-문학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국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마디로 한류열풍에 기름을 붓고 날개를 달아준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작가의 영광은 물론이고 한국문학계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마치 수억 원짜리 복권에 당선된 기분입니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 등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K-팝의 열풍으로 이어져 K-푸드,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에 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이 저변에서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한국어 학습이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문학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번역의 문제’라고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삼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기저에는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큼 한국의 문화가 폭넓은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오빠, 막걸리, 한글 등의 단어가 순수 한국어로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고 그 진정한 의미를 외국인들이 알고자 할 만큼 한국어의 관심이 집중된 이 무대 위에 이제는 K-문학이 그 자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한류열풍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펜은 자발적으로 좋아하게 만듭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제일 바빠진 곳이 국내외 출판업계라는 것이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제 직장에서 10권의 책을 신청했는데, 수일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지지리도 답답한 분야로만 생각했던 문학이 생산이고 국익을 창출하는 효자가 되는 것을 목격하는 현장입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나 지자체의 관점도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작가 발굴과 지원, 기성작가의 재조명, 그리고 문학단체들의 창작활동과 출판업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문학 즉 글과 말은 모든 예술의 근본이 되고 바탕이 됩니다. 대부분의 예술 장르가 글과 말로 시작되고 표현됩니다. ‘조국의 아픈 역사를 강력한 문학으로 바꾸는 그녀의 능력’이 높이 평가되어 노벨상 후보에 올랐듯이 어떤 역사도 글이 없으면 계승 발전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글 쓰는 작가들은 기록의 소중함을 뼈속 깊이 깨달은 선각자입니다. 또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세계무대에서 돌파구를 찾는 순간’으로 격상된 이 시기를 한국문학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힘차게 웅비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가치를 인정받을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한강을 꿈꾸면서 문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내심 마음껏 즐기면서도 그녀가 전쟁으로 죽어가는 지구 저편의 인류를 위해 수상잔치를 거부했듯 상처 입은 이웃들에게 문학으로써 적은 위로라도 되어주는 이 가을이길 바라봅니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50년 동안 시민에게 치유와 휴식을 줬던 조경수들이 한순간에 잘려나가 너무 아깝고 안타깝네요.”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위치한 전북문학관 내부에 심어졌던 40여 그루의 조경수 중 30여 그루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르면 오는 2025년 12월 개관될 전북문학예술인화관(구 전북문학관) 건립 공사가 이유다. 주민들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치유를 주던 나무들이 사라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15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건물이 건립된 1980년대부터 약 5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조경수의 수령(樹齡)은 평균 50년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40여 그루를 채운 나무의 종류 역시 소나무, 단풍나무, 목련, 살구나무, 감나무 등 다양했다. 이처럼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던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문학관을 찾는 방문객과 주민에게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며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전북문학관 건물을 철거하고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을 건립하겠다는 전북자치도의 계획에 따라 조경수는 공사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전락하며 벌목의 대상이 됐다. 이날 오전에 찾은 전북문학관 공사 현장 일대는 조경수를 자르기 위한 전기톱 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설치된 철제 울타리 속 상당수 나무의 밑동과 가지가 잘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점의 주인 A씨는 과거 이 공간을 ‘시민들이 즐겨 찾던 산책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A씨는 “전북문학관 건물을 자주 찾진 않았지만, 수목이 우거져 방문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치유를 전한 전북문학관 마당을 즐겨 찾아 산책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벌목이 아닌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잘려 나간 가지들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전북자치도는 이번 벌목 사태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건물보다 높은 부지에 세워진 전북문학관과 주변 건물의 높이를 맞추기 위한 작업을 위해 나무 제거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전북문학관은 당초 도지사 관사를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로, 인근 다른 건축물보다 높은 부지에 나무와 건물이 세워졌다”며 “과거 이 단차는 ‘권위의 상징’으로 인식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의 설계 목적과 맞지 않아 층계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공사 과정 속 문학관 내부에 심어진 나무는 100% 제거될 예정이었지만, 최대한 보존할 방안을 꾀해 40그루 중 10그루는 기증과 옮겨심기를 통해 보존할 예정이다”며 “나머지 30그루는 크기와 모양 등의 이유로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안타까지만 벌목을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전통문화전당과 JTV전주방송이 공동 주최하는 ‘2024 한복 모델 선발대회 인 코리아’가 지난 13일 전주 종합경기장 특설무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한옥과 한복의 고장인 전주를 알리고자 마련된 한복 모델 선발대회는 고(故) 석주선 박사의 유일한 수제자인 이순화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 결과 영예의 대상은 이진(35·경기도 용인)씨에게 돌아갔다. 이진씨는 한복의 단아하고 절제된 미(美)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 수상자들에게는 전주시 한복홍보대사 위촉장이 수여되며 대상, 최우수상, 시니어상, 금상 수상자는 두바이 아부다비 화보촬영 및 세종학당을 방문해 K-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릴 예정이다.
선선해진 가을 날씨를 반기듯 도내 곳곳이 다채로운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는 이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특별한 웨딩 축제가 지역서 열리고 있다. 전주문화재단은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일환으로 다음 달 23일까지 2024 길거리 마당극 ‘스트릿 웨딩축제 Marry Me’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릴레이 버스킹 △웨딩이벤트 ‘100인의 결혼’ △시민참여 퍼포먼스 ‘함사세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특히 사전 신청을 통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구성돼 눈길을 끈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릴레이 버스킹으로 웨딩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재단은 오는 19일과 다음 달 16일, 23일 미스터리 대저택과 웨딩거리 일대서 버블쇼와 마술쇼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 오는 26일 오후 5시 풍남문 광장서 열릴 100명의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100인의 결혼’은 전주 최초로 시도되는 대규모 웨딩 이벤트를 통해 전주 웨딩거리를 특별한 웨딩 성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는 “이번 거리 웨딩축제를 통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며 “화려한 퍼레이드와 함께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북·강원·제주 특별자치도 지역 연극인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연극 잔치, ‘특자3도 연극제'가 지역에서 첫걸음을 뗀다. 한국연극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이하 전북연극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연극제는 지난해까지 ‘영호남 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연극제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발맞춰 변화를 꾀한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연극제인 만큼 ‘새 지평을 열다’라는 표어 내걸고, 전북·강원·제주 특별자치도 지역의 예술적 교류와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연극예술의 활성화 및 지역 간의 교류를 도모할 예정이다. 연극제는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총 3차례 무대로 진행된다. 이번 연극제에 오를 작품으로는 강원특별자치도의 ‘한여름의 랩소디’와 전북특별자치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즌1 꿀벌 미스터’, 제주특별자치도의 ‘혀’가 이름을 올렸다. 먼저 강원자치도 대표로 출전한 씨어터컴퍼니가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를 공연하며 연극제의 막을 연다. 이날 이들이 준비한 작품은 선풍기가 흔치 않던 시절, 마을의 하나뿐인 선풍기를 두고 아옹다옹하는 이야기의 레트로 감성 극이다. 누군가의 옛 기억을 통해 불러일으킨 향수와 추억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시골 장터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공연 시간은 오후 7시 30분. 둘째 날에는 전북자치도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인 배우다컴퍼니가 준비한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즌1 꿀벌 미스터’다.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던 작은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대도시의 모습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 배경과 접목한 이 연극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불필요하게 꼬여버린 생태계를 돌아보고자 한다. 공연 시간은 오전 11시. 마지막 날에는 제주자치도의 대표팀 오이가 ‘혀’라는 작품을 선보이며 연극제의 막을 장식한다. 거짓말을 주제로 전개되는 작품을 통해 허구적 성격을 지닌 희곡과 거짓말의 관련성에 대해 탐구한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 조민철 전북연극협회장은 “영호남 연극제는 정치도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 지리적 단절과 갈등을 연극이라는 치료 기재로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주고 정서적 합일을 끌어낸 신통한 연극제였다”며 그간 개최해 왔던 영호남 연극제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월이 흐르며 여러 영역에서 많은 교류가 이어져 이제는 원래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이 됐고, 연극제의 유효성과 효율을 올해 새로 출범한 전북자치도와 같은 이름을 가진 지자체와의 교류로 순기능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며 “익숙한 공연 형태와 말투가 아닌 공연단이 찾아와 이 지역 관객들과의 직접적인 교감과 발흥을 추구해 나갈 출발부터 의젓한 특자 3도 연극제가 진화돼 가며 켜켜이 이력을 쌓아나가는 것을 응원해 주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올해 연극제는 전석 무료이며, 예약은 전화(063-277-7440/010-3272-5045)로 가능 하다.
“앞으로도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쓰는 서예로 한국서예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이제는 ‘서예가’라는 타이틀이 더욱 친근하다는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72)의 서예초대전 '거침없이 쓴다, 푸른 돌·취석(翠石) 송하진 초대전' 개막식이 지난 12일 전주 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날 전시 개막식에는 최병관 전북자치도 행정부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 서현석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 우산 송하경 서예가, 이당 송현숙 서예가, 산민 이용 서예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송하진 서예가는 개막 인사말을 통해 “서울 전시에 이어 전주 전시까지 이렇게 발걸음을 해주신 모든 내외빈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제 고향인 전주에서 열리는 만큼 이번 전시회가 더욱 긴장되지만, 지난 세월간 자유롭게, 거침없이 써온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취석 송하진 선생님의 ‘거침없이 쓴다’ 전에는 당신의 삶이 녹아 있는 듯하다”며 “송하진 선생님의 삶과 여백이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을 이루길 진심으로 기원하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거침없이 쓴다, 푸른 돌·취석(翠石) 송하진 초대전’은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10일까지 전주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진다. 그는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번 전시와 같은 주제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과거의 법칙이나 형식‧틀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쓴 서예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서울 전시회의 연장선으로 마련된 이번 전주 전시회는 송 서예가의 고향에서 개최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 전시장에는 과거의 법칙과 형식,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쓴 서예 작품으로 채워져, 서예가 낯설게 느껴지는 일반 시민도 쉽게 접근해 즐길 수 있게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주 전시에서는 최근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거머쥔 소설가 한강 작가의 시를 송 서예가의 필체로 만나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작품은 지난해 여름 쓰여진 것으로 시 제목은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다. 송 서예가는 1979년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전북도청에서 공무원을 시작했다. 이후 제36·37대 전주시장, 제34·35대 전북도지사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22년 6월 말 공직에서 은퇴했다. 서예가로서 인생 제2막을 맞이한 그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제7회 청암 김철규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2일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열렸다. 올해 시상식은 청암 김철규문학상 운영위원회 김철규 이사장과 수석고문 김남곤 시인, 문효치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와 정동영 국회의원, 문승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남관우 전주시의회 의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올해 수상자는 이형구 시인으로, 그는 2001년 등단 이후 좋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온 것은 물론 법학박사로서 전북문단의 법률자문을 맡아 헌신해왔다. 김철규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문학 창작으로 사회의 촛불이 되는 문인을 지정해 수상하는 한편, 내년부터 특별상 부문을 신설, 문학상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규모를 키워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조미애 청암 김철규문학상 운영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이형구 시인의 시 세계는 사유를 통섭해낸 듯이 시의 내면을 구조화하고 있으며, 자연만물이 영성을 지닌 대상으로 마주서 감정이입의 단계를 거쳐 의인화한 사상의 형상화를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시인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형구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시에는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며 “힘들고 지친 독자를 위한 시 창작을 이어갸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암 문학상은 언론인 출신으로 전북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김철규 시인이 ‘문학의 철학과 사상이 인간에게 주는 위대함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2018년에 제정했다. 선정 대상자는 70세 미만으로 문단 경력 5년 이상인 자, 최근 2년 이내 작품집 발간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 자이다. 이러한 문인들을 대상으로 작품성과 문학활동을 고려해 매년 1명씩 수여하고 있으며 올해 7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소설가 한강(53)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두자 전북 문학계와 여성계에서도 일제히 환호하며 수상을 축하했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계의 주류에 편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은 13일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계의 축복”이라며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시와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독서문화가 확산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힘차게 웅비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 특히 매년 노벨상 수상 분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인 최초로 한강 작가가 선정되면서 K-문학의 저력을 전 세계에 떨쳐냈다고 강조했다. 김영 석정문학회장도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뻐하며 “한강의 작품은 우리나라 소설을 끌어가는 손잡이이며, 기둥이다”고 운을 뗐다. 소설가 한강을 통해 한국 문학이 드디어 부력을 얻게 됐다고 설명하며 “몇 번을 축하하고, 몇 날을 기뻐해도 오히려 모자란 날들”이라고 했다. 전북문단의 원로시인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 역시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국 현대사에 가장 큰 쾌거”라며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은 “한강이 보여준 K문화가 노벨문학상을 통해 세계문단의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노벨문학상 주요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한국의 젊은 여성작가’ 한강이 수상하자 도내 여성계에서도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노벨문학상은 최근 10여 년간 남녀가 번갈아 받는 추세였지만, 아시아 작가의 수상은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미정 전주 여성의 전화 전 대표는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탄생했다는 것 자체도 기쁘지만, ‘한강’ 작가라는 점에서 더욱 기쁘다”며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여성 가부장제의 아픈 이면을 잘 다뤄낸 작가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여성혐오 문화 등이 극복되진 않겠지만, 관련 문제에 긍정적인 실타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청소년과 20~30대가 한강 작가의 책을 접하고 재평가되는 시각이 생긴다면 사회 전반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동시에 노벨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한 장의 그림이 등장했다. 중단발의 머리, 노란 황금빛이 감도는 얼굴, 알듯 말듯 은은한 미소를 띤 한강의 초상화였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 이미지는 스웨덴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렸다. 엘메헤드는 2012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도맡아 온 화가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평화 분야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는데, 대외활동보다는 연구에 매진해 온 수상자들의 경우 고화질의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2012년 노벨위원회의 미디어 분야 예술 감독으로 일하게 된 엘메헤드는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 수상자의 저화질 사진을 올리는 것이 마땅찮다고 봤고, 그림으로 사진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상화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2014년부터 노벨상 공식 초상화가로 일하게 된다. 그가 그린 초상화를 보면 수상자들의 얼굴이 황금빛으로 표현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상자의 인종,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황금색만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피부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엘메헤드는 처음에는 푸른색과 노란색을 섞어 초상화를 채색했지만, 2017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 공식 색상이 금색으로 정해지면서 채색 방식을 바꿨다. 엘메헤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에는 검은 윤곽선에 푸른색과 노란색 음영을 줘서 강조했다"며 "2017년에 주된 색상을 금색으로 하기로 했고, 여러 가지 종류의 금빛 물감을 쓰다가 금박을 입히는 것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작업 방식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아주 얇은 금박을 특수 접착제로 붙인다. 공식 발표에 앞서 초상화를 그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엘메헤드는 노벨상 수상자를 미리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노벨위원회의 기밀 정책 때문에 정확한 시간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내가 꽤 빨리 그림을 그리는 편이고, 초상화는 몇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강 작가가 한 시상식에서 전년도 수상자로서 제게 상을 준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스토리보드와 더미북(견본책) 같은 습작이 경이롭다'는 짤막한 편지를 써서 읽어주셨죠. 또래이기도 해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울컥하더라고요." 그림책 작가 백희나는 지난 10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제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2020년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한강은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영감을 준 작가 중 한명으로 스웨덴 아동문학 작가인 린드그렌을 꼽았다. 백희나는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라니, 정말 기뻤다"며 "꼭 남녀를 나누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성 교육이 일반화된 게 몇십년 안 됐는데 짧은 시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게 대단한 일이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강이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국내 출판계에서 신드롬급의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학계는 최근 수년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해외 유수 문학상에서 낭보를 전해 '포스트 한강'이 등장할지에 대한 관심도 받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문학번역원 자료에 따르면 한강의 2016년 맨부커상 국제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8년여간 한국 작가들은 국제문학상(만화상 포함)에서 31차례 수상했다. 이중 여성 작가의 수상은 한강, 김혜순, 편혜영, 손원평, 윤고은, 김초엽, 황보름 등 22차례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세계문학의 중심이 서구, 남성, 백인의 서사에서 아시아 여성의 언어에 주목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이들의 활약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한강 외에도 노벨문학상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는 미국과 유럽에서 독자를 확보한 김혜순 시인이다. 김혜순은 2019년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을 차지했고 2021년 스웨덴의 시카다상을, 올해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2022년에는 영국 왕립문학협회의 국제작가로도 선정됐다. 세계 시장에 각인된 30~50대 여성 작가군이 탄탄해진 점도 낙관적이다. 이들은 여성 서사에서 나아가 판타지, 추리, 과학소설(SF)까지 장르 다양성도 확보했다. 정보라는 굵직한 국제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과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그는 SF와 판타지, 호러를 경계 없이 넘나드는 작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장르 문학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윤고은은 2021년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아시아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같은 해 이 작품으로 SSF 로제타상, 영국&아일랜드 코미디 우먼 인 프린트상, 2022년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편혜영은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소설인 '홀'로 2018년 미국의 셜리 잭슨상을 받았다. 2019년 일본번역대상과 2020년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과 독일 리베라투르상 후보에도 올랐다. SF 작가 김초엽은 비중화권 작가 최초로 중국의 양대 SF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2023년 중국 성운상 번역작품 부문 금상, 은하상 최고 인기 외국작가상을 받았다. 디아스포라(이산)의 역사를 다룬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로 확장하면 여성 파워는 더욱 거세진다. 이민진은 재일조선인 4대의 파란만장한 연대기인 '파친코'로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2022년 이 소설이 애플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제2의 이민진'으로 불리는 김주혜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되던 날, 데뷔작인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세계 아동문학계에선 이미 백희나와 이수지가 그림책 작가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두 상을 거머쥐었다. 백희나에 이어 이수지는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이수지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동네책방 에디션 표지를 그린 인연이 있다. 한강은 이수지가 그림책 작가들과 공동 창작하는 '바캉스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심청'의 바다 그림 중 쓰지 않은 장면을 표지로 담았다. '심청'은 정식 출간된 책이 아니란 점에서 독자들은 한강의 넓은 관심사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올해로 124년을 맞은 노벨상은 어느 정도 예측은 됐지만 예상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수상 사례를 잇따라 배출했다는 점에서 '예견된 파격'이라고 할만하다. 우선 매년 노벨상 수상 분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는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여성 작가 한강이 선정되며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강은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품에 안으며 K-문학의 저력을 전세계에 떨쳤다. 올해 문학상이 여성 작가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은 일찌감치 나왔으나 주요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50대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은 그동안 노벨문학상의 관행을 깨는 신선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과학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이 주인공이었다. AI는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동시에 실제 수상은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나왔는데,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가져가며 AI 시대를 활짝 열었다. 평화상은 일본 원폭 생존자 단체에 돌아간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2개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핵심'을 비켜 간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젊은 아시아 여성 작가' 한강 문학상에 전 세계 '깜짝'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의 소설로 전세계적 인지도를 쌓은 한강(53)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 여성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처음이다.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수상자다. 올해 노벨 문학상은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는 점에서 한강의 수상은 어느 정도로는 예측이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은 최근 10여년간 남녀가 번갈아 받는 추세가 굳어졌는데 지난해에는 노르웨이 남성 작가 욘 포세가 받았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 작가의 수상은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노벨문학상 주요 후보로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강의 수상은 이변으로도 받아들여졌다. 한강이 앞서 영국 맨부커, 프랑스 메디치상 등을 받으며 이미 국제적으로 상당한 명성을 쌓은 작가이지만 유력 후보군에서 빠졌던 것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덜 알려진 한국 작가라는 점이 컸다. 중국과 일본은 앞서 이미 노벨 문학상 작가를 배출했고 매년 유력 후보군에 자국 문인들이 거론되곤 했다. 작가로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한강의 나이도 영향을 미쳤다. 노벨 문학상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평가해 수상자를 정하기 때문에 60∼70대 이상 연령대 수상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작가들도 대부분 70대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 여성 작가' 한강이 수상하자 주요 외신과 문학계는 예측 밖이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NYT는 중국 작가 찬쉐 등이 올해 유력 후보였다는 점을 들어 한강의 수상은 "놀라운 일"(surprise)이라고 표현했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예상을 뒤엎었다"고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올해 수상자 선정은 문화 엘리트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은 물론 한국 문화 전반도 다시금 주목받았다. AP와 AFP통신 등은 드라마 시리즈와 영화, K팝 등 한류 전반의 흐름을 짚으며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며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 과학 분야 주인공은 AI…첫 등장에 물리학상·화학상 휩쓸어 올해 노벨상 무대에서는 AI 관련 연구가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가져가며 과학 부문의 주인공이 됐다. 8일 발표된 물리학상은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91)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구글 부사장을 지낸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받았다. 이어 9일에는 구글의 AI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39)이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62)와 함께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허사비스와 점퍼는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 '알파폴드' 개발 공로를, 베이커는 '단백질 설계 예측'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근 급격히 발전하며 거대 혁신으로 주목받은 AI 기술은 올해 노벨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일찌감치 거론됐다. 글로벌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의 과학정보연구소의 연구분석 책임자인 데이비드 펜들베리는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과학자들이 화학상 후보로 고려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AI가 그동안 주로 순수 학문 분야에 수여됐던 노벨상을 올해 처음 받으면서 2개 부문을 '접수'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AI를 필두로 한 컴퓨터 과학은 순수 학문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이자 기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학계가 아닌 업계 출신이 노벨상을 받은 것 역시 이례적이다. 허사비스 CEO와 점퍼, 힌턴 교수 세 사람 모두 빅테크 구글의 전·현직자다. 학계 안팎에서는 현대 과학의 전면에 AI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오렌 에치오니 워싱턴대 컴퓨터과학 명예교수를 인용해 올해는 노벨위원회가 인공지능을 주목한 해였다며 "인공지능이 과학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키웠는지 인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AI가 노벨상에 왔다"고 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벨상 측이 학문적 발견보다 컴퓨터를 이용한 방법론에 집중한 점을 비판하는 'AI 2관왕'이 과학 분야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AI 기술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당장 힌턴 교수와 허사비스 CEO 등 수상자들도 소감을 전하면서 AI가 통제 불능이 돼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한편 생리의학상은 유전자 조절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70)와 게리 러브컨(72)에게 돌아갔다. ◇ 평화상은 일본 반핵 단체…'전쟁통 비켜 갔다' 비판도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기리는 노벨 평화상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수단 등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되는 포화로 암울한 분위기 속에 발표됐다. 전쟁통에 발표되는 평화상인 만큼 노벨위원회가 수상자 선정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반핵 운동을 펼쳐 온 원폭 생존자 단체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團協·니혼히단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위원회는 니혼 히단쿄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핵 금기'(the nuclear taboo)의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두고 원폭 투하 80주년을 한해 앞두고 핵무기 위험성과 핵 군축·군비 통제 필요성을 환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수상자 선정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수단 등 현재 진행형인 전쟁들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나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이스라엘 측에서 반대하는 후보의 수상이 불발된 것을 두고 노벨위원회가 논쟁을 피해 가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올해 노벨평화상을 보류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 개인 수상자 8명 평균나이 64세…여성은 한강 유일 노벨상은 총 6개 부문 가운데 지난 7∼11일 5개 부문 수상자가 정해졌고 경제학상 발표만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상자 가운데 개인은 8명으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3.9세다. 최고령자는 물리학상을 받은 홉필드, 최연소자는 화학상을 받은 점퍼다. 여성은 한강 1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남성이다. 또 한강을 제외한 나머지 수상자들은 모두 미국 또는 영국 출신이어서 올해 노벨상은 앵글로색슨(북미·영국)계 남성 편중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상은 14일 중부유럽표준시로 오전 11시 45분(한국시간 오후 6시 45분) 이후에 발표된다. 노벨상 다른 분야는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돼 1901년부터 수여됐는데 경제학상은 그보다 한참 늦게 시작됐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상을 제정하기로 하고 노벨 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1969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으로 통칭되지만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분야 노벨상은 전쟁 등으로 중간에 공백기가 있기도 했으나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수여됐다. 지난해까지 수상자는 총 93명이다. 단독 수상이 26차례, 2명 공동수상이 20차례, 3명 공동수상은 9차례 나왔다. 여성 수상자는 3명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린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천만원)가 주어진다.
이 길일까? 저 길일까? 비몽사몽 헤맸습니다. 도대체 문은 어디일까요? 바늘귀만 한 구멍이라도 보여야 헤어날 텐데, 얽힌 꿈길 실마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뜨고도 감은 눈 더듬더듬 신발을 꿰신습니다. 새벽 다섯 시, 어찌어찌 꿈 밖으로 나와 일없이 걷던 천변길에 섭니다. 머리를 남으로 두르고 싶건만,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서쪽인지 어림도 못 하겠습니다. 점치듯 발길에 맡깁니다. 안개 때문인지 백태 낀 눈 때문인지 이어졌다 끊기는 길, 그저 더듬이 쫑긋 세우고 달팽이 걸음입니다. 등대 같던 샛별이 깜깜 지워졌습니다. 건너편 그 높던 아파트 간곳없습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흔들리던 내 속엣말도 수신되지 않습니다. 지금 눈앞에 없는 하늘과 땅과 나, 세상은 헛것일까요? 앵앵 앰뷸런스가 적막을 깹니다. 어라, 발밑에 개똥이 밟힙니다. 돌아가 대문 앞, 나를 기다리는 게 개일지 늑대일지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멀리 제자리 우뚝 선 모악산이 보면 나는 겨우 오 리 안개에 갇혀서 갈팡질팡하겠지요. 이마에 묻은 안개가 간밤 꿈속을 헤맨 식은땀만 같습니다. 새벽안개 짙은 가을날은 쨍하다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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