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초남이성지와 바우배기 세계적 평화의 장으로 조성해야"
지난해 3월 한국 최초의 순교자 유해가 발굴된 완주군 초남이성지와 바우배기를 종교 차원의 역사적 장소를 넘어 국가문화재, 세계적 평화의 장으로 조성하는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해경 전북대 교수는 31일 완주군청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남이성지 2차 학술세미나 ‘초남이성지의 정비 및 활용계획’주제발표에서 “초남이성지는 복자 유항검의 생가터이자 복음을 전파하던 곳이며, 약 1km 가량 떨어진 바우배기는 지난해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 윤지헌의 유해가 확인된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완주군과 국립 완주문화재연구소, 천주교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가 주최 주관해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남교수는 “초남이성지는 천주교의 역사문화 자원이기도 하지만 단계적으로 국가문화재 지정 절차를 밟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먼저 지난해 시행한 전라북도 건축문화자산 중에서 종교자산에 편입해 건축과 문화재계에 가치를 인식시키고, 관련 사료를 수집해 도지정문화재,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시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도 했다. 또, 구체적인 정비 및 활용방안 과 관련, “‘성지 역사관’을 조성하고 관광자원과 당시 사회의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순교지를 중심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광장을 조성하고 주위에 성직자들의 수도를 위한 공간과 피정센터, 라키비움, 일반인이나 신도들을 위한 치유공간, 믿음살이 체험센터, 체험공간, 순례길, 종교정원(환경생태 관련 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조광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조선후기 정치·사상적 변화와 천주교’ 주제 강연에서 초남이 바우배기 일대 발굴 및 성지화 작업과 관련, 로마 시내 중심부 ‘포로 로마노’ 사례를 들며 “성지 개발이 성지 파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소박한 무덤은 소박한대로 보존될 때, 바우배기 성지는 더욱 성지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계했다. 또, “천주교가 조선에서 단행한 조상제사금지령에 관한 재검토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상제사금지령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야 한국교회는 올바른 교회사와 건강한 순교신학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복자 윤지충 권상연 윤지헌의 삶과 신앙, 그리고 순교’로 주제발표를 한 김수태 충남대 교수는 1796년 윤지헌 등이 북경 주교에 요청한 ‘서양선박 청원’과 관련, “서양선박 청원을 통해 주교와 신부의 영입, 성상과 성유 등의 획득을 바랐던 조선의 신자들이 지향한 최종적인 목표는 조선에 교회를 세우는 일이었다”며 “이를 통해 조정의 천주교 박해를 멈추고, 자유롭게 믿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지헌, 이육희(유항검 동생 유관검의 처) 등 천주교에 대한 절의를 중시하며 순교한 자들의 외침 속에서 순교자들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다”며 “참된 신앙인이라면 진리 추구와 실천에 목말라 매달리는 구도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순교 역사는 오늘날 참된 구도자의 신앙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석원 수원교회사연구소 연구실장은 ‘천주교 박해시기 순교자 시신의 수습, 안장, 이장에 관한 자료 연구’ 발표에서 “자료를 통해 수습과 안장이 확인된 경우는 물론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경우까지 포함하여 순교자 273명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순교자 시신의 수습, 안장, 이장에 대한 본격적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완주 초남이성지 바우배기에서는 지난해 3월 신해박해(1791년) 때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 권상연 야고보 복자의 유골과 신유박해(1801) 때 순교한 윤지헌 프란치스코 복자 등 3인의 유해와 유물이 확인됐고, 유해는 9월 초남이성지 교리당에 안치됐다. 완주군과 천주교 전주교구는 문화재청에 국가문화재 지정을 요청하고 있으며, 완주문화재연구소는 바우배기 현지에 대한 추가발굴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