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의 4대 우상과 우리네 현실 사이
우리는 우리 사회생활 중에 허다히 많은 선입견으로 생기는 편견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고 협치가 결렬되며, 증오가 유발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다못해 세상 돌아가는 시국을 화제로 올렸을 때에도 상대편이 무슨 종류의 신문을 보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대화를 풀어가야 하는 웃지 못할 경우에 직면한다. 왜냐하면 ‘ㅈ’신문을 구독하는 사람과 ‘ㅎ’신문을 구독하는 사람 사이는 극보수와 극진보 견해의 시국관으로 각각 상대를 용납 못 할 정도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오랜 우정도 이런 견해 차이로 결별을 맞는 경우도 필자는 가끔 보았던 것이다. 그 서로 다른 견해 차이의 서로 다른 정보만 받아들여서 상호의 경계를 도저히 허물 상태가 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정치 붕당을 서로 다르게 지지하며 지역 감정으로까지 발전하는 우리네 현실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영원한 보수 진영 논리와 영원한 진보 진영 논리는 중도의 회색 지대를 용납하지 않고 오로지 흑백 논리로만 일관한다. 역사적 과거 사실에까지 더듬어 역류하여 자기 편협의 논리 프레임에 오류의 역사관을 가둔다. 종교 문제도 그렇다. 서로 다른 프레임에 갇혀서 다른 종교는 철저히 봉쇄한다. 종교 문제를 담론으로 삼는 좌담회는 절대로 상존할 수 없는 어리석음의 극치인 것이다. 이미 한국 사람들은 종교 문제로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슬기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민족들 종교 전쟁을 우리는 비웃듯이 말이다. 이처럼 선입견에 의한 편견의 오류를 규명하고 경계하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4대 우상이란 명제로 우상의 갈래를 화두로 띄웠다. 첫째로, 집단의 공통된 성질에서 생기는 문제의 우상을 종족 우상이라 하였고, 둘째로, 환경, 습관, 교육, 취미 등의 영향으로 생기는 문제의 우상을 동굴 우상이라 하였으며, 셋째로, 사람들의 교제나 특히 언어가 사고를 제한하는 것에서 생기는 문제의 우상을 시장 우상이라 하였으며, 넷째로, 역사, 종교, 전통, 전설 등의 신봉에서 생기는 문제의 우상을 극장 우상이라고 정리했다. 그런데 우리네 현실 속에서는 다른 많은 우상들이 너무나 많이 생겨났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맨 먼저 학벌에 대한 편견의 우상이다. ‘S’대를 나온 사람과 삼류 대학을 나온 사람 사이는 편견이 바다처럼 깊고 넓다. 그 “S’대 법대 출신들 검사들은 우상의 꼭지점에 놓여 있디. 인격 인품의 변별성은 학벌로 좌우된다. 동창의 인연 끄나풀은 우리나라 사회의 병폐 중의 병폐이다. 명문고 동창의 연대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 지연에 따른 우상이다. ‘우리가 남이가‘ 하는 어휘는 내내 우리들 인식 속에 지연의 고리 병폐로 굳어진 상징어가 되어 버렸다. 다음으로는 씨족 관념의 우상이 대두된다. 일가친척 간의 연대 맺음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부부 자녀 간의 편견은 정의와 보편적 상식으로는 제어될 수가 없다. 이 외에도 우상으로 자리매김된 분야가 허다하다. 직업 우상, 직위 우상, 예술 우상, 양반 우상, 사법 기관 및 검찰 경찰 우상, 대학교수 우상, 재벌 우상, 건달 우상, 연예인 우상, 체육 선수 우상, 자동차 우상, 주택 우상 등등 모두 나열할 수가 없다. 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으로 <오만과 편견>이란 명저가 있다. 내가 오만하면 남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내가 편견에 사로잡히면 내가 남을 사랑할 수 없다는 명언이다. /소재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