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본 심청전
전주 완판본문화관에서 오늘 오후 2시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100년 만에 핀 꽃, 완판본 심청전’이다. 이 행사는 100년 전 전주 출판가에서 목판으로 인쇄된 심청전의 목판 복각 출판 기념식이다. 오는 10월 9일 한글 571돌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고, 전주 완판본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가 있다. 목판 복각 작업에는 전주에서 완판본의 맥을 이어가는 안준영 선생과 그 문하생인 강상미, 김상욱, 김형채, 박은희, 신갑철, 안은주, 안정주, 이인숙, 조승빈 씨 등이 참여했다.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해 내야 하는 이 기나긴 작업이 결실을 보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이번에 이산 안준영 선생과 문하생들이 해 낸 완판본 심청전 복각 원본은 1906년 전주 서계서포(西溪書鋪)에서 간행된 완서계신판(完西溪新板)이다. 박순호 교수의 소장본을 모본으로 하여 작업이 진행됐다. 이 심청전은 상·하 2권이다. 2007~2009년에 상권 30장이 복각됐고, 하권 41장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전주에서 복각 작업이 진행됐다. 이산 안준영 선생과 그 문하생들의 이번 작업은 몇가지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 출판문화를 주도하며 한글 대중화를 이끈 전주 완판본을 현대에 펼쳐 보임으로써 출판문화의 중심지 전주의 자긍심을 높였다는 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판각강좌의 소중한 결실이라는 점,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복각했다는 점, 전주 한지에 인쇄해 오침안정법으로 묶은 서책이라는 점 등이다. 또 이번 작업을 통해 문화 원형의 전승 중요성과 완판본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전주는 기록문화라는 소중한 자산을 보유한 도시다. 사실 심청가나 열녀수절춘향가 등 100년 전의 완판본 목판은 대부분 소실됐지만, 전라감영에서 작업했던 완영본목판은 전주향교에 5059판이나 보관돼 왔다. 지금은 전북대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지만, 전라감영에서 인쇄한 목판 완영책판이 이 정도 보관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경북의 안동국학진흥원이 국내에서는 10만장에 달하는 책판을 보유하고 있지만 감영판본은 전무하다. 소설류인 완판본이 6.25전쟁 등을 겪으며 소실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주 선비들이 감영판본을 5059판이나 거의 원형대로 보관해 온 것은 조선왕조실록을 온전히 지켜낸 고장으로서 전주의 출판문화 자긍심이 남달랐음이다. 아쉬운 것은 전주가 전통판각 기능의 원형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2007년 전주에 와 완판본문화관을 맡아 운영하며 판각기능을 전수하고 있는 안준영 선생의 작업이 남다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