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8 23:01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목대] 枯死木

지리산이나 덕유산을 등반하다 보면 정상 부근에서 고사목(枯死木)들을 만나게 된다. 껍질마저 벗겨져 회백색의 속살을 드러낸채 앙상하게 서 있는 이 나무들을 보면 새삼 식물들의 생명력과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게 된다. 이 고사목들이 수명을 다 해 자연사했는지 아니면 인위적인 산불로 고사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해발 1천3백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잔해만 남은채 고고(孤高)함을 지키는 그 모습이 일견 경외스럽기 까지 하다.이 고사목들은 대개 희귀수목으로 화석(化石)나무라고도 불리우는 주목과 구상나무들이다. 이중 구상나무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고 있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덕유산 일대에 있는 주목이나 구상나무중에는 인위적으로 고사하거나 고사가 진행중인 경우도 많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설천봉에 스키슬로프를 조성하면서 3백66주를 옮겨 심은 결과 절반 이상이 죽고 겨우 1백52주만이 살아 남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구상나무는 아예 1백13주가 모두 고사해 버린것으로 본사 취재팀이 확인하기까지 했다.당시 스키 슬로프 공사를 할때부터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환경단체들이 결사적으로 이를 반대했지만 국가이익이라는 명분에 밀려 허사로 그치고 말았었다. 그리고 결과는 예견한대로 환경파괴가 주는 자연의 재해를 고스란히 되안게 된셈이다.문제는 옮겨심은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쌍방울리조트측에도 있다. 여론에 밀려 몇천만원씩을 투입하면서 환토(換土)작업, 수간주사등을 놓았으나 한번 제 터전을 잃은 나무들은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이 나무들을 되살리는 것보다는 구상나무 군락지를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묘목을 심어 나갈 계획이라니 딱하다. 빙하기(氷河期)까지도 이겨낸 주목과 구상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이 인간의 이기심에 밀려 고사목으로 바뀌는 현실에 분노를 느낄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1 23:02

[오목대] 無關心

참견이 지나치면 골치 아프지만 무관심은 더욱 문제다. 섭섭한 건 둘째 치고 가끔 치명적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에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길에 쓰러져 있는 술꾼들을 보면 얼어죽지 않도록 깨우거나 파출소에 연락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 힐끗 한번 쳐다보고 혀를 끌끌 차고는 지나가 버린다. 또한 공공대로에서 드러내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고등 학생을 내 자식아니니까 그냥 지나쳐 버리는 사회적 풍조는 극히 이기적인 무관심이다.무관심은 사람 사이에 무수한 실금을 긋고 그것은 점점 커져서 우리 사회에 건널 수 없는 커다란 틈새를 만들기도 한다. 차라리 마음에 들지 않아 보내는 냉소적 무관심이라면 그대도 나은 편이다. 괜히 참견하여 손해볼 필요가 없다는 이기적 무관심은 우리 사회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그러나 애정있는 무관심도 있을 수 있다. 대분의 사람들은 관심을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때로는 적당하게 무관심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일 수 있고, 관심으로 주는 사랑의 표현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성경에서 예수는 가나안 여인이 흉악한 귀신들린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다가왔을 때 그 여인에게 무관심했다. 그것도 인격을 모독하는 것으로 느껴질 만큼 혹독한 무관심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그 여인에게는 소원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이 배경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겉으로 표현되어진 예수의 무관심은 무관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때는 진정한 사랑의 표현인 관심이 필요하지만 어떤 때는 깊은 사랑의 표현인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선거가 임박한 요즈음 정당이니 입지한 후보 예상자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한심하고 웃기는 작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인 것이다. 유권자의 50% 수준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면 이것을 꼭 무관심이라 할 수는 없다. 이 무관심은 정치인들의 잔치판을 끝낼 수도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0 23:02

[오목대] 사이버 選擧

4·13 총선도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도내에서는 선거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다. 괜스레 신문과 TV만 요란할 뿐 정작 도민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말이 총선이지 결과는 뻔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이번 선거는 흥미조차 없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벌써부터 투표율이 걱정된다.국민의 대표를 뽑는 총선은 나라마다 법률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대개 1인1표제에 무기명,기호,비밀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유권자의 신분과 나이, 납세실적에 따라 투표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19세기말 벨기에 같은 나라는 한선거구에 2년이상 거주자에게는 2표, 3년이상 거주자에게는 3표를 부여했다. 또 25세이상에 2표, 30세이상에 3표, 50세이상에 5표를 부여했고 미혼자에게는 3표, 기혼자에게는 5표를 인정하기도 했다.그렇지만 머지않아 지금과 같이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고 개표소에서 개표를 해 당락을 결정하는 투표방식은 박물관에서나 구경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는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선거’와 ‘사이버 투표’가 시대의 큰 흐름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실제로 지난 11일 미국 애리조나주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예비선거에서 사상 처음 인터넷 투표가 실시됐는데 예상외 큰 성공을 거뒀다는 외신이다. 이날 인터넷 투표를 한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이나 돼 결국 84년이후 16년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이버 선거와 투표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아직 사이버선거는 불모지나 마찬가지이다. 겨우 인터넷에 자기를 소개하는 정도의 초보 단계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후보자와 유권자가 언제나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고질병인 금권·관권시비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도 사이버 선거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 같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8 23:02

[오목대] 인간 게놈 프로젝트

최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인간의 유전자 지도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허용돼야 한다고 발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생명공학산업의 핵심 정보인 게놈 프로젝트가 공개될 경우 국내 기업들뿐만 아니라 기타 외국 기업들도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의의가 크다.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인간 유전자의 구조와 역할을 밝히기 위해 30억개에 달하는 인간의 염기 서열을 밝히는 작업을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그 규모가 방대하고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이유가 따로 있다.그것은 바로 ‘생명의 신비’때문이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 쯤이면 인간 유전자 전체의 기능과 위치, 그리고 조절기능 등이 모두 밝혀지게 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이를 이용하여 유전자의 위치를 지도로 작성하고 인체 설계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들어보지도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그 동안 인간을 괴롭혀 왔던 유전병은 물론 암을 비롯한 불치병들이 속속들이 치료될 수 있고 아직도 그 기능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인체 내의 여러 기관의 기능과 복제까지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21세기는 첨단과학기술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갈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에 선보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21세기의 과학기술은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중 유전공학은 특히 그러하다.인간에 의해 생명의 신비가 벗겨진다면 인류는 조물주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게 됨과 동시에 그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조물주의 손에 있던 ‘생명의 열쇠’를 넘겨받으려 할 것이다. 한 가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조물주가 인간의 신성 접근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7 23:02

[오목대] 플레이스-마케팅

플레이스-마케팅이란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지역 또는 장소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지역을 디자인함으로써 지역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고객유치를 극대화하려는 기업주의식 지역개발전략이다. 플레이스-마케팅이란 고객만족경영이라는 현대적 마케팅개념을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발전계획 수립과정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있다.원래 그러한 마케팅방법은 미국에서 쇠퇴하는 공업도시들이 기존의 부정적 지역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했던 방법이다. 예컨대 미국의 피츠버그시의 경우 주력산업은 철강산업이었다. 그런데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자, 스모그, 범죄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부정적 도시이미지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피츠버그시는 고민 끝에 플레이스-마케팅을 하면서 시와 기업인이 협력해서 도시재건에 앞장섰고 외부민간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또한 ‘피츠버그에 사는 101가지 이유’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각종 기금을 모집했으며 하이테크산업, 서비스산업 등을 유치하여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결국 미국 도시중 삶의 질이 최고인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도시 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지의 지자체들도 플레이스-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최근 국토연구원이 전북도에 제3차 종합발전계획에 대한 중간 용역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전주시의 지역중심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 전주시와 완주군을 중심으로 한 5개 통합개발권의 중첩 모형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종합발전계획은 4월중 주민의식 조사와 8월중 주민공청회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인가. 그러한 종합발전계획은 관주도의 계획이라는 점이다. 지자체가 관주도의 계획을 탈피하고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그러한 관주도의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스-마케팅 전략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6 23:02

[오목대] 새만금 未來소송

바닷가에 모래톱으로 이루어진 갯벌은 육지에서 강물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갯벌 10㎢만 있어도 인구 10만명의 도시에서 쏟아내는 오염물질을 말끔히 정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자정(自淨) 능력이 뛰어나다. 일종의 자연 하수종말처리장 구실을 해내는 것이다.전북도의 최대 숙원사업인 새만금사업에 대해 환경론자들이 그토록 반대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갯벌이 소멸된다는데 있다. 새만금사업이 완공되면 새로 8천5백만평의 농지와 3천6백만평 크기의 담수호가 생긴다. 반면 이 사업으로 사라지게 되는 갯벌은 약 6천만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여기서 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 양론이 현격하게 대립한다.찬성론자들은 국토의 균형개발과 전북도가 구상하고 있는 새만금 복합산업단지 조성만이 전북의 미래를 확실히 담보할 수 있다는 당위성을 펴고 있다. 반대로 환경론자들은 갯벌의 경제적 가치로만 따져도 농경지의 1백배에 달하는데 굳이 금싸라기 같은 갯벌을 없애면서까지 농경지를 조성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현재 새만금사업은 이런 점들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기 위해 학계·환경단체·정부관계자등으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환경에 끼치는 영향과 경제성등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 발표도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이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요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얼마전에는 18세미만의 청소년과 어린이들 1백명 명의로 ‘새만금사업반대 미래소송’을 제기할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문가가 아닌 도민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환경마찰이 비단 새만금사업뿐만은 아니지만 이미 착수된 사업을 두고 이토록 논란이 계속되는데 대해 당혹감을 느낀다는 도민들도 없지 않다. 조사결과 발표가 임박했으므로 일단 그때까지는 환경단체들도 자제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5 23:02

[오목대] 물러나는 政治人

엊그제 일본의 무라야마 전 총리가 정계를 은퇴했다. 그의 나이 75세. 그는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70∼80대이상의 노령 정치인이 수두룩하고 90을 넘긴 현역 의원이 왕성하게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라야마는 ‘이제 내가 정치 일선에서 해야 할 일은 없다’고 선언하고 홀연히 정계를 떠난 것이다.이번에는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일본과 같이 고령 정치인이 많은 영국에서 이제 불과 57세인 그의 은퇴는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한창 연부역강(年富力强)한 나이임에도 ‘떠나야 할 때를 넘겨 머물기 보다는 남들이 머물라 할때 떠나겠다’는 그의 은퇴의 변이 인상적이다. 1997년 총선에서 현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에 패해 18년만에 정권을 이양한 그는 ‘만일 초선의원이라면 현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겠지만 그것은 전직 총리가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반면 같은날 소련의 마지막 공산당 서기장으로 페레스트로이카를 주도했던 고르바초프가 ‘러시아의 개혁을 위해 정치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1%의 지지밖에 못 받는 그가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러시아를 위해 옳은지 그른지는 우리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다만 연전에 일본의 오부치 내각에 대장상으로 입각한 미야자와 전 총리의 경우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후배 총리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여 장관으로 입각한 일본의 정치풍토와 대비되기 때문이다.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덕목으로 일에 대한 열정, 책임감, 현실에 대한 판단력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런 덕목조차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지금 총선마당을 휩쓸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무라야마나 미야자와, 메이저 같은 정치인을 둔 일본이나 영국의 정치가 새삼 부럽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정치인이 우리나라엔 아직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4 23:02

[오목대] 봄나들이

너는 죽어 명사십리 해당화 되고 / 나는 죽어 나비되어 / 나는 네 꽃송이 물고 / 너는 내 수염 물고 / 춘풍이 선듯 불거든 / 너울너울 춤을 추며 놀아 보자. 춘향전에 나오는 한 대목을 떠올려 보며 옛 선인들의 봄풍류를 생각해 본다.나라가 온통 총선열기로 밑도 끝도 없이 시끄럽고, 거기다가 대중 매체들은 그 요란함을 더하게 하여 우리는 계절 감각조차 잊고 있다. 찬바람 어느듯 멀리가고 봄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있는데 우리는 삶의 잔잔한 결을 놓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얼마있지 아니하면 개나리, 진달레가 피고 민들레, 오랑캐꽃, 진달래, 복사꽃, 살구꽃 등이 우리의 주름살 속에 가득 들어있는 세속의 근심을 털어내 줄 것이다.꽃사이로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유년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생의 덧없음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또한 꽃과 나비를 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조금 멀리 가고 싶은 사람은 산행을 하기도 한다. 평탄한 언덕에선 사색을 하며 걷고, 가파른 언덕은 고행하듯 걸어보면 그 나름대로 다 묘미가 있다.깊은 슬픔이 있을 때라도 언덕길을 산책하면 마음의 위안을 받는 수가 있다. 심산계곡을 소요하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다. 자연은 어머니의 품안과 같이 우리 인생의 고민을 어루만져 준다. 높은 산은 이미 하늘과 땅 사이에 있으면서 두 세계를 반씩 영위하고 있다.그 위대한 모습은 사소한 인간의 번민 따위는 한 입김으로 불어 내던지는 느낌이 있다. 깊은 산골에는 숭고한 정적도 있다. 갖가지의 소리를 감춘 침묵 속에는 무한한 무엇이 물결치고 있다. 거기에 자연은 순화되어 어떤 초자연적인 엄숙한 모습에 이르고 있다.자연속의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혼탁하고 지저분한 선거판의 인간들이 아니다. 뭔가를 잊고 사는 우리들이 어쩐지 밉다. 이 새봄에 산으로 언덕으로 가벼운 봄나들이 하면서 산다는 의미를 마음속에 품어보자.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3 23:02

[오목대] ‘保險 천국’

각종 위험이나 사고로부터 경제적 손실을 보장받는 보험(保險)제도가 생겨난 것은 꽤 오래됐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최초의 보험형태로서 BC 4000년경 바빌로니아의 기록에서 발견된 선박저당계약을 꼽고 있다. 이는 보통 선주에게 대부하는 형태를 띤 것으로 안전항해를 채무조건으로 하고 있다.이후 중세말 해상무역이 발전됨에 따라 선박저당계약은 해상보험으로 발전하게 됐고 다시 육상부문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대적인 보험형태를 갖춘 것은 서기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 생겨난 화재보험을 들고 있다. 이뒤 보험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다양한 사회보험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우리나라에 현대적 의미의 보험이 생겨난 것은 서방보다 훨씬 뒤인 19세기말 개항 이후이다. 영국 보험사인 ‘타운센트’가 최초로 서울에 지점을 개설했고 서기 1880년 일본의 ‘동경해상보험’이 부산에 대리점을 개설함으로써 우리도 본격적인 보험시대가 열리게 됐다. 현재는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보험이 보편화돼 있다.특히 우리 생활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또 각종 사고 위험이 높아지면서 별의별 보험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수가 자기 성대(聲帶)나, 예술인이나 기능인이 자기 손을 보험에 든 것은 예사이다. 지난해에는 성기(性器)절단사고가 빈번하자 성기상해 보험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소나 돼지, 말 등 가축도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다. 농림부는 97년부터 일부 축협에서만 시범사업으로 실시해온 가축공제사업을 이달부터는 전국 모든 축협으로 확대실시키로 한 때문이다. 소의 경우 부상이나, 난산(難産), 급성고창증 등으로 긴급 도축이 불가피할 때 산지시세의 80%까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돼지도 화재나 홍수, 폭풍피해를 보았을 때, 말은 경주마가 불임판정을 받았을때 소와 같이 최고 80%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우리도 이제 사람에 이어 가축까지도 보험혜택을 보게 됐으니 이게 바로 ‘보험 천국’이 아닌가 싶다. 양축농가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1 23:02

[오목대] 전자금융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그의 저서인 ‘제3의 물결’에서 모든 경제제도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토플러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제1의 물결과 2의 물결이라 하였으며, 1950년대 중반 이후의 기술과 사회적 변혁을 제3의 물결로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정보화 혁명을 뜻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가 낡음이라는 장벽을 깨뜨리고 새로움이라는 탈출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식 때문이었다.인간은 각종 문자나 숫자 그리고 기호 등의 수단을 사용하여 지식을 축적 발전시켜 나갔으며 최근에는 컴퓨터라는 새로운 도구가 지식발전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의 변화는 오늘과 내일이 달라질 만큼 시시각각으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따라서 현대사회는 기업경영과 일반행정은 물론 가정생활, 교육, 의료사업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 정보통신시스템을 도입하고 응용함으로써 ‘산업과 사회의 정보화’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현대인들은 굴뚝으로 상징되었던 제조업 중심의 경제제도에서 벗어나 탈 굴뚝의 새로운 경제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금융산업은 원래 정보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정보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정보처리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금융기관은 내부적으로는 정보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으며 고객들에게는 전자화폐의 발달에 부응하는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된다.이러한 때에 도내 금융권에 전자금융 열풍이 불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아직은 전북의 정보화 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낙후된 실정이어서 도내 금융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PC 및 텔레뱅킹 서비스 수준이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자금융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전자금융의 편리함을 감안할 때 도내 전자금융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0 23:02

[오목대] 정책대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영남 주축의 정권을 재창출하자” “부산 민심에 맞는 정당이 민국당이다. 이거 실패하면 영도다리에서 빠져죽자”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이다. 지역주민을 선동하면서 지역감정에 불지르고 표를 모으고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지역갈등의 늪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선의원이나 중진급 정치인들 모두 망국적 언동에 앞장서고 있다. 선거판이 불리하다 해서 말초적이고 치졸한 지역감정을 자극해서 의석수를 늘려보자는 식이다.그 뿐인가. 최근 ‘찬탁(贊託) 발언’으로 또 다시 정국이 뒤집히고 있다. 일제가 1945년 8월 15일 항복한 뒤 동년 12월 27일 모스크바에서 미국, 영국, 소련 3국이 3상회의를 통해서 한반도를 북위 38도선을 중심으로 나누고 남쪽은 미국이, 북쪽은 소련이 향후 5년간 통치한다는 데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한 신탁통치안이 국내에 알려지자 우익진영은 거세게 저항했고 좌익진영도 처음에는 신탁통치안에 반대했으나 소련의 지시로 찬탁으로 급변하게 되었으며 좌우 양진영간에 갈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익진영의 반탁운동에 힘입어 신탁통치는 백지화되었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최근 이러한 색깔 논쟁은 보수진영의 표몰이 행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새 천년 최초의 총선에서 정책대결은 사라지고 색깔 논쟁과 지역감정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분명히 ‘범죄적’ 행위를 자행하는 정치권에 일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논리에 발붙일 틈을 주는 국민적 정서에도 문제가 있다. 선거철 중요한 것은 정책대결이다. 언론이나 방송 그리고 국민모두 나서서 정책대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전력해야 하지 않을까.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9 23:02

[오목대] 로마 敎皇廳의 참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地動說)은 그 유명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겼다. 1633년 로마 종교재판소에 소환된 70세의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부정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이를 거부하면 이단(異端)으로 몰려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갈릴레이는 결국 ‘과거의 잘못을 맹세코 포기하며 저주하고 혐오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종교재판의 마지막 대목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겨 자연과학의 우위를 인정했던 것이다.중세기 유럽의 교회는 절대적인 권한을 휘둘렀다. 신교(神敎)일체 사상의 정치체제하에서 교회는 세속의 일까지도 지배했다. 이 무렵 이단을 추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종교재판소였고 유럽 전역에 걸쳐 수많은 종교재판이 열렸다. 숱한 사람들이 이단이라는 죄목으로 화형(火刑)에 처해졌으며 ‘마녀사냥’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루터의 종교개혁운동으로 신교(新敎)탄생의 빌미까지 제공했던 종교재판소는 그후 6백75년동안이나 운영되다가 1908년 피우스10세 교황에 의해 로마교황청 기구개편때 비로소 사라졌다.로마교황청이 5일 ‘회상과 화해, 과거 교회의 범죄’라는 공식문건을 공개하면서 십자군 원정등 가톨릭이 주도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과오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한다. 교황청이 공개한 10대 과오중에는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에 침묵을 지킨것, 십자군 원정으로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이 학살 당한것, 신대륙 정복자들의 원주민 학살에 정당성을 부여한것, 마녀사냥으로 대변되는 중세 교회의 고문형 등이 포함돼 있다.지금까지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해 종교사학자들이 지적한 적은 있지만 교황청이 직접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서 이번 교황청의 참회는 의의가 크다. ‘괴로운 유산’을 청산하는 작업의 하나로 이미 종교재판 기록을 공개한바 있는 로마 교황청이 새로운 1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대희년(大禧年)을 맞아 가톨릭에 대한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8 23:02

[오목대] 경찰

현대경찰의 효시는 1737년에 조직된 런던 경찰청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영국 내무상이던 로버트 필경이 68명의 요원으로 발족시킨 것이 런던 경찰청이다. 미국에선 1844년 처음으로 24시간 체제의 경찰이 조직됐다.그런데 같은 뿌리이면서도 영국에서는 경찰관을 ‘바비’미국에서는 ‘캅’으로 부른다. 영국에서는 현대경찰제도를 도입한 내무상 이름인 로버트의 애칭을 따서 ‘바비’로 부르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초창기 경찰관들이 붉은 구리(Copper)로 만든 8각형 배지를 신분증 대신 사용한데서 ‘캅’이라는 별칭이 나왔다는 설과 순찰(Constable on Patrole)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라는 설도 있다. ‘바비’든 ‘캅’이든 현대 경찰이 영국에서 시작하여 미국을 거쳐 세계 각국으로 확산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우리나라 경찰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영국이나 미국보다 오래됐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군대가 경찰의 역할을 대신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순군만호부로 하여금 경찰의 임무를 담당하게 하였는데, 이것이 전문경찰 기관의 시작이다. 그후 도둑을 잡는 포도와 밤에 순찰을 하는 야순을 주임무로 하는 ‘좌·우포도청’이 설치됐다. 구한말에 이르러 갑오 경장 이후 경무청을 신설하고 근대적 경찰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그러나 일제는 강점직후, 헌병경찰제도를 창설하여 무단통치를 시작했다. 한국인은 헌병경찰에 끌려가 태형을 당하고 처벌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항상 떨어야 했다. 이 때문에 ‘순사 온다’라는 말이 가장 무섭게 여겨진 것이다.그후 미군정청의 경무부에 이어 내무부에 치안국을 설치하여 국립 경찰제도가 확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일제 헌병경찰의 잔재와 이미지가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이를 극복하려는 경찰 대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100일이었지만 정말 몰라보게 좋아졌다. 계속 그랬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7 23:02

[오목대] 치맛바람 부메랑

정치권의 공천 후유증이 이른바 실세 부인들의 ‘치맛바람’ 시비까지 낳고 있다. 현 정부 고위직을 역임한 여권의 한 공천탈락자가 ‘이번 공천은 여인들의 치맛바람에 좌우된 정실공천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경합을 벌였던 상대 후보 부인과 여권 핵심실세 부인들과의 친분관계를 들먹이며 공천과정에서 ‘베갯머리 송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하긴 치맛바람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자유당때 프란체스카여사나 5공시절 장영자여인의 치맛바람은 그 위력이 메가톤급이었다. 멀리 갈것도 없다. 작년 한 해 그토록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고급 옷 로비 의혹사건’도 본질은 고관부인들의 치맛바람에 다름 아니었다.국회의원을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여야간에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나오게 마련이다. 밀실·정실공천이니 돈 공천이니 하는 소리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총선연대등 시민단체들이 정치개혁을 위해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작태로 꼽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러나 아무려면 공당(公黨)의 공천과정에까지 치맛바람이 불었을까에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 지지 않는다.문제는 이의를 제기한 장본인이 엊그제까지 최고위층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여권 핵심인사라는데 있다. 그는 아무리 공천에서 탈락한 서운함이 크다 하더라도 할 말과 안 할말을 가려서 해야 했다. 그래야 고위층의 신임을 면종복배(面從腹背) 한 것 아니냐는 도덕적 힐난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파장이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그는 결국 영부인도, 핵심실세 부인도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살찐 당나귀를 골탕 먹이기 위해 꾀를 냈던 염소가 결국은 그 당나귀를 살리기 위한 제물로 희생됐다는 이솝우화가 있다. 이 우화는 남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계략은 반드시 자신에게 불행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치맛바람 공천설’이 거꾸로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를 옥죄는 일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6 23:02

[오목대] 證市 ‘월요병’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월요병’이란 것이 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월요일만 되면 오전내내 나른하고 피곤하며 사소한 일에도 괜시리 짜증이 나는 일종의 심리적 스트레스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대개 곧 바로 회복되지만 이것도 오래 놔 두면 병이 된다는 것이다.지난해 세계적인 의학지인 ‘셔큘레이션’은 이런 ‘월요병’이 직장인뿐 아니라 직장과 아무 관계도 없는 어린이나 노인들에게도 있고 심지어 의사들한테서도 일어나고 있다고해서 화제를 모은 일이 있었다. 실제로 천식이나 간질을 앓고 있는 미국 어린이들 가운데 31%가 월요일에 발작을 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노인들도 월요일에는 심장박동 이상이나, 흉통 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또 시카코 의대에서는 의사들의 부주의로 발생한 의료사고가 월요일에는 평일보다 2.7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돼 의사들도 ‘월요병’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이 잡지는 밝히고 있다.그런데 이런 ‘월요병’이 사람이 아닌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가 최근 6주 연속 금요일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월요일에 동반 하락하는 등 동조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증시의 금요일 공포현상이 월요일 개장하는 국내 증시에 그대로 반영돼 ‘증시 월요병’을 낳고 있다는 이야기이다.그런가 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3%가 97%를 잡아 먹는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매비중은 실제로 3%에 지나지 않고 있는데 영향력은 매우 커 90%가 넘는 개인은 물론 기관까지도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래서 ‘외국인 매매 10만주는 기관매매 1백만주와 같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마치 생쥐가 저보다 몇백배 덩치 큰 코끼리를 조종하는 양상이다. 언제까지 우리 증시가 ‘월요병’에 시달리고 외국인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인지 씁쓸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4 23:02

[오목대] 인간과 교육

입학 시즌이 되어 모든 학교가 분주한 모습이다. 이제 상급학교에 진학한 신입생들은 새로운 배움의 장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새로운 세계는 기대와 두려움의 대상일 것이다. 배우고 준비하는 데에 길들여지고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비춰지는 현실은 늘 어렵고 복잡한 것이며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이다.미래는 그저 우연히 다가오는 내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마치 안개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희미하고 불투명하다. 하지만 인간은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미래를 결코 피할 수 없고 어떠한 형태로든 맞이해야 한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노력할 따름이다.우리가 초조하게 기다리는 미래의 문제는 결국 인간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문제를 가장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눈을 돌리고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사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곧 교육이며 새로운 미래에 관한 논의는 교육에서 시작하고 교육으로 회귀되어야 할 것이다.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실이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흔한 말로 교실이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 현장은 입시위주의 교육관행이 교실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대학은 취업열풍으로 가득하다. 단지 교육이 상급학교의 진학과 취업위주의 지식전달에 힘쓰다보니 정작 인간에 관한 문제는 소외되어 버리고 말았다.이른바 ‘왕따’라고 불리는 집단따돌림과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가 전염병처럼 교실을 덮치고 땅에 떨어진 힘없는 교권만으로 교실을 지키고 교육의 정상화를 일구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교육은 꿈과 희망을 가진 사람을 키워내는 배움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3 23:02

[오목대] 제2의 허준

요즈음 총선을 앞두고 시중의 화제는 무엇일까. 공천잡음이나 제 4신당창당 또는 증권이야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중의 화제로 허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허준 이야기는 허준돌풍이라고 할 정도로 전국을 휩쓸고 있다.당연히 허준역을 맡은 탤런트 전광렬의 인기는 상한가를 나타내고 있다. 극중에서 전광렬이 허준의 인격을 연기로 보여주면서 열연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은 보기 좋았을 것이다. 월요일과 화요일 일주일에 두 번 방영되는 허준의 연기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도 많다고 한다.드라마속 허준에 시청자들이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즈음 세태속에서 의인보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시청자들은 가난하고 불쌍한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허준과 같은 의인을 바라고 그러한 의인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허의원은 요즈음 세태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는 희망과 꿈을 주는 인물이다.밀실공천이나 하향식공천과 같은 비민주적 공천, 돈공천 시비, 정치철새들의 난무, 지역주의의 망령부활등과 같은 정치권의 어지러운 행태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경실련이나 총선시민연대등 시민단체들의 참정권운동에 대해 다수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고 시민단체들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한 정치인들이 되살아나는 상황에서 제 4신당이 창당되는 모습을 지켜본 유권자들이기에 더욱 현대판 허준을 그리워하는지 모른다.당파적 이해와 정치적 득실에 따라 이합집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노골적으로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정치적 생명을 보존하려는 그들에게서 유권자들은 희망을 잃었기 때문에 더욱 드라마 허준을 보고 싶어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의 심판이다. 유권자들은 허준과 같은 의인을 찾아야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2 23:02

[오목대] 선거 브로커

영어로 ‘브로커(Broker)’는 중개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험이나 증권, 부동산매매, 혼인 등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개행위를 하는 사람을 통틀어 브로커라 부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브로커라는 명칭은 이미지가 그리 밝지 않다. ‘법정의 하이에나’ ‘피해자 울린 사건 해결사’ ‘꾀주머니 거간꾼’같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브로커들이 가장 활개를 치는 분야가 변호사 업계다. 이들은 변호사 업계의 치열한 사건유치 경쟁을 이용해 더 많은 커미션을 챙기면서 법률시장을 오염시키고 있다. 심지어 봉급변호사를 고용하여 변호사 이상의 법률가 행세를 하는 브로커도 있을 정도다. 이밖에도 관(官)을 상대로 한 이권청탁이나 은행의 대출알선, 취직부탁에 이르기까지 브로커들이 개입되지 않는 일이란 거의 없다. 그러나 그 결과는 좋은 쪽 보다는 나쁜 쪽으로 매듭지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미국 이민을 위해 브로커에게 줄을 댔던 한국의 중산층이 미국의 도살장 노동자로 전락했다는 워싱톤포스트지의 보도(99년 12월 1일)도 그 한 예이다.16대 총선이 임박하면서 각 지역구 현장에서 어김없이 선거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동창회나 향우회 계모임 등을 들먹이며 ‘내가 얼마의 표를 몰아 줄테니 얼마의 돈을 달라’는 식의 노골적인 매표(賣票)제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야당 공천을 받은 한 대학교수 출신 후보자는 이들의 공세를 견디다 못해 공천을 반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긴 미국에서도 선거 브로커들의 네거티브 전략과 과다한 선거자금 모금으로 폐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정도의 차이일뿐 선거란 다 그런것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번 총선은 종래와 달라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공천과정에서부터 낙천·낙선 운동을 예고하고 있고 타락·불법선거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섣불리 선거 브로커들의 유혹에 놀아났다간 큰 코 다칠일만 남아 있다. 후보들의 매표(買票)행위나 브로커들의 매표(賣票)행위는 모두 발본색원 돼야 깨끗한 선거가 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1 23:02

[오목대] 휴대폰 사용 규제

휴대폰은 이제 단순한 통화용 전화가 아니다. 젊은 세대들에겐 패션상품이자 생활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휴대폰이 없으면 아예 친구들로부터 따돌림까지 당한다. 사용자 연령층도 계속 낮아져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 보급대수는 2천4백만대로 인구대비 보급률은 세계 6위다. 이쯤되면 가히 휴대폰 공화국이라 할만하다.휴대폰 사용때문에 일어나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항공기나 병원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전자기기에 장애현상이 나타나 심각한 위협에 봉착할 수도 있다. 자동변속 기어 자동차의 오작동 사고가 휴대폰 사용시의 전자파 발생때문 이라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었다. 물론 확실한 근거가 제시된 것은 아니다. 진짜 위험한 것은 운전중 휴대폰 사용이다. 한 조사결과를 보면 운전중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혈중 알콜농도 0.1%의 음주운전 만큼이나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통화에 매달리다 보니 제대로 운전을 할수 없고, 교통사고를 낼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운전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후 교통사고가 4부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와있다.이밖에도 휴대폰 공해는 도처에 수두룩하다. 음악회·극장·도서관등에서 울리는 벨소리는 가히 폭력이 라고 할 수밖에 없다. 대학에선 강의중에 울리는 벨소리 때문에 수업에 지장을 받는다하여 강의실 입구에 휴대폰 반입금지 팻말을 붙이는 촌극도 벌어지는게 우리 현실이다. 모든것이 문명(文明)만 받아들였지 거기 따르는 문화(文化)는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 탓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우선 자동차운전중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한다.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다.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면서 휴대폰 전화에 열중하는 위험스런 운전 모습을 더 이상 바라보는 일이 없게 된것만도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다음 단계로 규제를 강화해야할 부문이 어디인지는 누구나 안다. 그쪽도 서둘러 줬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2.29 23:02

[오목대] 디지털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아날로그(analog)는 ‘비슷하다’는 뜻이 있다. 기계식 시계에서 시간의 흐름이 시계바늘의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어떤 물리량의 변화가 표현 수단상에서의 변화모습과 비슷하다는 의미이다. 학술적 단어로 사용되던 이 단어는 시계에 이어 핸드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한편 디지털(digital)은 손가락으로 셈을 할때 그 단위가 되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의미하는 디지트(digit)로부터 나온 형용사로 수의 부호를 신호로 사용하여 정보를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바늘이 연속적으로 움직여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태엽시계는 아날로그 시계이며, 디지털 시계는 숫자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두 시계의 차이는 시간의 흐름을 얼마나 쉽게 알 수 있느냐, 시각을 얼마나 정확히 알려주느냐에 있다. 아날로그 시계는 시간의 흐름, 또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를 쉽게 보여주는데 비해서 디지털시계는 시간을 초단위까지 정확히 알려주는 장점이 있다.대부분의 물리량은 아날로그이므로 인간은 아날로그 형태로 보고 듣고 말하고 있다. 아날로그 형태의 신호를 ‘있다’ ‘없다’의 이진법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을 디지털화라 한다. 일단 디지털로 바뀌면 컴퓨터처럼 정확하고 다양한 처리를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인간이 다시 받아들이기 위해서 디지털은 다시 아날로그로 변환돼야 한다.아날로그와 디지털은 표현수단의 문제이지 물리량을 근본적을 변환시키는 방법은 아니다. 전화 그 자체만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날로그 핸드폰과 디지털 핸드폰의 근본적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한국고유의 멋진 영상을 미디어상으로 언제든지 볼 수 있다면 디지털 컨텐트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실업해소와 영상자료 디지털화를 위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공공근로의 숨은 노력이 빛을 보게 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2.28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