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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변함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별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미적 감각은 사람에 따라서, 민족에 따라서 혹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적 감각이 그 시대적 상황과 특성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이러한 사실은 고전적인 미(美)와 현대적인 미(美)의 차이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차이점을 꼬집어 내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 듯 싶다. 굳이 말한다면 다빈치의 그림과 피카소의 그림이 다른 만큼의 차이라 할 수 있다.또한 고전미가 아폴로적인 미에 가깝다면 현대미는 디오니소스적 미에 가까운 것이다. 아폴로적인 미에서는 단아하면서도 절제된 조화와 균형을 느낄 수 있는 반면, 디오니소스적 미에서는 율동적이고 격정적이면서 도취와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질서와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자유보다는 질서가 강조되었고, 과도함보다는 중용이 우선이었으며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다원화되고 개방된 사회이다. 그만큼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그리고 자아(自我)의식이 강한 사회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동적 사회다.따라서 현대사회는 전통이나 질서보다 모험과 창조를, 소극적인 자기억제 보다도 적극적인 자기 긍정을 강조하고 있다. 정적인 단아함의 미보다는 동적인 발랄함의 미를 역설한다. 현대사회의 이러한 특색이 현대인의 미의식과 미적 감각을 지배하고 있다. 언뜻 보면 현대인의 미적 감각은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듯 하지만 실제로는 무질서 속의 질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미적 감각도 다분히 유행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미적 감각도 결국은 개성미를 존중하는 자기표현의 미학인지도 모르겠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건강한 아이를 낳든/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사회 환경을 개선하든/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류시화가 엮은 잠언시집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성공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랄프 왈도 에머슨은 소박한 성공의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새천년 최초의 총선. 오늘은 후보자들간에 희비가 교차하는 날이다. 정당도 마찬가지이다.그동안 흑색선전이니 금권선거니 말도 많았다. 시민단체들의 정치참여도 활발했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후보자들의 전과도 공개되었다. 오늘 축하의 전화를 받고 축배를 드는 후보도 있을 것이고 낙선의 쓴맛을 보는 후보도 있을 것이다. 당선된 후보는 선거운동원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낙선한 후보의 마음은 어떨까. 잠시 쉬면서 장래를 설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날 것인가. 당선된 상대후보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인가. 빚더미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는 후보는 없을까.그들에게 있어서 성공의 의미는 무엇일까. 당선이면 성공이고 낙선이면 실패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에게 있어서 성공은 빌 게이츠나 손정의처럼 돈벼락을 맞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정치권력을 거머쥐는 것도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 성공은 삶속에서 작은 보람을 찾는 것이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는 것,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일종의 내인성(內因性) 감정장애 현상을 지칭하는 우울증(憂鬱症)이나 조울증(躁鬱症)은 그 증상이 구별된다.‘우울증’은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항상 우울한 상태인대 반해 ‘조울증’은 상쾌하고 흥분된 상태(躁)와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鬱)가 주기적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증세를 말한다. 하지만 ‘조증’은 ‘울증’처럼 독립해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정신의학자들은 ‘조증’을 우울증의 부수적 증세로 간주해 흔히 ‘우울증’에 포함시킨다.재미있는 것은 불멸의 작품을 남긴 예술가 가운데 조울증 환자가 많았고 그들의 명작은 대개 ‘조증’상태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독일의 작곡가 헨델이 1741년 작곡한 종교음악 ‘메시아’도 그가 ‘조증’이었을 때 불과 3일만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전해진다. 문인으로는 괴테·발자크·헤밍웨이 등이, 음악가로는 헨델을 비롯하여 슈만·라흐마니노프 등이 조울증 환자로 꼽힌다. 이들이 두뇌회전이 빨라져 생각이 샘솟듯 솟아 오르고 과대망상에 빠져 끝없는 지적(知的)욕구속을 헤메이는 ‘조증’일때 불멸의 명작들을 집필했다는 것은 예술과 정신세계의 조화가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그러나 우울증에 걸리면 매사에 흥미를 잃게되고 초조·불안·무기력증 등을 호소하며 심하면 자살충동까지 느끼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우울한 기분이 개선되지 않고 2주이상 계속될 때는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5명중 1명이 평생 한번은 우울증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전 인구의 5∼10%정도가 일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는 것이다.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실직·실업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직장인이나 부도사태로 파산한 기업인 등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우울증 환자로 전락한 경우가 많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또한 청소년 3명중 1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그야말로 우울한 통계도 있다. 사회적 병리현상만이라도 제거해 나가는 데 힘써야 할 때다.
42·195km의 풀코스를 쉬지 않고 달리는 마라톤에서 인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작년 10월 24일 시카고 마라톤대회에서 모로코의 할리드 하누치선수가 2시간05분42초의 경이적인 세계 최고기록을 수립하자 세계 육상계가 던진 질문이다. 하누치가 세운 기록은 98년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브라질의 호나우두 다 코스타가 세운 2시간06분5초보다 23초를 앞당긴 것이다.1년1개월만에 세계기록을 경신한 그는 매 1백m를 평균 17초87에 달린 것으로 나타나 인간 능력의 경외로움에 새삼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1백m를 17초에 뛴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초인적인 기록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세계 마라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마라톤의 2시간벽 돌파는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적의 날씨와 코스, 그리고 생리학적인 심폐기능, 근육구조등을 완벽하게 만들고 과학적인 주법(走法)만 도입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우리나라의 마라톤 기록은 지난 2월 13일 도쿄마라톤에서 이봉주(李鳳柱)가 세운 2시간7분20초가 최고다. 역시 그가 지난 98년 로테르담대회에서 세웠던 기록을 24초 앞당긴 것이다. 아직 5분대에는 못미쳤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마라톤 강국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전주-군산간 벚꽃마라톤이 지난 9일 등록선수 54명과 하프코스·건강코스 등에 아마추어 1만여명이 출전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대회에서 우리고장 출신 형재영(조폐공사)선수가 우승을 차지했으나 기록은 2시간11분39초로 비교적 저조한 편이었다. 세계기록 5분대 진입은 꿈같은 얘기이고 국내 최고기록에도 못미쳤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벚꽃축제와 더불어 국제공인 마라톤경기가 우리 고장에서 처음 열렸고 전국각지에서 아마추어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낄만한 행사였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 이 대회에서 국내최고 세계최고 기록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으니 기대해 보자.
봄철의 불청객인 황사(黃砂)현상은 따지고 보면 수만년동안 내려온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불청객 차원을 넘어서서 우리의 숨통을 조이는 무서운 공해로 위협하고 있다. 올해만해도 벌써 황사현상이 며칠째인가?하늘은 누렇고 공기는 탁하다. 자동차는 진흙탕길을 달렸던 것처럼 지저분하다. 천식환자들의 고통은 말할 것이 없고 건강한 사람들도 며칠간 세수를 못한 것처럼 눈이 가렵다. 이 모든 것이 황사가 우리에게 주고 간 선물인 것이다.어디 그 뿐인가? 요즘 우리 축산농가를 울리고 있는 구제역(口蹄疫)을 옮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 자칫 한·중간 외교문제로까지 떠오를 조짐마저 없지 않다. 사실 정확한 황사피해는 발생 편차가 심해서 50년 이상 측정을 해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황사 발생 추이를 말해주는 데이타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3세기 이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실제로 중국내에서도 그 피해는 심각하다. 지난 93년 5월5일에는 황하지역에 모래폭풍이 몰아쳐 수백명이 숨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4월에는 황사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해안까지 날아간 사실이 밝혀져 황사의 위력(?)이 드러나기도 했다.그러나 알고 보면 황사가 우리에게 주는 피해는 일부문에 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알게 모르게 위협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중국의 환경오염이다. 지난해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민 총생산의 3.7%가 매년 환경오염으로 사라지고 그같은 피해는 98년의 경우 우리나라 1년예산의 40%정도인 약30조원(2천3백억위안)이라고 하니 중국의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간다.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기오염이다. 전세계 대기오염실태보고서는 중국 대도시 어린이들은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매일 2갑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똑같은 건강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가 걱정이다. 중국의 공해문제를 국가생존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우리 속담에 ‘잘 되면 제 탓이고 못 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이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보통사람들은 대개 무슨 일이 잘 되거나 성공을 거두면 마치 제가 잘나 그런것 처럼 우쭐대다가도 일이 잘 못되고 꼬이면 주위에서 도와주지 않아 그런 것처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속성을 두고 하는 속담이다.그런데 요즘 우리 주식시장이 꼭 그런 꼴이라고 한다. 최근 연이은 주가 폭락과 관련,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정치권과 정책당국에 빗발치고 있어 자칫‘주풍(株風)’이 이번 총선 막판의 최대 변수로 떠오를 조짐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여당인 민주당 중앙당에는‘주가를 방치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항의·협박성(?) 전화가 하루면 수백통씩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각 정당들과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 홈페이지에도 온통 개미들의 성토장이 된지 오래라는 것이다.‘정치권은 코스닥에서 선거자금을 빼먹고 나서 개인 투자자들만 총알받이 만드냐’‘쓸데없는 공약대신 주가나 올려라’‘대책 세우지 않으면 여당은 쪽박찰 것이다’‘민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지 않으면 정치권은 곡소리가 날 줄 알아라’등 별의별 항의가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여당의 텃밭인 도내에도 이런 움직임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타지역은 어느정도인가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에서 주가 폭락을 부추겼을리는 만무하다. 최근 주가폭락의 원인은 어디까지나 수급불안과 미국 증시의 폭락에 따른 것이다.그러나 개미들이 화살을 정부와 여당으로 돌리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과거 정권시절에는 선거때면 투자자들을 의식해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예가 없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가가 올라가기는 커녕 폭락하니까 기대에 어긋날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꼬투리를 잡힌 것은 요즘 말썽이 되고 있는 기관의 공매도(空賣渡) 사건이다.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린 셈이다. 그렇다고 주가폭락을 선거와 연계시킨 것은 옳은 태도는 아니다. 더 이상 비화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요즈음 모 방송사의 드라마‘허준’이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허준은 동의보감을 편찬한 사람으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의 의술 행적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었다.허준은 동의보감 이외에도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1601년에는 세조 때의 구급방을 번역한‘언해두창방’과 임원준의‘창진집’을 번역·개편한 ‘인해태산집요’를 편찬하였으며, 1612년에는‘찬도방론맥결집성’을 편술했다. 이듬해에는 신찬‘벽온방’과 ‘벽역신방’을 편찬하였는데, 이 두책은 전염병 전문의서로서 지금까지도 탁월한 과학적 의서로 평가받고 있다.이처럼 허준은 의술도 뛰어났지만 저술활동도 활발했던 것 같다. 그러나 드라마‘허준’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좀 색다른 면에 있는 것 같다. 정작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왕성한 저술 활동이나 의인(醫人)으로서 갖추어야 할 뛰어난 의술보다는 그의 진솔한 인간성과 시술의 단계를 넘어 의술을 베푸는, 그야말로 의술을 인술로 승화시킨 데에서 오는 대리만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의약분업에 반발해 전국의 병원과 의원이 집단휴진을 하고 있다. 아파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굳게 닫힌 병원 문을 뒤로하면서 발을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은 의업에 종사할때 자신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고, 자신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번쯤 되새겨 봄직도 하다.물론 다원화된 사회에서 모든 이익단체는 이해관계에 따라 요구조건을 내걸고 집단행동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아픔으로 시달리거나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는 없으며,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는 결과가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은 아직 의술은 인술이기를 믿기 때문이다.
한 그루의 나무라도 정성껏 심고 가꾸자는 취지로 제정된 날이 식목일이다. 올해로 55회째를 맞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러나 이 날 산이나 들에 나무를 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이다. 기껏해야 관(官)이나 자치단체, 회사별로 기념 식수를 하거나 보식작업을 하는 것이 고작일뿐 일반에게는 하루 쉬는 날 쯤으로 인식돼온지 오래다.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나무를 심는 날이 꼭 4월 5일이어야 하느냐는데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수종별로 기후나 토질에 따라 활착률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한 날 한 시에 심을 이유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날씨가 따뜻한 남쪽지방과 그렇지 못한 북쪽지방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수종도 각각 달라 심기만 할 뿐 활착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지방에 따라서는 3월중에 식목행사를 끝내는 곳도 많고 4월중에도 식목일을 넘겨 나무를 심는 곳도 더러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4월 5일로 날자만 정했지 큰 의미가 없는 식목일을 앞당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지금쯤은 한번 검토해봄직 하다는 생각이 든다.우리나라의 임목축적량은 대략 3억㎥쯤 된다고 한다. 해방과 6.25전쟁을 겪으며 황폐화됐던 민둥산들이 97%이상 숲으로 덮였으니 산림녹화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조림정책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목재수요를 충족시키는데는 10% 정도밖에 기여를 못할 정도로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녹화대신 수종갱신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애써 가꾼 나무들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잃게되는 산불방지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나무를 나뭇꾼에 맡기면 땔감밖에 안되지만 목수에게 맡기면 대들보가 된다고 한다. 요새 정치판과도 제법 맞아 떨어지는 이 말이 오늘 식목일이라 새삼 상기된다.
우리는 그동안 80년대 전후반에 태어난 13∼20세 미만의 청소년들을 일컬어 Y세대라고 지칭해 왔다. 이들은 80년대 초 유행했던 X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그 당시 X세대는 패션이 튀고 대중문화에 열광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일부 극소수층을 지칭한 반면 Y세대는 거의 모두를 일컬을 정도로 폭이 넓다.Y세대는 거의가 컴퓨터를 갖고 있으며 서구식 사고는 물론 서구식 생활 방식에도 거부감이 없다. 남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특징은 등산화 같은 K구두와 헐렁한 핫바지, 휴대폰은 기본이고 귀걸이, 머리 염색도 서슴치 않는다. 미국의 20세 미만의 트윈스(Tweens) 세대와 비슷하다.그러나 지금은 Y세대는 구세대며 기성세대에 속한다. 지금 떠오르는 신세대는 바로 ‘i 세대’이다. 기저귀를 졸업하자 마자 인터넷 세계로 들어가는 세대로서 인터넷이 보편화된 1994년 이후 태어난 4∼6세 어린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i 세대’란 인터넷 제너레이션(Internet Generation:인터넷 세대)을 뜻하는 말이다.이 말은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N(네트)세대와 PC세대를 구분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i 세대’는 한마디로 장난감 대신 키보드나 마우스를 만지고 놀고 자란 아이들이다. 키보드에 쓰인 한글의 자모음이나 영어의 알파벳이 생소하지 않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 대신 CD롬에서 나오는 화면과 컴퓨터 음으로 말과 글을 깨우친다.이들은 또 인지능력이 생길 때 부터 인터넷에 친숙해짐으로써 종이에 쓰지 않는 숙제를 하고 책가방 대신 휴대가 간편한 전자책(e-book)을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이들은 네트워크를 타고 다니며 가상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풍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친다.그러나 ‘i 세대’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기본 인성교육이 소홀해지기 쉬운 점이다. 유명한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는 21세기의 극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의 이면에는 기존가치가 붕괴되는 도덕적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우리 ‘i 세대’를 두고 하는 말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들어 정치에도 마케팅은 필수다. 정당은 고객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목표고객을 집중 공략해야만 정치판에서도 승리한다. 이른바 정치마케팅의 개념은 후보라는 제품을 유권자라는 소비시장에 내다 팔기 위한 광범위한 시장 활동으로 생각하여 생겨난 말이다.이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 참모들은 빠짐없이 유능한 마케팅 컨설턴트들이며 우리나라의 지난 대선에도 그러했다. 이들 정치마케팅 전문가들을 일컬어 스핀닥터(Spin Doctors)라 한다.‘Spinning the news’라는 말은 뉴스 취재를 받는 쪽이 불리하지 않도록 또는 유리하도록 뉴스에 어느 정도의 스핀을 걸어 뉴스를 굴절 및 왜곡 조작하는 언론플레이 중의 하나이다.스핀닥터는 후보의 약점을 숨기고 강점을 드러내 주는 동시에 상대 후보의 약점은 강조하여 노출시키고 강점은 무력화시키는 등 유권자라는 시장상황을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려 놓는 전문가다. 종래의 주먹구구식의 세몰이꾼과는 차원이 다르다.선거가 기업활동과 다른 면도 있다. 예컨대 일반상품의 경우에는 일정한 시장점유율 확보만 해도 성공이다. 반면 선거에서는 한 표 차이라도 승패가 결정된다. 그리고 후보자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기 때문에 타후보 지지자들을 끌어 올리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점도 일반상품과는 다른 대목이다.또한 일반제품은 소비자들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면서 직접 접촉할 수 있으나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와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다. 따라서 거의 모든 유권자들은 TV나 신문 등 대중매체를 통해 후보자라는 정치상품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우리지역에선 TV토론마저도 없다. 유권자의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것이 스핀닥터의 선거전략이라면 심히 경계해야 한다.
지난해 4월 1일 일본의 최대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을 받아본 수백만 독자들은 깜짝 놀랐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인재난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대책으로 외국인 2∼3명을 각료로 기용한다는 기사가 1면 정치면에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이 기사에는 오부치 총리가‘각료 빅뱅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방침을 굳히고 이 사실을 곧 발표할 예정에 있어 이는 인재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본 정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해설도 있었다. 또 수입각료로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과 마가릿 대처 전영국총리, 리관유(李光曜) 전싱가포르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까지 덧붙이고 있었다.그러나 이런 기사 옆 작은 컷에는 ‘오늘은 4월 1일’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1면 지면안내에도 ‘오늘은 만우절, 오늘 지면에는 가공기사 하나가 있습니다. 찾아 보세요’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 일본사회에 큰 쇼크를 초래할뻔 했던 이 기사는 ‘만우절용 기사’였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한 외국언론들은 진짜(?) 기사로 잘못 알고 긴급 타전을 했다가 정정보도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이런 만우절의 풍속은 4월 1일인 오늘 단 하루만 난처한 장난을 하거나 친구에게 거짓말로 심부름을 시키는 풍습에서 비롯됐다.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풍속이 발견되지만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다만 고대 로마의 ‘힐라리아’(3월 25일)나, 인도의 ‘홀리’(3월 31일)와 같은 축제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특히 이 시기는 갑작스런 날씨의 변화를 통해 인간을 놀리는 춘분(春分)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학설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장난에 속은 사람을 ‘4월의 고기’(푸아송 다브릴)라고 부르고, 인도에서는 ‘뻐꾸기’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좋은 예라는 것이다.우리도 만우절에 대한 풍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과 같은 ‘깜짝쇼’는 없다. 하지만 만우절에 가장 곤혹을 치르는 곳이 112나, 119라고 한다. 이제는 그런 장난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 총선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이 혹 만우절에 하는 거짓말이 아닌지 모르겠다.
현대사회는 바야흐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이버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모든 정보를 0과 1이라는 숫자로 바꾸어 처리하는 디지털 개념이 도입되면서 이제까지의 아날로그 문화는 급속하게 디지털 문화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된 변화는 이제 사회의 모든 영역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으려 하고 있다. 심지어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잡다 보니 사람의 의식까지 변하게 된것이다. 이쯤되면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문명이 도리어 인간과 그 시대를 지배하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이대로라면 인간과 과학문명의 균형이 깨어지고 그 판세가 뒤바뀌는 형국이 도래할 것이며, 이 싸움은 결국‘과학문명과 인간의 충돌’이라는 현대사회의 불치병으로 자리잡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보면 이러한 과학문명과 인간의 역전현상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함정일 수도 있다.그 동안 사람들은 과학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워 왔고 모든 힘을 그 곳에 쏟아왔다. 그러나 인류가 지나치게 과학문명에 의존한 결과 이제는 인간 본연의 참모습을 잃어가고 있으며 또 다른 방황이 시작되고 있다. 과학문명은 인간에게 편리함이란 햇볕을 선물했지만 인간성의 상실이란 그늘도 함께 드리워 주었다.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는‘인류의 문제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인간과 자연의 충돌이고, 둘째는 인간과 인간의 충돌이며, 셋째는 인간과 자아(自我)의 충돌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루소는 2백여년전에 이미 오늘날 우리가 현대사회에 겪고 있는 질병을 정확히 진단한 셈이다. 그 질병의 병인(病因)은 다름 아닌 바로‘충돌’인 것이다.이제는 과학문명이 인류에게 가져다주는 병폐를 직시할 때이다. 자연환경이 급속도로 파괴되어 가고 인간의 윤리의식과 사회도덕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게다가 한 술 더떠 우리의 인간성이 상실되고 양심이 사라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병리현상의 주범(主犯)은 과학문명이 아닌 바로 우리 인간인 것이다.
병상에서 내다보이는 잿빛 하늘이 저승처럼 멀고도 가깝다/돌이켜보아야 80을 눈앞에 둔 한평생 승(僧)도 속(俗)도 못되고 마치 옛 변기에 앉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살아왔다/이제 허둥대 보았자 부질없는 노릇…/어느 호스피스 여의사의 “걱정마세요. 사람도 죽으면 마치 털벌레가 나비가 되듯 영혼의 날개를 펼칠 것이니까요”라는 말이 저윽이 위안이 된다/.구상(具常) 시인이 병상에서 임종고백처럼 쓴 ‘인류의 맹점에서’라는 시집에 나오는 대목이다. 잠시 한걸음 물러나 삶을 관조하는 여유를 느끼게 한다.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요즈음 어떠한 심정일까. 현대그룹은 대표적 한국재벌이다. 33개 계열사에 종업원만 18만명. 1999년도 총 매출액 92조원. 현대는 가족경영에다 선단식 경영에 의존해 왔고 최근 몇일동안은 후계문제로 아버지와 두아들의 힘겨루기가 국민적 관심사였다. 현대 왕권싸움의 피해자는 누구일까. 직접적인 피해자는 주주와 채권자들이다. 계열사 주가가 떨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 몫이다. 현대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의 신뢰도 역시 추락할 것이다.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도 돌아간다. 선단식 방만한 기업경영이 경제위기를 야기시키고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이 엊그제 일이다. 현대그룹의 이미지 실추는 한국경제의 신인도추락과 직결된다.이제 황혼기에 접어든 정주영 명예회장은 마음을 말끔히 비우고 우주의 품안에 안겨야 된다. 우주의 품안에 안기기 전 마음을 비우면서 그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의 투명성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업종전문화 등의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현대그룹 개혁을 외치며 우주의 품안에 안기는 정주영씨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에 일출을 보러 오세요/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망연자실 아무나 오지 마시구…이원규(李元揆)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싯귀(詩句)의 첫 머리이다. 굳이 천왕봉의 해돋이 뿐만이 아니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지리산이라면 가슴부터 설레이게 하는 어머니 품안 같은 산이다. 그 자락이 길고 깊고 넓어서 사계절 어느 한 봉우리마다에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쉬지 않는 곳이 없다.지리산은 천왕봉 말고도 노고단의 구름바다, 반야봉의 저녁 노을, 피아골의 단풍이 모두 절경이다. 또 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꽃의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장터목과 세석평전, 가깝게는 남원시 운봉읍 바래봉의 철쭉 군락지는 마치 꽃방석을 펼쳐 놓은 듯 산자락을 붉게 수놓아 보는 이들의 넋을 빼놓는다. 그중에서도 바래봉 철쭉은 색깔이나 군락형태로 보아 전국에서 으뜸이다.해마다 5월이면 세석평전과 함께 철쭉제가 이 바래봉에서 열린다. 전국에서 시즌동안 대략 70만명 이상의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몰려 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남원시가 철쭉을 시의 꽃(市花)으로 지정하고 봄철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철쭉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철쭉 군락지가 훼손되고 있는 모양이다. 원래 운봉 면양목장의 초지였던터라 이를 관리하는 축산기술연구소측에서 이곳에 초지를 확대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군락지 가운데 수천평이 뽑혀져 나갔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남원시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20여억원을 들여 진입로 개설, 주차장 공원화사업등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이처럼 행정기관끼리도 손발이 안맞아서야 어찌 되겠는가. 자연이 주는 귀중한 관광자원이 축산진흥이라는 명목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비극만은 막아야겠다.
동공이곡(同工異曲)라는 말은 글을 짓는 방법의 교묘함에 있어서는 옛날의 문장과 전혀 똑같은데 그 홍취가 다르다는 뜻으로 원래 칭찬하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칭찬하는 말로는 사용되지 않는다.‘표면은 다른데 내용이 똑같다’는 뜻으로, 경멸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이는 중국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있는 말이다. 시문을 지음에서는 ‘같은 것 같기도 하면서 흥취가 다른 것’또는 ‘행동한 것이나 지은 것이 다른 것 같기도 하면서 처리하는 방법이 전혀 똑같은 것’을 말한다.오늘날 세상에는 말만 다르지 내용이 같은 경우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찌보면 겉과 다른 경우를 말한다. 선거때마다 나타나는 일이지만 정치인이나 후보자들에게 실망하는 것도 그런 사례중의 하나다. ‘국민을 위하고 주민을 위한다’하면서도 행동이 전혀 그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국민을 위한다는 차원으로 어떻해서든지 합리화한다. 후보자들이 이쪽 사람에겐 이런 말하고 저쪽 사람에게 저런 말하고,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뒤집고 저녁에 한말을 아침에 뒤집는다. 그들은 당선이라는 목적, 단 하나만을 가지고 있다. 결국 내용은 같은 것이다.정치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서민들을 위해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공사의 경우도 그러하다. 주택경기가 별로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아파트를 지었다가 분양이 되지 않자 분양계약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임대아파트로 전환하는 일이 발생했다. 법적 하자는 없다지만 그것만으론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분양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노력을 다했는지 의심이 간다.주공아파트는 서민들의 주택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요즘 소규모 주거세대들로 구성된 고층·고밀도 주거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민간아파트에 비해서 그래도 신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돈없는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많은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적은 달성할지 모르지만 공사 편한대로 엄청난 자금이 투자된 수백채의 아파트를 이처럼 책임지는 사람없이 계약 사항을 바꿔도 되는지 모르겠다. 민간기업 같으면 벌써 부도날 일이다.
4.13 총선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우리 나라의 선거전이 치졸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이제는 과열을 넘어 기이할 정도이다. 상대방 후보나 당에 대한 흑생비방, 폭로 등 인신 공격성 발언은 이미 선거판의 단골 기본메뉴가 된지 오래이다. 표만 된다면 할말 안할말 가릴 것이 없이 쓰레기 버리듯 뱉어낸다. 마치 너 죽고 나 살자는 막가파식 험담과 비방이 난무하다보니 선거판은 그만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선거판이 달아오르면서 공당을 자처하는 여야 각 당의 행태 또한 볼만하다. 장군하면 멍군하고 되받아 치는 수순이 절묘할 뿐만 아니라 약발이 잘 받아서 인지 정책대결보다는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조장하여 서로 득을 보려는 나눠먹기식 타협이 가관이다.어디 그뿐인가. 때로는 당리당략에 의해 때로는 표의 움직임에 따라 어제는 갈라서고 오늘은 손을 잡는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정치판에서 적과의 동침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보니 여야 할 것이 없이 온통 줄줄이 물고 물리기식으로 엮어져 있다. 한쪽에서 ‘대통령 하야(下野)’를 들먹거리면 다른 쪽에서는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을 내세운다.이대로라면 선거 막판이 걱정된다. 우리의 선거판은 국민들의 뜻과 나라의 미래는 실종되어 찾아 볼 수가 없고 정치꾼들의 싸움질과 검은 속셈으로 뒤덮여 있다. 국민을 볼모로 한 지역패권주의가 잠시 가라앉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국가를 담보로 국부 유출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는 차원을 넘어 혐오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4.13 총선이 치러지고 난 후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총선의 승패는 둘째치고 온갖 비방과 폭로, 흑색선전과 지역감정 조장 등이 총망라된 네거티브 선거전 때문에 이미 정국은 사분 오열되었다. 이번에도 정치권은 타협과 화해라는 새로운 길의 선택을 포기하고 갈등과 대립이라는 구태의 길을 다시 걷고 말았다. 정치권이 어떻게 그 뒷감당을 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영화제는 말 그대로 영화인들의 축제 마당이다. 제작자·감독·배우·비평가들이 모여 출품한 영화를 평가하고 더 나은 영화의 예술적 발전에 관해 토론할 기회를 제공한다. 당연히 뛰어난 감독과 좋은 영화가 몰려야 영화제의 위신이 선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영화제로 ‘칸느’‘베니스’‘베를린’‘아카데미’영화제를 꼽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거의 해마다 열리는 이들 영화제는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이름있는 배우나 감독을 만나보기 위해 팬과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덕분에 호텔·식당·쇼핑가등이 호황을 누린다. 남녀 배우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매스콤의 단골 가십 메뉴를 제공하고 그들이 걸치고 나온 의상은 새로운 패션을 창조하기도 한다. 호평을 받는 영화들은 작품성을 인정받지만 배급업자들의 손에 의해 흥행성을 저울질 받고 ‘과학적 종합예술’로서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현재 전세계 각지에서 개최되고 국제영화제는 이렇듯 이름있는 영화제 말고도 2천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시아쪽에서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홍콩·대만·필리핀 등에서도 2∼3년마다 각종 명목의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로는 부산·부천영화제가 있고 전주에서도 내달 28일 첫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어느 영화평론가의 말대로 ‘바야흐로 영화제천국’이 된 셈이다.광주의 비엔날레, 경주의 문화엑스포, 부산·부천의 영화제를 보면서 우리 도민들이 느꼈던 문화적 박탈감이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로 얼마나 보상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극소수 매니아들을 위해 귀중한 예산을 낭비한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천년고도의 문화유산과 영화예술의 발상지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에게 어느정도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영화제가 아직 시민들 사이에 피부로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는데 있다. 전주에서 영화제가 열리는지 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고 ‘영화의 거리’조성이 시민들의 교통불편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라면 ‘기획’과‘홍보’시스템이 정상 가동된다고 볼 수 없다.
요즘 대학가나 일반기업들 사이에서 최고 화제는 벤처기업이라고 한다. 30을 갓 넘은 어떤 벤처인의 개인자산이 수십개의 굴뚝사업을 거느린 재벌회장보다 많고, 어떤 벤처기업은 창업 1년만에 몇백억원을 벌었다는 등의 믿기 어려운 비화(秘話)들이 꽃을 치우고 있다는 것이다.사실 불과 2∼3년전만해도 벤처기업은 생소한 단어였고, 그 가치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마치 피카소가 무명시절 그 그림의 가치를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피카소와 고향 단골 이발사와의 일화는 유명하다. 이발하기를 좋아했던 피카소는 이발료 대신 가끔 작은 그림을 쓱쓱 그려주곤 했다. 이발사는 그 그림이 별로 반갑지 않았으나 어차피 돈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여서 그냥 받아두곤 했다.그러나 나중에 피카소가 세계적인 화가로 명성을 떨치자 이발사가 하루 아침에 억만장자가 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나라에 IMF 환란이 닥치자 서울 테헤란로에 빌딩을 가진 건물주들은 저마다 전세돈을 빼가는 바람에 쩔쩔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무실 임대료 대신 회사주식을 받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거절하는 건물주도 있고 개중에는 어차피 비어 있는 사무실 유지비라도 덜기 위해 주식을 받아두기도 했다고 한다.그 때는 종이조각에 불과했던 그 주식이 2∼3백배로 뛰어 대박이 터졌고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50%나 감면혜택을 받는 벤처빌딩으로 지정돼 정말 꿩 먹고 알 먹은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그래서 요즘 벤처기업과 거래하는 사람들은 돈 대신 주식으로 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자문, 투자관리, 회계처리, 경영컨설팅, 홍보서비스 등을 해주고 받는 수수료는 물론 심지어 술값도 주식으로 줄 수 없느냐는 룸살롱 마담도 있다니 벤처기업의 인기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벤처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전북에는 언제나 벤처 황금시대가 돌아올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 날을 기다려 본다.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란 다의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비국가 또는 비정부조직체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자발성을 바탕으로한 비영리 집단이나 조직, 결사체, 기구나 단체, 운동세력등을 포함한다. NGO는 원래 UN등의 국제기구가 정부기구가 아닌 행위자를 총칭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이다. 그 역사는 1863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국제적십자사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NGO를 공식적인 영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 2월 UN의 경제사회 이사회에서 였다.NGO는 이제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막론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NGO는 양적으로 급증하고 있고 전문화되고 있다. 80년대 후반까지는 몇 가지 한정된 이슈를 중심으로 시민단체들이 활동했으나 90년대 들어 그들의 영역은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최근 시민운동 정보센터에서 발간한 ‘한국민간단체 총람2000’에 나타난 시민단체 수는 4천23개정도이고 학회와 조사되지 못한 시민단체를 포함하면 그 수는 6천4백40여개로 나타나 있다. 여기에 지부조직까지 포함하면 시민단체의 수는 2만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는 1백14만여개, 그리고 일본에는 34만여개의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 나라 시민단체의 수는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우리 나라의 시민운동은 이제 제궤도에 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21세기는 참여민주주의 시대이다. 공공부문인 국가와 민간영역인 시장사이에서 NGO의 활동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의 사회는 국가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시민중심의 사회로 변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시민중심의 사회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시민중심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시민이 시민운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참여 없는 시민단체는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20세기가 석유등 자원전쟁의 시기였다면 21세기에는 물의 전쟁시대가 열린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예측이다. 유엔환경계획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이 말이 틀리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물부족에 시달리는 환경난민은 98년에 2천5백만명으로 이미 전쟁으로 인한 난민수를 웃돌았고 오는 2020년이면 1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라 한다. 지금 네델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물 포럼’에서는 지구상에 살고있는 약 30억명의 인구가 위생급수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매일 5천명의 어린이가 더러운 물로 인한 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산자수명(山紫水明)하기로 이름난 우리나라도 어느덧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돈을 물쓰듯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자원이 풍부했던 우리나라가 인구증가와 물 관리 미비로 모로코나 리비아같은 사막국가와 같은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 사정이 절박한 것은 통계를 봐도 바로 알수 있다. 우리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2백74mm로 세계 평균(9백73mm)에 비해 높다. 그러나 연간 1인당 강수량은 2천9백70t으로 세계평균(2만6천8백t)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강수량중 47%는 증발하거나 땅속에 스며들고 30%는 바다로 흘려 보내고 있다. 우리가 쓸수있는 물은 23%뿐이고 이중에서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사용량은 전체 강수량의 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형편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의 물 소비량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불란서나 영국 일본보다 높다. 백의민족답게 맑고 깨끗한 물을 좋아하는 국민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물값이 비교적 싸다는 점도 물 소비량을 높이는 이유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부는 현재의 상하수도 요금을 생산원가나 관리비 수준에 걸맞게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그러면 또 쌍수를 들어 반대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물도 자원이고 무작정 싼값에 공급만 하다가는 재정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부터라도 물을 아껴쓰는 습성을 길러나가는 것이 도리다. 마침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기도 하다.
난 웹툰 작가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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