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4일은 누군가가 만들어 낸 기념일이다. 국적도 모르고 뜻도 모르는 날 들이다. 그래도 그 날만 되면 난리법석이다. 초등학생들이 더 챙기는 날이란다. 며칠 전 14일 필자도 뜬금없이 초크렛을 받았다.
인터넷에 들어가 봤더니 여자가 평소 좋아했던 남자에게 초크렛을 주는 발렌타인데이란다. 원래 이날은 당초 로마황제 클라우디우스가 원정을 떠나는 병사와 결혼을 금지시킨 데 대해 반대하다 처형당한 발렌타인 신부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퍽 다행이었다. 새벽미사가 끝난 후 신부님이 주신 초크렛 이었으니까.
1월의 14일은 1년 동안 쓸 수첩을 선물하는 다이어리데이, 3월은 남자가 발렌타인 선물에 답례하는 화이트데이, 4월은 2~3월 선물을 주고받지 못한 남자들이 외로움을 달래는 날로서 검정 의복을 입는 것은 물론 블랙커피에 짜장면을 먹는다는 블랙데이, 5월은 노란 옷을 입고 카레를 먹는다는 예로데이 또는 로즈데이, 6월은 포스틴(14) 데이에서 만난 연인들이 고급음식점에서 즐기는 키스데이, 7월의 14일은 실버데이로서 선배에게 데이트 비용을 부담시키면서 애인을 소개하는 날이라는 것.
8월은 그린데이로서 삼림욕을 하는 날이라는데 애인이 없는 사람은 같은 이름(너무 속보이긴 하지만)의 소주를 마시며 외로움을 달랜단다. 9월은 나이트 클럽등 음악이 있는 곳에 친구들을 초대하여 애인을 소개시킨다는 뮤직데이 또는 이날 둘이 사진을 찍어 수첩에 넣고 다니는 날이라고 해서 포토데이라고도 한다는 것.
10월은 와인을 마신다는 레드 데이, 11월은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영화를 보는 날로 정해서 오렌지데이 또는 무비데이, 12월은 연인들이 껴안는 것이 허락되는 허그(Hug)데이 또는 뮤직데이라고 부른다. 필자가 알기로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라고 해서 빼빼로 장사가 떼돈을 버는 날이 아니던가. 어느 한가지인들 장사 속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먹고살기도 매우 어려운 판에 이래저래 일부 상술에 놀아나기는 하지만 이것도 경기활성화의 하나로 봐야 할 것인지 고민스럽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번쩍이는 네티즌 여러분, 이왕이면 우리의 농축산물을 이용한 기념일은 만들 수 없는가? 사주팔자가 잘 어우러지는 비빔밥의 날, 찰떡 궁합이 되는 떡의 날, 부드럽고 유연하게 사귐을 잉태하는 죽의 날, 외로움을 서로 위로하는 복분자의 날, 날렵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갈치의 날, 맛의 기본이 되는 멸치의 날 등등 그럴듯하게 창조해서라도 우리 것이 등장하는 날을 기대한다.
가벼운 부모의 호주머니를 텅 비우도록 하는 (-별 영양가도 없고 실속도 없으면서- )일이 없도록 말이다.
초등학생들이 더 극성을 부리는 기념일로 둔갑하고 있다니 더욱 걱정스럽다. 주고받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받는 상처는 더 큰 문제다.
인기의 측정으로 사용되고, 또 부모들은 덩달아 사기진작이라는 명분으로 몽땅 사들고 가서 반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는데 이것은 분명 올바른 교육이 아니 잖은가.
세상만사 뜻대로 되진 않지만 그래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알고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터전이다. 그렇다면 매사 머릿속에 넣고 있지만 말고 실천의 도장으로 나서자. 내가 할 일은 아니고 네가 할 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그것이 우리 주변을 깨끗이 하는 길이요. 진리다.
/문치상(전북의정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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