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전북일보 편집국장
전국의 관심사인 공공기관 이전작업이 기우뚱거리는 걸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가균형발전위를 이끌고 있는 성 위원장님의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아마 지방의 목소리이기도 할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내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기치는 다른 어느 정부와도 차별성을 갖는 시책입니다. 수도권 일극중심의 폐해가 너무 큰데다 선진국들이 이미 수십년전부터 지방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방에서 경쟁력을 찾기 시작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03년 12월 기자와의 인터뷰때 성 위원장님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를 신념처럼 설명했습니다. 나지막하지만 굳은 어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큰 기대를 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연 제대로 될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짓누르고 있습니다. 공공기관들 마다 갖가지 이유를 대며 저항하고 있고 수도권 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이 사생결단 식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술 더 떠 공공기관 임원들마저 노조의 반대에 못이기는 척 편승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내 앞에 큰 감만 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전 같은 기대효과가 큰 공공기관 유치에 단체장들이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는 적전분열이지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도 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일 겁니다.
이런 정황은 성 위원장님이 이미 우려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이전 공공기관 숫자를 40개나 줄인데 이어 최근에는 당초 4월초 발표하겠다던 이전계획도 5월말로 연기해 버렸습니다. 애당초 지난해 8월→10월→12월말→올 4월에 이어 네차례나 늦춰지는 것인데, 이래서야 정부 믿고 일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성 위원장님.
정책이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까닭은 4·30 재보선을 앞둔 수도권의 민심달래기로 밖에 달리 해석할 방도가 없는 듯 한데 지연전술을 써야 할 만큼 수도권의 반발이 그렇게 두렵습니까.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지방도 잃는 어리석은 수작일 뿐입니다. 지방주민을 우롱하는 처사이기도 합니다. 수도권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면서 수도권의 눈치나 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균발위는 지금 수도권과 공공기관 노조의 반발, 정치권의 당리당략적 태도, 자치단체의 지역이기주의 등 첩첩산중 속에 있습니다. 마치 저항과 반발에 둘러싸인 듯한 형국입니다. 총리가 한마디 하고 국회는 방향을 틀고…. 정치인들의 계산은 일을 일그러뜨리는 제일 원인이겠지요. 그래서 이젠 공공기관 이전 마스터플랜 마저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공공기관 이전 작업은 수십년 쌓인 기득권을 해체하는 공사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박찬석 전 경북대총장님이 2년전 전주에 와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독립운동을 한다는 각오로 하지 않으면 지방분권은 힘들다고. 공공기관 이전은 분권과 균형의 첫걸음입니다. 더 늦기 전에 참여정부 출범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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