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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선거철의 단골손님

여보게 친구! 심심찮게 자네 이름이 신문지상에 오르더군. 때가 됐음을 알았지. 바쁜 척, 아니 억지로 시간을 잊고 사는 내게 자네는 오랜 세월동안 선거 철을 알려주어 고맙네. 국회의원 선거 때도 자네 이름이 오르내리고 지방선거 때도 자네 이름이 나오고 언젠가는 무슨 보궐선거 때에도 비치더구만. 그나저나 한번도 출마하지 않은 자네인지라 도대체 주특기가 무엇인지 헷갈린다네.

 

여보게 친구! 이번에는 벽보라도 붙일 텐가? 아니면 또 금품수수설과 함께 슬그머니 중도하차 할 텐가? 후보군의 단골손님, 자천타천 가운데 자네는 언제나 타천 쪽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내가 보기엔 언론기관에 빌붙어 그들을 잘 챙기는걸 보면 자천 쪽이 자네에게 어울리지 않겠나.

 

또 이번에는 어떤 색깔의 옷을 입을 텐가? 물론 자네 탓만은 아니지만 하도 옷을 자주 갈아입어 어떤 옷이 자네 옷인지 분간을 못하겠네.

 

허기야 어느 친구는 “꼭 결정적인 순간에 줄을 잘못 선다”고 말들을 하지만 그거야 자네의 지조가 흐려서 그랬겠는가. 마음은 바쁘고 갈 길은 멀고 지름길을 찾다보니까 그렇게 됐겠지 뭐. 소속 정당이 오락가락하니 아마 자네도 기억하기 힘들 게야.

 

여보게 친구! 이번에도 “학식과 경륜과 덕망을 갖춘 인물”이라고 치켜세워져 있던데 내가 잘 알다시피 자네의 학력은 경영자과정 수료요, 경륜은 정치인 수발이요, 덕망은 때가되면 동네에 쌀 몇 가마 내놓은 것이 전부가 아니던가. 조상이 물려준 땅으로 졸부가 되어 권세 가에게 간 쓸개 다 빼 주다가 정치판을 기웃거린 신세가 자네 아니던가?

 

여보게 친구! 광고효과 만점이고 한 장씩 나눠주지 않아도 수백 수천 장의 명함을 돌리는 기막힌 기회라고 또 얘기 할 텐가. 한 두 번도 아니고 때만 되면 광란의 상습범인 자네를 등장시켜 지면을 훼손시키는 넋빠진 사람들이 난 더 밉다네. 그것도 특집이라는 이름을 붙여 큼직한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이 아니던가.

 

여보게 친구! 그래도 지난번까지는 모른 척 했네 만 이젠 침묵이 능사가 아니기에 한마디 하겠네. “나는 전혀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강력하게 천거하는 바람에”라는 표현을 하지 말게나 제발. 자네 속이 노란 얘기니까. 아주 쉬운 말로 “짐승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자네 후손들이 “만년후보” “철새”였노라고 평가를 해서야 되겠는가.

 

여보게 친구! 자네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게나. 코 베먹는 세파에 살다보니까 멀쩡한 거짓말이 통하고 과장된 언행이 먹혀 들어가서 자기를 낮추면 초라해지고 망가지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높임을 받기 위한 몸부림과 자가발전임을 모르는 바는 아닐세. 그러나 분명 그게 옳은 삶은 아니지 않은가. 의정단상의 주인공이나 기관의 장(長)만이 애향을 하는 건 아닐세.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 분수에 맞게 충실히 수행하고 생활하면 그것이 바로 자네가 늘 입에 달고 사는 지역발전의 기수일세.

 

여보게 친구! 다시는 자네의 이름이 지면을 통해, 또는 남의 입을 통해, 더럽혀 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이네.

 

/문치상(전북의정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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