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로 민선단체장 시대가 출범한 지 10년이 된다. 100년 또는 그 이상 켜켜이 쌓인 유럽이나 일본의 지방자치 역사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나이테를 기록하게 됐지만 되돌아 보면 초등학교 3학년 정도 수준의 유년기 행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선 때와 달리 민선 단체장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다 보니 독선과 아집, 전횡이 초래되기 일쑤였다.
인사 예산운용과 계약업무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10년간 도내에서는 도지사와 시장 군수 8명이 선거법과 뇌물수수,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도중하차하거나 영어의 몸이 돼 있는 게 이를 잘 반증한다. 공무원 집단의 줄서기와 사업하는 사람들의‘보험성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악의 그림자들이다.
지역의 현안과 관련한 지역간 이기주의가 증폭되고 있는 것도 부작용의 하나다. 선심행정은 또 얼마나 극성을 부려왔는가.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행정을 하면서 단체장 낯내기, 표 관리에 치중하거나 지방 정치인 입맛 달래주기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에 지역주민에 대한 행정 서비스가 개선되고 행정기관이나 공무원들의 권위주의 색채가 상당히 희석되고 있는 건 순기능이다. 표를 행사하는 주민이 주인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다. 자치단체마다 우리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그에 따른 독창적 개발 의욕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긍정적 측면이다.
이같은 역기능과 순기능이 중요한 건 아니다. 문제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가능토록 할 기반이 조성돼 있느냐 여부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있다. 지난 10년간 자치단체가 재량권을 갖고 지방자치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중앙예속이 심화되고 통제가 강화됐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지방자치권(입법권과 조직권, 행정권, 재정권)은 자치단체가 국가로부터 독립해서 자율적으로 지방을 통치할 수 있는 권한이다. 중앙정부는 이런 지방자치권을 과잉 통제함으로써 지방정부의 권한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우선 자치입법권의 하나인 지방의회의 조례제정권을 보자. 지방자치법은“지방자치단체는 …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여 조례제정권을 보장하고 있지만‘법령의 범위 안에서’가 독소조항이다. 지역실정에 맞는 조례를 만들려고 해도 이 독소조항 때문에 창의적인 입법활동을 펼칠 수가 없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 독소조항을 일본처럼‘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편성 권한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가 예산편성지침이란 것을 각 자치단체에 내려보내 그 틀에 맞추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각 자치단체를 통제하고 획일화시키는 수단이다.
중앙정부는 또 자치사무의 비중을 통제하거나 조직권한을 승인받도록 제도화함으로써 자치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전북과 부산이 다르고 강원도가 다른데 획일적 지침과 제도를 고집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닌가. 중앙정부가 이런 고삐들을 쥐고 있는 한 민선자치는 허울일 뿐 실질적 지방분권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선진 여러 국가들은 지금 지방의 창의성을 살려나가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통제는 지방의 자주성을 위축시키고 지역의 특수성을 살릴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주민들의 발전의욕을 떨어뜨리게 된다. 지방 정치권이 지방의 자치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금부터 무얼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민선자치 10주년을 맞아 풀어야 할 숙제중의 하나다.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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