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 등 13개 공공기관의 전북 이전 발표 후 각 자치단체마다 공공기관 유치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시장 군수들이 직접 유치활동에 뛰어들었고, 시군의회와 사회단체까지 가세해 ‘우리지역이 최고’라고 외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 역시 특정기관 사전 약속을 거론하며 자신의 지역구 이전을 주장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지난 1년여 동안 시도간에 벌어진 경쟁이 이젠 지역내 시군간으로 옮겨붙은 셈이다. 지역마다 공공기관과 혁신도시가 들어설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전북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야 할 처지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이걸 어떻게 배치해야 효율적인가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찢어발겨 고기덩이 나눠주듯 시군에 하나씩 던져줄 것인가, 아니면 선진국처럼 이른바 혁신도시를 만들어 집적화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앞의 것은 정치적 안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쓰듯 하나씩 시군에 나눠준다면 불만을 다독거릴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시군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명분으로 한달에 두어번씩 지사가 지역을 순회하며 홍보할 수 있고 언론에도 매번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전북도 입장에서도 싫지 않을 것이다. 내년 선거를 겨냥해 머리를 굴리면 솔깃한 방안이다. 강원도와 경상도 일부가 이같이 찢어발기는 방안을 강구중인 모양이다. 그러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한다면 한곳에 집적화시켜야 옳다.
우리나라 지방도시들은 지역발전의 공간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 일자리와 같은 자족기능, 쾌적한 주거환경 및 교육, 정보 등의 인프라가 미흡해 경쟁력이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지방을 선도할 리딩기능도 없다. 전북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방분권 시대에는 경쟁력을 갖춘 지역거점 육성이 과제인데, 공공기관 이전을 촉매로 혁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하나의 효율적인 수단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공공기관을 한곳에 집적화시켜야지 찢어발겨서는 안된다.
선진 각국은 ‘지역’을 단위로 대학, 기업, 자치단체, 연구소, 시민단체 등 혁신주체들이 집적화돼 지역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늦기는 했지만 전북 역시 공공기관과 혁신도시가 클러스터를 이룬다면 관련 기업이 따라 이전하게 되고 지역의 산학연 클러스터가 조성돼 비용도 절약하면서 효과를 키울 있다. 그래서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한 혁신도시 건설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혁신도시는 지방의 활력을 높이고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거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을 인식한다면 시장군수들의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우리 시장 군수는 뭐하고 있느냐’는 핀잔을 의식해서는 안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공공기관 유치를 전리품으로 보아서도 안된다. 얄팍한 계산 속에 과열경쟁이 벌어진다면 분권과 균형에 흠집이 나고 지방분권의 저항세력들에 빌미를 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입지조건이나 이전기관의 의사를 무시하고 선심쓰듯 배분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공공기관 이전은 땅따먹기 장난이 아니다.내 앞에 감 놓기 보다는 전북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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