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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벌에 쏘인 두 군수의 경우

엊그제 지역 일간지 사회면에 나란히 실린 두 꼭지의 기사가 눈길을 끈다. 요즘 잘 나가는 김세웅 무주군수와 김종규 부안군수에 관한 것들이다. 김세웅 군수는 국가등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김종규 군수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운동과 관련해서 선거법 위번여부를 조사받게 됐다는게 그 내용이다.

 

현직 단체장들이 업무와 관련해서 더러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있긴 하지만 이번의 경우 두 사람의 명암(明暗)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똑같이 지방자치단체장이고 비교적 의욕적으로 군정(郡政)을 이끌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은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도전장을 내민반면 다른 한 사람은 업무수행중 집행한 예산때문에 선관위의 조사를 받게 됐으니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군수들을 잘 모른다. 다만 언론이나 지인(知人)등을 통해 그들의 성품이나 활동경력, 군수로서의 업무수행 능력등에 대해 듣고 보아서 아는 정도다. 그런 그들을 두고 내가 난데없이 미주알 고주알 시시껄렁한 얘기를 꺼내는 것은 ‘물도 못 먹고 벌만 쏘인다’는 우리 속담이 생각 나서다.

 

어떤 일을 하거나 해보려고 나섰다가 뜻은 이루지 못한채 되레 곤욕만 치렀을때 우리는 이 속담을 인용한다. 곰은 꿀을 좋아해서 나무 그루터기 속의 벌꿀을 잘도 찾아 먹는다. 물론 벌침은 무수히 쏘이겠지만 그 정도야 대순가? 그런데 사람이 꿀을 따 먹으려면 벌에 쏘일 각오를 해야 할텐데 그러고도 꿀은 못 먹게 됐다면 얼마나 속 상할 일인가. 김종규 군수가 영낙없이 그 꼴이고 김세웅 군수는 경우가 좀 다르지만 결국은 그것이 그것 아닌가.

 

무주군에서 처음 반딧불 축제라는 것을 기획했을때 나는 심드렁 했었다. 어릴적 추억속에 묻힌 반딧불로 무슨 축제를 한다고? 그러나 그 행사는 보기좋게 성공했다. 다 그만두고 전남 함평 나비축제가 그것을 모방할 정도니 긴 설명이 필요없다. 김군수는 그런 뚝심과 뱃장, 저돌성으로 무주군에 태권도공원과 기업도시를 유치해 냈다. 그런 그가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에 휘말려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언감생심(?) 국정원 관계자와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니 역시 그답다.

 

그런데 김종규 군수는 어떤가. 그가 위도에 방폐장 유치를 처음 신청했을때 부안군의 개발 청사진은 화려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됐나. 2년여 동안 그 치열한 찬반투쟁으로 지역민심은 갈갈이 찢기고 갈등과 반목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방폐장은 ‘꿀’을 노리는 다른 지역에서 더 쌍심지를 켠 상태다.

 

김세웅 군수는 다른 일로 벌을 쏘였지만 지역개발을 위한 꿀을 따냈다. 명예가 담보 된 처신의 문제는 별개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승자다. 그러나 김종규 군수는 어떤가. 반대주민들에게 폭행당해 입원신세까지 진 그는 결국 꿀도 못 먹고 벌만 왕창 소인 패자가 된것 아닌가. 물론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으므로 속단은 이르지만 말이다.

 

지금 정부의 균형개발 시책에 맞춰 꿀단지를 노리는 단체장들의 물밑 힘쓰기가 한창이다. 개중에는 벌이 무서워 아예 꿀을 포기한 소심한 군수도 도내에는 있지만 어쨌든 그 과정에서 단체장의 처신·능력·비전제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두 군수의 경우는 타산지석감이다.

 

/김승일(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 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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