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좁다 보니 누가 누구와 점심 먹더라, 목욕탕에서 만났는데 누가 누구와 함께 왔더라 등등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 것들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팩트(사실)만 옮기면 괜찮은데 한술 더 떠 그럴듯하게 추측까지 가미시켜 악성 시나리오를 만드는 속물들도 많다. 유명인사가 그 대상이라면 구경꾼일 망정 오징어 씹는 안주 그 이상이다.
사석에서 우리가 나누는 얘기중 무슨 큰 정보랍시고 하는 얘기들을 들여다 보면 남을 먹어대거나 손가락질 하는 내용이 태반이다. 학연이나 지연 같은 연줄망 고리에 들어있지 않다면 노골적인 폄하가 동원된다. 최근엔 정치시즌을 맞아 정치인이나 지망생들 사이에 상대방 헐뜯기가 횡행하고 있다.
한때 전북에 부임해 오는 기관장중에는 ‘몸조심하라’는 충고를 듣고 내려왔다고 털어놓은 기관장들이 많았다. 진정 투서에 휘둘려 신물이 난 전임 기관장들이 코치해 준 ‘행동지침’이다. 그러다보니 적극적으로 일하려 하기 보다는 가만히 앉아 세월만 보내고 다른 임지로 떠난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가. 인사나 사업 등 각종 청탁과 잇권에서 탈락힐 경우 먹어대는 경우들이 그런 케이스다. 대개는 음해성 진정 고소 고발 건들이다.
전북지역의 2004년도 무고사범은 인구 10만명당 5.4명으로 전국 9개 도 중 제주도와 함께 1위이고, 인구 10만명당 고소, 고발 건수도 1,891건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올들어 9월말 현재까지의 고소, 고발중 불기소 건수도 인구 10만명당 549건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니 “걸핏하면 투서요, 툭하면 진정서요, 중상모략하는 지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지워버리고 싶은 자화상이다.
이런 통계자료를 내놓은 전북애향운동본부가 급기야 ‘도민의식 대전환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멋진 술자리 건배구호라도 공모를 통해 확산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지역은 맛과 멋, 소리의 본향이다. 선비문화의 탯줄이기도 하다. 이는 물질적 정신적 풍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능치 않다. 그런 우리지역이 어느새 진정 많고 투서 많은 지역이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 무고사범 넘버 원 소리까지 듣는 마당이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합리적 진정이나 이유 있는 고소 고발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비판문화도 활성화돼야 한다. 문제는 음성적 해꼬지와 뒷다리걸기, 까닭없이 먹어대는 행태들이다. 무고와 위증, 음해와 비방 등은 개인이나 지역을 혼란에 빠뜨리고 지역의 에너지를 비생산적인 분야로 흐르게 하는 암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지역이 그런 이미지를 띤다면 투자기피, 인구유출로 이어지고 인재등용 측면에서도 홀대받기 십상이다. 지역발전과 화합에 치명적이다.
남을 음해하고 비방하면 부메랑이 돼 나한데 그 댓가가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개인이나 조직, 단체도 그렇거니와 지역이 그런 분위기라면 손실은 지역에 돌아오고 만다. 손가락질을 하면 검지 손가락은 상대방을 가르키지만 나머지 세 손가락은 자신을 향하게 된다는 이치를 왜 모르는가.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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