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건설은 인구나 경제성과 같은 기존의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면 안되는 지역은 항상 안될 수 밖에 없다”
세상만사노무현대통령이 지난 11일 전남도청 신청사 개축 축하 메시지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현 정권에 대한 전남 광주지역의 이반된 민심과 민주당의 약진,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수사일 수도 있겠으나, 낙후지역 입장에서는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고속철이나 항공서비스 같은 SOC 부문은 경제성 논리로만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다. 인구나 산업기반이 충족된 지역에 집중 투자된다면 그렇지 않은 지역은 항상 경제적 논리에 밀려 소외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간 균형발전의 기치에도 어긋난다.
경제성이라는 벽에 부딪쳐 있는 김제공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지보상이 마무리된 상태인데도 착공시기가 유보되고 내년 예산에 한푼도 반영돼 있지 않다. 적자라는 이유로 난도질 당한 대표적 사례가 청주공항이다. 그런데 그동안 여건이 변화되면서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청주공항 관계자 얘기로는 2002년 63만명, 2003년 76만명, 2004년 82만명으로 늘었고 앞으로 국제선을 주 7회에서 17회로, 기종도 현재 180인승에서 300인승으로 조정할 계획이라니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본보기중의 하나다.
전주권은 우리나라 10대 광역권 중에서 공항이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그래서 교통오지라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에서 열린 지방신문사 편집국장 간담회때의 일. 조기숙 홍보수석이 제주도의 한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칭하며 ‘가장 먼 곳에서 온’ 국장이라고 소개했다. 시도지사 회의때도 흔히 나타나는 언급이다. 그러나 이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 전주에서 청와대까지는 고속버스와 전철을 타고 4시간 이상이 걸린다. 반면 제주도에서 청와대까지는 2시간30분이면 족하다. 서울까지 가는데 부산이나 울산, 광주 지역 등도 전주보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시간상으로는 훨씬 가깝다. 이유는 그들 지역이 항공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이 없는 전주권은 이제 청와대에서 가장 먼 곳이 돼 버렸다. 서울시내 빠져나오는데 1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등 인천공항에서 전주까지 4시간30분 걸려 바이어를 데려오는 전주지역 기업인의 심정을 청와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항공서비스를 받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지역발전이 크게 좌우된다. 기업 및 투자유치, 대규모 회의 개최, 농수산물 유통과 관광산업을 미롯해 시간이 돈인 업종 모두가 항공서비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 기업도시 등 전주권의 여건이 변화하고 있다. 김제공항을 보는 눈도 바뀌어야 한다. 호남고속철 뿐 아니라 김제공항 사업도 인구나 경제성과 같은 기존의 잣대로 재서는 안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전남도청 신청사 개청식 때 기존의 정부입장을 확 뒤집어 선물을 준 노 대통령의 태도에서 더 한기를 느낀다. 전북도청 신청사 개청식때는 전례가 없다며 메시지를 거절한 그였다. 전북인에겐 청와대가 물리적 거리도 멀지만 심정적 거리도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전남-환대, 전북-홀대.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가. 청와대 탓만 할 게 아니다. 더 이상 찬밥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북인들은 고민해야 한다.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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