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상산고등학교는 자립형 사립학교다. 강원도에 있는 민족사관학교와 함께 그 지명도가 전국적이다. 학교 시설은 물론 커리큘럼 교재 교구 기숙사등이 완벽하다. 얼핏 외관으로 보아서는 대학교인가 고등학교인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학구 제한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도 다양하다. 가까운 광주 대전은 물론 서울 부산 제주도 출신 학생들까지 고루 분포해 있다. 교사진도 탄탄하다. 우선 교장이 서울대 부총장 출신이다. 교사들도 석·박사 출신이 수두룩하다. 실력없는 교사는 버텨내기 힘들다. 우수한 선생님들이, 완벽한 교육환경 속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내는 학교가 바로 자립형 상산고라는게 학교측의 자랑이다. 때마침 올해 수능에서 전국 최고 점수를 받은 학생이 이 학교 출신이라는 점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 학교재단(상산학원) 홍성대 이사장이 요즘 분기탱천해 있다. 사립학교법 국회 통과 때문이다. 엊그제 TV토론에서는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개정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전교조에 대한 적의(敵意)다. 개정안을 뜯어보면 그동안 전교조가 주장해온 내용과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학이 마치 비리의 복마전이고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않는것은 학교법인 이사회의 권한 집중때문인것처럼 매도했다고 격분했다. 사학마다 엄연히 건학이념이 있는데 일부 비리때문에 학교가 전교조 교사들에게 넘어가게 놔둘수는 없다는게 그의 개정안 반대 논리다.
홍이사장의 사학에 대한 이상과 열정은 매우 뜨겁다. ‘수학의 정석’을 펴 내 그 인지세만으로 오늘날 몇십억원의 사재를 털어 육영사업을 해 온 그다. 그러니 그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종교계를 비롯한 사학재단들의 뜻도 일치한다.
그러나 홍이사장의 주장대로 지금 사학의 현실이 꼭 그렇기만 한지는 의문이다. 사학재단들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데 전교조를 비롯한 찬성 단체들이 쓸데없이 건전한 사학재단들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럴만한 개연성이 없지 않고 그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들도 결코 적지 않다.
심심치 않게 드러나는 사학재단의 비리와 전횡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공금유통, 실습비 횡령, 교직원 채용비리, 족벌경영, 편입학 시비등 그동안 밝혀진 비위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사학이 복마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물론 뉘보다는 쌀이 많듯이 건실하고 건학이념에 충실한 사학이 훨씬 더 많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극소수 사학들이 여전히 비리의 온상에 안주하면서 국민들의 불신감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사학들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이런 억울한 덤터기를 바로 잡기위해서도 개정 사립학교법은 필요하다는게 찬성론자들의 주장 아닌가.
어느 쪽이 옳든 이제 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사학재단측 주장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 수용하든 그것은 정부의 몫이다. 우스운 것은 국회 통과때 날치기라며 또한번 볼썽 사나운 몸싸움을 연출했던 한나라당이 거리에 나가 반대투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걸핏하면 민생운운하는 제1야당이 산적한 국정 현안들을 내팽개 친채 이 법안에만 매달려 정치적 쇼(?)를 벌이는 것이 옳은 일일가? 하기야 황우석교수 논문파문으로 국민적 관심사가 그쪽으로 쏠려 있는 마당인지라 그렇게라도 해야 국민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것이라는 계산이 나올법 하긴 하지만.
/김승일(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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