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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균형발전의 종점은? - 이경재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귀거래(歸去來)는 관직을 사임하고 시골로 돌아가는 걸 뜻한다. 중국 진나라때 도연명(365~427)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지은 글이 귀거래사(歸去來辭)다. 마흔 한살때 현령 직에서 물러나 귀향했으니, 지금으로 치면 조기에 명예퇴직하고 낙향해서 시골생활의 메리트를 설파한 셈이다. 귀거래사는 자연을 벗삼는 전원생활의 자유로움을 동경하는 뜻이 담겨 있는데 기교를 부리지 않는 평담(平淡)한 시풍이다. 도시생활에 찌든 나머지 휴식을 그리워하거나,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의 정취를 아는 40~50대 직장인들중 이런 향수에 유혹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퇴임 후엔 농촌에 들어가 살겠다는 뜻을 펴 왔다. 지난해 지방신문 편집국장을 청와대에 초청했을 때도 그런 말을 했고, 지난 5일엔 경남 거제의 저도에서 휴가를 마치고 깜짝 방문한 부산의 옛 선거구에서도 그런 희망을 얘기했다고 한다. 편집국장 간담회 자리에서는 의료 건강 등 생활기반을 도시못지 않게 만들어야 많은 사람들이 귀향할 수 있다며 읍면의 자연마을 단위에 이같은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모델을 만들어 전국 농촌에 확대시키면 좋지 않겠느냐는 컨셉을 얘기했었다.

 

앞으로 본격적인 연금시대에 대비, 귀향 생활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인데 비용은 서울생활의 절반 정도 들고 연금을 받는 수준이면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돈부터 서울로’였지만 앞으로는 ‘노후엔 시골로’ U턴하는 시대를 만들어 볼 생각이라는 것이다.

 

퇴임후 고향에 돌아가 마을 뒷산에서 산책도 하고 산림욕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 그런 곳에서 70~80대 노인들 보살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퇴임한 뒤 그 자신의 희망대로 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족적을 남긴다면 역사의 귀감이 될 것이다.

 

지금 농촌은 도시사람들이 드라이브할 때 느끼는 아늑한 풍경, 그런 곳이 아니다. 한때 북적거리던 읍면 소재지는 마른 바람만 날리고 있고 마을은 사람이 살되 고즈넉하기 그지 없다. 소득과 생산성은 날로 떨어지는 반면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있는 곳, 인구의 고령화에다 의료여건은 열악하기 그지 없는 곳, 여든 여덟번의 손길을 거쳐 쌀을 생산해 내고도 내다 팔길이 막막한 곳, 문화향유는 거의 제로에 가깝고 헬스나 목욕탕 마트 등 시설 인프라는 형편 없는 곳, 그런 곳이 현재의 농촌 아닌가. 농촌은 이제 이런 열악성 때문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돼 버렸다.

 

이런 판에 귀거래사를 음미하는 것은 ‘시골’ ‘농촌’ ‘전원생활’ 등의 개념을 균형발전 측면에서 바라보고 처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 못지않게 도시와 농촌의 간극 역시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전원생활이 도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정책적 지원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글재주가 없더라도 많은 도시사람들이 귀거래사를 읊으며 농촌으로 돌아갈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공존. 이는 균형발전의 종점이자 완결이다. 농촌이 새로운 가치의 공간으로 부상해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도록 정부나 자치단체가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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