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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문용주 후보의 용기 - 조상진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밝히긴 뭐 하지만 나는 30여 년 동안 한나라당에 한번도 투표한 적이 없다. 아예 투표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렸다고나 할까. 차라리 민주노동당을 찍었으면 찍었지 민정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져 온 정당에 ‘신성한’ 내 한표를 던질 수 없었다.

 

아마 대다수 전북인들이 그럴 것이다. 그것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맘에 들지 않는 점도 있지만 지역 정서가 더 크게 작용한 탓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우리의 주요 정당들이 비슷한 성향, 즉 보수 내지 중도인 점에 비추어 정체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문용주 전 교육감이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로 나온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아니 무모하기 까지 했다. 언필칭 도내 2대 기관장으로 꼽히는 자리에 8년간이나 있었던 사람이 무슨 바람이 불어 도지사 후보람? 자칫 욕먹기 십상이 아닐까 싶었다.

 

한나라당이 어떤 당이던가. 한나라당하면 우선 박정희 정부의 쿠데타와 전두환의 독재가 떠오른다. 그리고 최근에는 보수 기득권, 웰빙 정당 이미지로 다가온다. 구성원들도 영남일색이다. 그런 한나라당에 전북인들이 표를 줄리 만무다. 60-70년대 여촌야도(與村野都) 시절이라면 모를까.

 

이런 경향은 최근 몇년간 치러진 정당별 득표율이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은 전북에서 16대와 17대 총선에서 각각 3.59%와 3.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6.2%밖에 얻지 못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도지사 후보를 내긴 했으나 득표율이 8.3%에 그쳤고 14개 시장군수 자리는 공천조차 못할만큼 지리멸렬했다.

 

이런 척박한 풍토를 바꾸기 위한 한나라당의 노력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6월 당 차원의 ‘지역화합·발전특위’를 출범시켰다. 의원별로 호남지역 홍보대사를 맡기도 하고 제2 지역구 갖기운동도 벌였다. 광주 전남과 전북을 방문해 정책협의를 갖고, 국회 예산심의시 호남지역 예산 깎지않기도 다짐했다. 지난 1년 동안 박근혜 대표가 전북을 찾아온 것만 해도 7차례에 이른다.

 

한나라당의 이런 노력은 호남에서 두자리수 이상의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다음 대선이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판단이 옳건 그르건 그동안의 공들임으로 보아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번 문용주 후보의 영입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박 대표와 김형오 전 인재영입위원장의 삼고초려도 주효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을 보는 시선은 아직도 싸늘하다. 문 후보 사무실 개소식때 보인 세태가 단적인 예다. 그의 말대로 2만3000명의 교육가족과 1년 예산 1조6000억원을 다루던 사람의 개소식치곤 너무 초라했다. 마이너리티의 씁쓸함을 뼛속 깊이 느꼈을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 옷을 입고 도지사를 꿈꾼다는 건 그야말로 ‘꿈’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돈키호테 아니면 제정신으로 뛰어들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그는 과감히 여기에 도전했다. 문 후보는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바로잡기 위한 우국(憂國)충정이요, 또 하나는 전북의 푸대접과 역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편에선 다음 총선때 비례대표를 보장받고 나왔다는 말도 들린다.

 

어쨌거나 무모해 보이지만 용기있는 그의 도전이 아름답게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 그래야 지역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정치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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