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량(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 본부장)
1960년 9월26일 시카고 CBS 방송국에서는 미국 최초의 대선후보 토론회가 열렸다. 부통령 출신의 공화당후보 리차드 닉슨과 상원의원 출신의 민주당후보 존 F 케네디의 대선 토론이 TV와 라디오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됐다.
다음날 시민들의 반응은 相異했다. 라디오를 통해 전날 토론을 들은 유권자들은 닉슨이 앞섰다고 생각했으나, TV로 시청한 사람들은 케네디가 우세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신예 케네디는 이 토론을 발판으로 관록의 닉슨을 제치고 최연소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이른바 ‘이미지 선거’의 시작이었다.
케네디는 이날 토론을 앞두고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인지도나 관록, 정치기반 등 여러 면에서 닉슨에게 뒤졌던 그는 이 같은 핸디캡을 딛고 '준비된 대통령감'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부심했다. 토론 전날 케네디는 일찌감치 유세를 마치고 시카고에 도착해 토론무대를 둘러보고, 응답시간과 방식 등 방송 세부사항을 파악한 다음 숙소로 돌아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다음날의 토론에 대비했다.
토론당일 케네디는 활기찬 모습으로 미소를 띤 채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는 자신의 무기인 젊음과 매력적인 외모, 탁월한 메시지 전달능력 등을 최대한 부각시켰고 그의 역동적인 태도는 발언내용과는 별도로 시청자들에게 '능력 있는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반면 TV와 이미지의 위력에 둔감했던 닉슨은 유세에 지친 피로한 얼굴로 토론에 나섰으며, 시선처리마저 불안하여 실제 능력과는 관계없이 보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결국 닉슨은 콘텐츠에서는 앞섰으나 이미지에서 뒤짐으로써 선거에서 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지가 곧 실제’ 라거나 ‘이미지로 승부한다.’ 는 말이 회자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선거에서조차 이미지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지금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마다 자기를 알리느라 바쁘다. 그러나 이미지정치가 심화되면서 콘텐츠보다는 이미지에 치중하고,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실질적인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중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무지갯빛 空約이 판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선거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미디어의 속성상 콘텐츠보다는 이미지가 유권자의 선택을 좌우하게 되는 폐해가 따른다.
문제는 콘텐츠다. 선거에 나선 후보가 콘텐츠는 없이 이미지만으로 승부하려 든다면 이는 유권자를 기만하고 나아가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다.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그 다음 이미지를 가꾸는 것이 순서이다.
미디어의 역할도 바로 서야 한다. 후보자의 이미지 전달보다 백 배 천 배 중요한 것이 콘텐츠에 대한 검증이다. 미디어가 후보의 이미지화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콘텐츠 검증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유권자의 역할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이미지보다는 공약과 정책, 도덕성 등 콘텐츠를 명확히 검증하여 후보를 판단해야 한다. 풍부한 콘텐츠를 갖추고도 단지 이미지화 작업에 서툴러 낙선하는 후보가 생기거나, 능력이나 도덕성은 보잘 것 없는데도 포장을 그럴 듯하게 하는 재주가 뛰어나 당선되는 후보가 생기지 않도록 유권자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크게 열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
/김종량(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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