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그 많은 정치인들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호언한 지 40여년. 이철승 황인성씨 같은 거목이 버티고 있었던 시대도 그랬거니와 참여정부 탄생의 혁혁한 공을 세운 김원기 정동영씨, 그리고 국회의원 11명 전원이 여당인 지금도 전북은 여전히 낙후 티를 벗겨내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 이제 ‘쇠퇴지역’으로 불린다. 어감이 더 고약해졌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30년간(1975∼2004) ‘지역성장과 지역변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인구는 계속 줄고 소득증가율은 가장 느린 지역으로 나타나 이처럼 분류됐다.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과거 경부축 중심의 개발정책이랄지 전북의 정치력, 도민 응집력 등도 그 요인일 것이다. 그리고 대개는 정부가 사업을 미루고 예산을 지원해 주지 않았던 탓이라며 외부로 책임을 돌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의 독창성과 창의력이 지역발전을 좌우하는 시대다. 외부 탓만 한다면 앞으로 또다른 40년을 ‘쇠퇴지역’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15년간 새만금에 에너지를 쏟아부은 사이 다른 지역은 현실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실익을 챙겨나갔다. 안동 유교문화권 사업이 국가지원 대상으로 결정된지 오래지만 전주 전통문화조성 사업은 내년도 국가예산 지원대상에도 들지 않았다. 무주의 태권도공원사업은 당초보다 그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었지만 경주는 지금 대규모의 무림촌 조성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전남의 기업도시 J프로젝트는 엊그제 중간용역보고서가 나왔지만 무주의 기업도시는 하느냐 마느냐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새만금에 무슨 그림을 넣어야 할지 아직도 안개속인데 전남의 S프로젝트(서남해안개발사업)는 탄생한지 갓 2년인데도 이 사업을 관장할 기관 신설과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정치권이 최근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 진행시키고 있다. 지역이 일을 만들어내고 지역의 인사들이 관철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4년 7월 S프로젝트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큰 판 한번 벌이자"고 했던 기억이 새롭다. 서남권 9,000만평을 오는 2025년까지 인구 150만명의 바이오산업, 물류, 레저타운으로 건설하는 사업인데 컨셉이 좋으니 대통령도 격려할만하지 않은가.
전북은 ‘쇠퇴지역’의 탈출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여건과 미래, 차별성을 고려한다면 해양자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군산과 부안의 워터프런트 여건은 어느 지역보다도 낫다. 지금은 골프가 각광받고 있지만 10년쯤 지나면 요트 쪽으로 쏠린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흐름이다. 그림만 좋으면 몇조원 단위로 투자할 기업이나 자금운용단체들은 많다. 자치단체는 투자할 필요도 없이 공모 등 투명한 장치만 진행시키면 된다.
빼어난 자연경관은 그 자체로 돈이고 사람을 불러들이는 흡인력이다. 군산 앞바다와 섬, 부안 격포와 위도 등이 그런 곳이다. 해양관광과 해양레저, 그와 관련된 산업. 이런 컨셉을 새만금과 연계해서 큰 판의 그림을 그린다면 멋진 그림이 나올 것이다.
사람과 돈을 끌어들이고 부가가치를 높일 방안이 무엇인지 이제 전북인의 머리로 그림을 그리고 실천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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