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단돈 50달러로 미국으로 건너가 '철강왕'의 꿈을 이룬 패코(PACO)철강 백영중 회장, 미국 실리콘 밸리 IT기업 '텔레비디오'의 황규빈 회장, 미국 카펫업계를 평정한 임창빈 회장, ‘빠찡코의 황제’로 불리는 일본 마루한의 한창우 회장, 인도네시아 정글을 개척한 코린도 그룹의 승은호 회장, 고려인 3세인 카자흐스탄 카스피그룹 최유리 회장, 수산업과 호텔업으로 우뚝 선 스페인 인터불고그룹 권영호 회장…
이들은 이국 땅에서 성공스토리를 이룬 자랑스런 한국인들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지난 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5차 한상(韓商)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대회에는 해외 1214명 등 모두 2285명의 국내외 기업인들이 참여,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한상대회는 중국 화교들의 모임인 화상(華商)대회를 벤치마킹한 것. 지구상에는 이들 이외에 유대상인과 인상(印商) 등이 막강한 파워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먼저 화상을 보자. 중국을 떠나 전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는 6000만명 가량.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을 떠난 이들은 금융과 부동산 유통업 등에 종사하며 자본을 축적했다. 이들이 보유한 유동자금만 2조 달러 이상으로, 오늘날 중국 개혁개방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문화대혁명으로 폐허가 된 중국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 한 것이 1978년. 여기에 호응하는 외국인은 없었다. 이때 해외에서 어렵게 번 돈을 모국에 투자한 것이 동남아 화교자본이었다. 중국 직접투자의 70%, 교역의 40%를 이들 자본이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화교자본의 힘을 눈여겨 본 덩샤오핑(鄧小平)은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총리를 앞세워 전세계에 흩어진 화교상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냈다. 이것이 지난해 서울에서 8차 회의가 열린 세계화상대회다.
다음은 인도출신의 인상들. 이들은 아프리카 상권을 쥐고 있는데다 화상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경제권에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 IT산업의 심장부인 실리콘 밸리의 인맥과 연결돼 엄청난 속도로 부상 중이다. 인도 본국 전체 투자의 33%가 이들 자본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유대상인들. 디아스포라(Diaspora 집단이산)의 원조격인 이들이 초강대국 미국을 움직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 월가를 주물럭거린다. 또 정치와 언론까지 장악, 미국의 중동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형편은 어떤가. 이들에 비할 바 아니지만 우리 해외교민 숫자는 175개 국에 7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중국 미국 일본 독립국가연합(CIS)등 강대국에 몰려있는 게 특징. 규모로는 세계 5위, 인구대비로는 2위 수준이다. 이들의 정보력과 경제력을 네트워크 하고자 하는 것이 한상대회다.
눈을 전북으로 돌려보자. 전북은 지금 대기업과 자본유치 등에 목말라 있다. 곧 내부개발에 착수해야 할 새만금지역이며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꼽고 있는 식품산업클러스터, 첨단부품소재산업 등에 자본과 기업 유치가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해외자본 못지않게 한상들의 자본과 노하우,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것이다.
때 마침 전북도가 제6차 대회 유치에 나섰다고 한다. 대규모 컨벤션센터와 숙박시설 등이 열악해 어떨지 모르겠으나 새로운 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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