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지난 2004년 7월 노무현대통령이 목포를 방문해 “큰 판 한번 벌여보자”고 한 그 큰 판의 얼개가 얼굴을 내밀었다. 무안 목포 신안 등 서남권에 2020년까지 22조4,000억을 투자, 환황해권 산업거점으로 개발한다는 정부 방침이 그것이다. 이른바 서남권 종합발전구상이다.
기존의 기업도시 계획인 J 프로젝트(해남·영암)와 연계, 추진하되 국가균형위원회가 정책개발을 담당하고, 총리실에 가칭 ‘서남권 등 낙후지역 투자촉진단’을 설치해 총괄 추진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까지 덧붙여졌다. 전북을 방문했을 당시 “선물 주던 시대는 지났다”던 태도와는 다른 각별한 관심이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S프로젝트가 국가사업으로 확정되고 정부에 추진기구까지 설치된 셈이니 순풍에 돛단 격이다. 일이 이같이 성사되기까지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힘이 컸다. 청와대에 여러차례 드나들며 가교역할을 한 게 그다. 특별법까지 만들어 내년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이 제도적 장치까지 대비하고 있으니 남의 집일 망정 보기에도 좋다.
또 ‘남해안개발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경남 전남 부산 등 3개 광역자치단체가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지역균형개발을 꾀하기 위해 남해안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취지의 개발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미 특별법안까지 성안해 놓고 있다. 지난 7∼8월 두달 사이에 민주당의 신중식의원이 ‘남해안 균형발전법안’, 한나라당의 김재경의원이 ‘남해안발전특별법안’, 열린우리당의 주승용의원이 ‘남해안발전지원법안’을 각각 발의해 놓고 있다.
전북의 남쪽과 동쪽에서 각각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큰 판의 지역발전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걸 우리는 보고 있다. 정치인들이 맥을 짚어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인천 송도에는 유비쿼터스 IT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정보통신 1등 국가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IT의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2010년까지 8,000억을 투자하고 내년이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이 분야 세계 시장규모는 540억 달러에 이른다.
또 부산신항과 광양항은 세계의 인력과 물자, 정보와 자본이 모여드는 동북아 물류의 거점으로 육성되고 있다. 환황해권의 물류는 인천과 당진이 주축이다. 물류인프라에서도 전북은 솔직이 내놓을 게 없다. 물류인프라의 핵심인 항만정책에서도 소외받고 있다.
전북이 새만금에 모든 걸 걸고 15년을 헤매는 사이 다른 지역의 정치인들은 미래 돈이 될 프로젝트를 착착 실행시키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새만금 문제 하나 해결치 못하고 각인각색의 행태를 보여왔다. 미래 전북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려 노력하는 국회의원도 찾기 어렵다. 갈수록 쇠잔해지고 있는 전북이야말로 큰 판의 그림이 필요한 지역 아닌가.
헌데 이젠 전북이 쇠잔해지고 있다며 새만금에 미래를 걸라고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한테 충고받는 상황이 돼버렸으니 전북의 정치인들은 뭐하고 계시는지….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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