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뉴스&피플 대표)
세밑, 누구라도 그렇지만 조금은 따뜻해지고 싶습니다. 넉넉해지고 싶습니다. 그게 인지상정이고, 그게 우리네 사는 모습입니다. 거기서 인정이 싹트고, 그로 하여 삶의 의미를 나누게 됩니다.
그러나 소위 지도층이라는 분들은 그렇지가 못한 모양입니다. 나랏님들은 물론이고, 국가 원로들과 석학들도 매양 한가지입니다. 도대체 국민을 편히 놔주질 않습니다.
걱정스럽습니다. 전쟁을 하든 사업을 하든, 조금은 정신을 추스를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주위을 안돈케 하고, 더불어 쉴 수 있는 이른바 민력(民力)의 휴양(休養)이란 게 있어야 합니다. 간단없이 흔들어대고, 위기감을 증폭시킨다면 국민들은 불면증을 면할 수 없습니다.
북핵이 그렇고, FTA 또한 그렇습니다. 정치판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한주가 멀다하고 터지는 부동산 파동에 널뛰기 금융정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새만금에 J프로젝트가 가슴을 옭죄고, 이라크 파병에 농촌 ? 도시서민 ? 노인 ? 여성문제에 노사 ? 입시 ? 취업 ? 건강보험 ? 연금 문제까지 온 국민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다변화, 다원화시대에 목가적 정서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순방에 나서면서까지 국민을 불안케 할 이유는 없습니다. 원로들까지 나서 국민을 몰아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대체 국민이 무슨 잘못이고, 그래서 무슨 실익이 있습니까.
특히 TV 방송등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 각종 토론회는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현안문제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기는커녕 끝없이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도대체 결론이 없습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자기주장과 대립과 분열 속에 국민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기를 펼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걸머질 청소년들이 볼까 두렵습니다. 언필칭 토론문화를 말하지만 그런 토론회는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대화와 수용, 조정과 협상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정신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극단주의자와 혁명가 쿠데타세력 같이 상대방을 거꾸러뜨려야 하는 독선주의가 판을 치면서 우리의 미래가 걱정스럽습니다. 어린 청소년들을 세뇌시키지는 않을까,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런 토론회라면 없는 게 낫습니다. 아니 법을 제정해서라도 그런 토론회는 통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논의태예(論義太銳) 작사무점(作事無漸)이라 했습니다. 조광조의 개혁이 옳은 것이었지만, 일을 추진함에 있어 점진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고 너무 치열한 논리를 앞세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는 율곡의 지적입니다.
개혁가는 사회세력을 조율할 때 혁명가보다 더욱 교묘한 적응력과 조정능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개혁가는 폭발적 변혁을 꾀하는 혁명가와 현상유지를 고집하는 보수주의자 사이에서, 양면투쟁이 불가피하다는 헌팅턴의 말입니다.
세밑, 위안을 주는 원로를 만나고 싶습니다. 가슴 따뜻한, 아니 가슴 트이는 토론회를 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다소는 넉넉해지고, 주변과 더불어 편한 웃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대성(뉴스&피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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