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완주신문사 사장)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하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노대통령을 가리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막말을 했다. 개헌의 당위성이나 찬반 의견 표시대신 불문곡직(不問曲直) ‘나쁜 대통령’으로 깍아 내린 것이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가에서 박대표의 직설적 화법(話法)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박 전 대표의 함축된 한 마디가 감성적 어법으로 논란의 핵심을 찌른 촌철살인이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국가원수에 대해 상식이하의 비하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그것이다. 박 전 대표가 말한 나쁜 대통령이란 표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한나라당에서 뒤이어 쏟아진 ‘정치판을 쥐고 흔들려는 정략적 발상’이라느니 ‘민심을 저버린 승부사적 꼼수 정치’라느니 하는 비아냥이 그 말의 속내를 뒷받침하고 있다.
논쟁 좋아하고 되받아 치는데 능한 노대통령이 그냥 넘어갈리가 없다. ‘장군’보다 ‘멍군’이 더 세다고나 할까?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당연히 청와대 국정 브리핑이나 네티즌들 또한 가만 있을리가 없다. 진짜 나쁜 대통령 논란은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확산되고 덩달아 이승만 전두환씨까지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의제(議題)설정에 주도권을 쥐고있는 보수언론들이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관성 헤프닝으로 논쟁을 덮어 두려는 모양이지만 호사가(好事家)들로서는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자기를 위해 개헌한 ‘나쁜 대통령’은 누구일까. 이승만 전 대통령은 사사오입 발췌개헌으로 집권 연장을 꾀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3선개헌에 유신헌법까지 강압적 수단으로 통과시켜 총신 집권을 꿈꾸다가 한 발의 총성으로 생을 마감했다. 전두환씨의 경우는 더 말하는것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자 이 정도면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답은 명료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이미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이 심판하면 그만일 개헌안 제의를 두고 난데없이 ‘나쁜 대통령’이라니…… 아무리 감성적 언어로 정곡을 찌른 표현이라지만 정말 ‘이건 아니잖아’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진짜 나쁜 대통령은 따로 있다. 집권 20년동안 수많은 반체제 인사를 살육한 피노체트 칠레 대통령, 인종청소로 악명을 떨친 유고연방의 밀로세비치, 엊그제 사형이 집행된 이라크의 후세인 전 대통령 등이 그들 아닐까? 물론 나라마다 종족간 정파간 이해가 다르긴 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기준으로 볼때 독재와 인권탄압 인명살상보다 더 나쁜 죄악은 없다.
사실 나쁘다는 말의 합의(合意)를 제대로 해석하자면 해당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 후세인의 처형 소식에 등골이 서늘했을 26만원밖에 갖지 못한 가난한(?) 어떤 전직 대통령. 그러니 박 전 대표는 ‘나쁜 대통령’평가는 그만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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