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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정치분화를 보는 눈 - 이경재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한 ‘통합신당모임’이 또하나의 정당을 창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창당 작업이 쉽지 않건만 창당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존 때문이다.

 

민주당과의 신당 논의는 결렬됐고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은 요원한 것처럼 보이니 선택의 길은 창당 밖에 없을 것이다. 가깝게는 연말 대선이고 멀게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다.

 

통합신당모임의 창당 선언으로 전북의 정치지형이 꽤나 복잡해질 것 같다. 도내 범여권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중도개혁통합신당'(이하 중도신당)의 3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앞으로 정치분화의 과정을 밟게 될 것이 뻔하다.

 

벌써부터 우리당 소속 당원들의 탈당러시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도신당의 강봉균 이강래 조배숙의원 지역구의 지방의원과 당원들이 줄줄이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하고 있다. 일부 무소속 지방의원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런 정치분화 현상을 바라보는 심정은 편치 않다. 탈당 명분도 뚜렷치 않거니와 창당 이념도 다른 정당과 차별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이 주인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니 ‘정치에 지방이 없다’는 말이 빈소리가 아닌 걸 실감한다.

 

또하나는 정치권이 걸핏하면 정당 간판을 갈아치우고 새 정당을 만드는 ‘한국적 관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사례만 살핀다 하더라도 바꿔 단 여야의 정당간판이 즐비하다.

 

민자당이 지난 92년 3당 합당으로 집권했지만 국민지지가 시원치 않자 신한국당으로, 그 후엔 한나라당으로 간판을 바꾸었다. 80년대 평민당이 새정치국민회의로 개편, 97년 대선에서 승리했고 새정치국민회의는 새천년민주당으로 다시 개편, 2002년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개혁세력의 탈당과 함께 열린우리당으로 분화하고 말았다.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던 열린우리당 역시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분화의 길을 걷고 있다.

 

2003년 11월 통합신당모임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처럼 이젠 ‘중도신당’이 똑같은 절차를 밟아 새 정당을 창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이 실패하거나 선거에서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반성과 함께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인 뒤 다음 선거때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야말로 정치발전을 앞당기고 정치서비스를 높이는 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리더들은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간판을 바꿔 달고, 줄을 세워 창당하는 후진적 정치관행을 되풀이해 왔다. 그 결과 50년 정당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정당간 차별성이나 정치이념을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만 남겼다.

 

정치지형이 변할 때마다 전북은 중심에 있었다. 평민당-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분화하는 과정이그랬다. 정치리더들의 수사(修辭)도 얼마나 많이 난무했던가. 하지만 전북에 돌아온 건 뭔가.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또하나의 정당이 창당되는 걸 보면서 정치세력의 분화현상이 전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내년 총선에서 도민들은 어떤 정치행위를 보일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치인들의 수사를 지금부터 눈여겨 보아두자.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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