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5 12:34 (목)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세상만사
일반기사

[세상만사] 조폭수준의 재벌총수 - 김승일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술집 종업원 보복폭행 의혹이 세간의 화제다. 본인은 폭행 현장에 간 일이 없고 당연히 폭력을 휘두른 사실도 없다고 딱 잡아 떼고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은 한결 같다.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로 두들겨 맞았고 보복이 두려워 경찰 신고마저 꺼렸다는게 당사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경찰이 김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한만큼 그의 부인(否認)에도 불구하고 빗나간 자식사랑이 사법적 단죄를 받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더군다나 지난 2005년에도 술집 종업원의 머리를 술병으로 내리 쳤다는 보도마저 나오는 판이니 더 이상 변명의 여지도 없을 것이다.

 

평소 열한자루나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면서 유난히 경호원들 거느리며 어깨에 힘주기 좋아했다는 김 회장으로서는 우선 마음껏 주먹질을 해댔으니 속이 다 후련했을 것이다. 그것도 경호원과 동원된 어깨들을 대동하고 제왕처럼 호통을 치며 (치를) 가했으니 통쾌무비(痛快無比)다. 그러고는 그에게는 푼돈에 불과할 돈 3백만원을 내놓고 남자답게 화해한 것으로 하자고 했단다. 그러니 이게 도대체 상식있는 사람이 할 짓인지 아니면 조폭 수준의 치기어린 만용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실컷 두들겨 맞은 피해자들은 그러고도 상대가 재벌 회장이란 사실에 주눅이 들어 아예 맞은 사실조차 쉬쉬할 정도였다니 기가 막혀도 한창 막힐 노릇이다. 사건 발생 후 달포가 지나서야 언론보도로 들통이 나긴 했지만 만약 쉬쉬가 통해 이런 만용이 그대로 묵과됐더라면 빽없고 힘없는 서민들은 ??가진 자??의 횡포에 입 닫고 눈 감고 그냥 앙앙불락하고 말았을 일 아닌가.

 

자유당 시절 임화수란 깡패 오야붕이 배우 김희갑을 늘씬하게 두드려 팬 일이 있었다. 갈비뼈 몇 대가 부러질 정도로. 그가 제 맘에 드는 영화를 찍으려는데 김희갑이 ??앙가주망(문화적 사회참여)??은운하며 토를 달았다는 이유에서다. 앙가주망을 ??뭐야 앵겨 주먹???어쩌고 하면서 실컷 주먹질 발길질을 해댔다니 무식의 극치인가 폭력의 저돌성인가.

 

경우야 다르지만 김회장의 주먹질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사회지도층이 갖춰야 할 노블러스 오브리제를 깡끄리 무시했기 때문이다. 법보다 주먹을 앞세운 그의 만행(?)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그래서 지극히 당연하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내면에는 동물적 본능과 사회적 자아(自我)가 공존하고 있다고 본다. 동물적 본능을 제어할수 있는 자아의식이 없다면 사회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본능??이 ??자아??를 눌러 사회지도층으로서의 품격을 스스로 손상시키고 말았다. 한 때 은폐의혹을 샀던 이 사건은 청와대 한마디로 경찰에 엄중수사에 나섰으므로 조만간 진실이 밝혀 질 것이다. 결말이 어떻게 나든 문제는 김회장의 노블레스 아마드(도덕률의 상실)다.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