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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대학통합, 차라리 때려 치워라 - 조상진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도내 국립대 통합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착잡하기 그지 없다. 전북대-군산대-익산대간 대통합이 물 건너 가더니 이제는 전북대-익산대간 소통합마저 삐걱거린다. 과연 우리의 자치역량이, 이것 뿐인지 한심스런 생각마저 든다. 이대로 가다간 전북의 미래가 어찌 될지 심히 걱정이다.

 

잠깐 전북의 현실부터 돌아보자. 지금 전북은 경제살리기가 최대 화두다. 이를 위해 전북도를 비롯 자치단체마다 기업유치에 혈안이다.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유혹하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왜 일까. 한 마디로 기업하기에 좋은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째 돈과 쓸만한 사람이 없고, 둘째 SOC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하면서도 중요한 게 사람, 즉 교육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대기업이 이전해 와도 교육문제 때문에 자녀들을 서울에 두고 혼자 내려오는 현실이 그것을 말해 준다. 자녀를 보낼 좋은 학교가 없어서다. 특히 대학이 그러하다. 가령 서울대학교 수준의 대학이 전북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기업유치는 수고하지 않아도 저절로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만한 대학을 키우는 것, 그것이 해법이다.

 

그런데 전북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 도내를 대표하는 전북대의 경우 그러한 역할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타지역 국립대에 비해서도 뒤떨어지고, 도내 우수 고교생들마저 외면하고 있다. 의학계열을 제외하고 상위그룹들은 모두 수도권으로 빠져 나간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립대 통합마저 지지부진이다. 통합을 통한 재정지원과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대학을 업 그레이드해도 모자랄 판인데도 말이다. 더구나 부산 전남 등 다른 지역은 이미 작업이 끝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반면 전북대-군산대 통합은 대학과 지역의 이기주의가 맞물려 상처만 남긴채 끝나 버렸다. 그리고 순조롭던 전북대-익산대 통합은 ‘수의대 익산 이전’을 둘러싸고 제동이 걸렸다. 먼저 이의를 제기한 익산시는 전북대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불만이다. 이에 비해 익산대와 전북대측은 익산시 차원의 지원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다 뒤늦게 딴소리한다고 받아친다. 이런 논란은 대학과 자치단체간, 전주와 익산간 해묵은 감정싸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앞으로 전개될 로스쿨 유치를 둘러싸고 전북대와 원광대간의 기선잡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자 김완주 지사가 중재에 나섰지만 답보상태다. 결국 문제는 당초 약속대로 전북대 수의대를 익산으로 옮기되, 익산시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 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이것도 쉬운 문제가 아닌듯 하다.

 

이번 사태는 전북대 총장과 익산시장의 입장 차이로 일이 꼬이고 말았다. 서거석 총장은 내부적인 반발이 있더라도 처음 약속을 이행했어야 옳다. 그리고 이한수 익산시장은 이를 빌미로 1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교육부를 찾아가 ‘통합 무효’를 외친 것은 섣부른 짓이었다. 또 ‘익산대는 익산을 떠나라’고 한 것은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대학과 지역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 넣는 통합은 차라리 때려 치우는 게 낫다. 그리고 전북대와 군산대는 계속 추락하고 익산대는 폐교해야 맞다. 그렇게 되는게 지역발전인가?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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