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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명박 후보에게 묻는다 - 조상진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12월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한창이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당내 경선을 통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은 신정아씨 파문 등으로 흥행에 죽을 쑤고 있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50%를 상회하며 계속 상한가다. 한나라당과 물과 기름같았던 전북에서도 여러 인사들이 캠프에 줄을 대기 위해 안달인 것을 보면 그의 인기를 알만 하다.

 

이명박 후보에게는 한국 현대사의 빛과 그늘이 그대로 녹아있는 느낌이다. 일본 출생과 가난했던 어린 시절, 민주화운동을 거쳐 샐러리맨 신화와 경선승리에 이르기까지 드라마틱한 요소가 다분하다. 또한 그 주변의 부동산 투기의혹과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까지 우리의 성장궤도와 너무 닮았다. 더구나 이 후보는 청계천 복원과 시내버스체계 개편 등 파워 넘치는 추진력을 보여 주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의 느린 발걸음과 대척점을 이루면서 보수진영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게 있다. 이 후보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사고와 정책을 펼쳐온 인물이다. ‘비수도권’은 변방일 따름이다. 그동안 행태를 돌아보면 그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 후보는 2003년 12월 ‘지방분권 3대 특별법’ 제정을 반대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과 관련해서는 2005년 2월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앞서 2004년 10월에는 수도이전 반대집회에 서울시청 공무원의 참여를 독려하는 팩스를 각 구청에 내려보내 관제데모를 획책했다. 또 수도이전 반대운동 비용을 예산에 편성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의 선거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과 ‘대수도권론’을 주장하는 김문수 현 경기지사가 당시 행복도시 건설 반대의 선봉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는 참여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온 국가균형발전이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줄곧 냉소적 입장을 보여 왔다.

 

이러한 행태는 이 후보가 당시 서울시장 자리에 있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대권주자라면 큰 눈으로 국가전체를 아우르는 비전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 후보에게 물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과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을 승계할 것인가, 아니면 보다 나은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를. 나아가 행복도시와 수도권 공기업을 이전하는 혁신도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대권주자들은 지금 표를 얻기 위해 무슨 말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불과 2-3년전 언행을 보면 집권시 또 말을 어떻게 뒤집을지 모른다. 오죽했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차기정부의 균형발전정책 중단을 우려해 “임기안에 대못을 박고 싶다”고 했을 것인가.

 

지방민들은 호남과 영남, 충청을 가리지 않고 연대해서 아사(餓死) 직전인 지방의 해법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인기가 바닥이라 해서 지방을 살리기 위한 각종 정책까지 포기해서는 안된다.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캠프에 줄을 섰다고 쓸개없이 휩쓸려서는 안될 일이다. 선거기간이 끝나면 지방민들이 또 다시 ‘찬밥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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