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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신해양시대의 전북 - 조상진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서해로 삐쭉 솟은 부안 변산반도 끝자락 죽막동에는 수성당이라는 신당(神堂)이 있다. 이곳은 칠산 앞바다를 다스리는 여해신(女海神)을 모신 곳이다. 해신의 이름은 개양할미다.

 

이 개양할미는 적벽강 아래 여우굴에 사는 것으로 전해진다. 8명의 딸을 두었는데 각 도(또는 변산반도 일대 각 섬)에 1명씩 시집을 보내고 막내딸만 데리고 살았다. 서해의 수심을 재어 어부들의 생명을 보호해 주고 풍어를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성당 부근에서 1992년 제사유물 1000여 점이 무더기로 출토되었다. 국립전주박물관이 발굴한 이 유물은 한반도 해안일대에서 출토된 최대 규모의 해양 제사유적으로 토기와 금속제품, 청자 등을 망라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그리고 중국 육조시대와 일본 오끼노시마 유물 등이 한꺼번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삼국 이전부터 한·중·일 간에 물적·인적 교류가 빈번했음을 증거해 주기 때문이다. 즉 변산 죽막동과 위도, 그리고 선유도는 한·중·일 3국을 트라이앵글로 엮는 환황해벨트의 중간 기항지였다는 사실이다.(목포대 이윤선 교수)

 

이같은 역사적 해석은 지난 9월부터 5차례에 걸쳐 열린 ‘변산반도 해양포럼’이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동국대 윤명철 교수는 1996년과 2003년 직접 뗏목탐사로 이를 입증한 바 있다.

 

그동안 전북은 해양문화의 불모지였다. 우리나라의 해상활동은 신라때 장보고의 눈부신 활약과, 고려때 송나라와 개경의 무역 정도 밖에 알려진 게 없다. 그러나 전북에도 빛나는 해양시대가 있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전북의 해양에 관한 역사와 문화, 나아가 이를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와 관광사업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 세계는 신 해양시대다. 육지에서 연안으로, 연안에서 근해로, 근해에서 원양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바다가 갖는 잠재력에 새롭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해양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그동안 육지에 머물러 있던 시각을 연안과 섬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개발방향은 두 가지다. 해양자원을 활용한 관광사업과 항만시설 확충이 그것이다.

 

잠깐 우리나라 3면의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사업을 살펴보자. 경남과 전남, 부산이 추진하는 남해안 프로젝트는 남해안 일대 2400여 개의 섬을 무대로 관광개발과 미래형 항만 물류산업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또 전남의 무안 목포 신안일대에서는 서남권개발사업(S프로젝트)이, 영암과 해남일대에서는 소위 J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경북과 강원은 동해바다를 고부가가치로 육성하는 GO프로젝트(동해안 해양개발 기본계획)를, 충남은 서해안 관광벨트사업에 나섰다.

 

전북은 고군산군도를 국제해양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자칫 이니셔티브를 놓칠 우려도 없지 않다. 덧붙여 변산반도 활용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전북은 그동안 폐쇄적 성향을 보여왔다. 진취적이고 투쟁적이지 못했다. 해양기질이 부족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제 전북도 1500년전 선조들이 한·중·일 바다를 누비듯 신해양시대에 앞서갔으면 한다.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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