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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BBK와 대선 그리고 거짓말 - 김승일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연전에 발표된 영국의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 정치학자 글렌 뉴이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매우 도발적이다. 3년여에 걸친 연구결과 이 연구팀은 정치인은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영국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서 이 팀이 연구한 ‘민주정치에서 진실과 기만’이란 제하의 논문에서다.

 

뉴이교수는 정치인이 갈수록 진실을 말하지 않는것은 우리 유권자의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가령 국가안보가 걸린 문제에서는 이같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공공의 이익에 일치하는 거짓말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대가이며 그래서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진실한 발표보다는 진실을 숨기는 포커게임 능력’이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물론 이 논문에서 제기한 진실이란 국가안보라는 절대적 명제가 전제되고 있다. 정치인의 일상적인 정치적 활동이나 도덕성에 면죄부를 주자는 주장이 아님을 금방 알수 있다.

 

꽤 지난 이야기지만 이런 연구 결과 발표가 새삼 떠오르는 것은 대선을 앞둔 요즘 우리 정치판에서 BBK주가조작사건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여야 진실공방을 보면서다. 딱 꼬집어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유권자들은 지금 아무도 모른다. 오직 이명박후보와 그 측근, 그리고 김경준씨와 그 가족만이 진실의 끈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따져 보자. 온나라를 시끄럽게 하고있는 BBK의 진실이 과연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공공의 이익을 저해할 정도로 중요한 명제인가? 유권자들의 지나친 질문이 한 정치인에게 거짓말을 강요라도 하는 문제일까? 그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엄청난 파문을 불러 일으킨 주가조작사건이 있었고 그 책임을 물어 한 전문경영인이 형사 소추됐으며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연구뢴 이 사건의 진실을 속시원히 알고 싶어 하는게 BBK사건의 전말이다.

 

정치인의 덕목은 두 말할것도 없이 도덕성이 첫째다. 능력과 자질, 통찰력, 미래 비전제시 같은 덕목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국정을 수행해 나가는데 필요한 필수 조건일 따름이다. 그런데 그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는 사건이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 이 시점가지 유권자들의 관심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이번 대선의 비극이다.

 

어떤 이유로도 정치인의 거짓말은 안된다. 허위의 장막뒤에 숨어서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정치작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거짓말이 잠시 몇몇 사람을 속일수는 있어도 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일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 BBK사건의 진상은 검찰의 손에 의해 낱낱이 밝혀질 일만 남아 있다. 그 시간도 멀지 않았다. 포커페이스로 위선을 가장했던 많은 사람들중 누가 과연 거짓말쟁이로 드러날까 궁금하다.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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