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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러고도 국민통합인가 - 이경재

이경재(본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출생지가 어디인가?" "잘 모르겠다." "전북출신이라고 인수위가 발표했는 데 동향사람인지 몰랐다. 언론은 완주, 서울출생이라고 보도했다. 어디가 진짜 고향인가?"

 

지난달 27일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광철 의원(전주 완산 을) 등 야당 의원과 유 후보자 사이에 오간 코미디 같은 질문-답변이다.

 

완주 사람들은 유 장관이 봉동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정서적으로 서울사람"이라며 출생지가 완주 어딘지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런 그의 출신지를 인수위는 장관후보에 호남출신이 적다는 비판이 일자 전북으로 정정해 발표하기까지 했다. 우스꽝스럽다.

 

우여곡절 끝에 엊그제 이명막정부의 첫 내각 구성이 마무리됐다. 논문표절에다 떴다방을 방불케 하는 부동산 투기, 불법 탈법을 동원한 재산형성 과정,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이 국민들의 염장을 질렀다. 지성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유치한 이들의 변명이 화를 더 돋궜다.

 

장관 인선 내용은 국민적 정서를 깡그리 뭉갠 오만의 극치였다. 그들한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요구하는 건 사치일 것이다. 이들이 앞으로 펼칠 부동산정책과 서민정책, 노동정책, 사회복지정책 등이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3.1절엔 신임 장관 절반이 태극기를 달지 않아 국가관을 의심받았다.

 

지역안배를 무시한 인선도 중요한 사안의 하나다. 표도 찍지 않고 무슨 지역안배냐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지역안배를 고려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 국민적 화합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꼭 이뤄내겠다고 밝히지 않았던가.

 

인사 예산정책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지역의 현안과 관련한 정부-지역간 징검다리 역할 기능 때문에 어느 정권이나 지역안배는 중요한 현안으로 다뤄왔다.

 

그런데 새 정부의 파워인맥중 전북출신은 꼭 가뭄에 콩난 꼴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10자리중 전북출신은 단 한명도 없고, 비서관(41명)은 김백준 총무비서관이 유일하다. 각료(16명)중 전북출신은 정운천 농수산식품장관 1명, 차관급(25명)에는 2명이 끼어있을 뿐이다. 이명박정부를 이끌 파워인맥(94자리)에 전북출신은 단 4명에 불과한 셈이다. 그것도 농수산분야 쪽에 치우쳐 있다. 이명박정부가 이러고도 국민통합을 주창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 될 것이다.

 

법무장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빅4’ 사정라인을 모두 영남출신으로 채운 걸 두고도 '그들만의 잔치', '영남향우회'란 비판이 나왔다. 지역안배 의지는 애당초 없었던 모양이다. 밉보였다간 국물도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호남의 정치인이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정동영 대선후보가 최근 “정치보복 중단하라”며 대국민호소문까지 낸 걸 보면 그같은 추정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런 인선을 "철저히 능력 위주"라고 밝혔지만 그런 설명은 유인촌을 전북출신이라고 정정해 밝힌 것만큼이나 우스꽝스럽다. 전북출신은 논문 표절하지 않고 부동산투기 하지 않아서 인물 축에 못끼이는가?

 

/이경재(본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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