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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전북 정치의 봄은? - 조상진

조상진(본보 논설위원)

새 정부 들어 정권교체를 실감케 하는 일이 있었다. 장차관급 인사에서 고향 바꿔치기 해프닝이 그것이다. 난데없이 서울 출신이 전북출신으로 둔갑한 것이다.

 

먼저 논란이 되었던 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이명박 정부의 첫 조각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해 눈길을 끌었던 유 장관의 출신지역이 전북으로 발표되었다 다시 서울로 정정되었다. 이어 차관급 인사에서 허용석 관세청장이 다시 한번 똑 같은 과정을 겪었다. 둘 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인물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북과 무관한 건 아니다. 부모가 모두 전북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의 부모는 완주 봉동, 허 청장의 부모는 진안 태생이다.

 

문제는 이들이 전북을 고향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호남 소외'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이들을 전북출신으로 만든 것이다.

 

이러한 해프닝은 10년 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을 때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30여 년만에 호남정권이 들어서자 중앙부처며 대기업 등에선 급하게 호남연고자를 찾았다.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에 줄을 대기 위해서다. 그러자 곳곳에서 호남출신이 생겨났다. 평상시 고향을 외면해 오던 사람들이 향우회나 동문회에 나타나 "내가 태어난 곳이 호남입네"한 것이다.

 

비록 해프닝이긴 하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어찌보면 유 장관이나 허 청장은 망국적 폐해인 지역주의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인가. 호남에 연고가 있다는 게 숨겨야 할 천형(天刑)이란 말인가.

 

사실 지난 10년간 전북은 비교적 따뜻한 밥을 먹은 편이다. 역차별 논란도 없지 않았으나, 군부독재시절 이래의 편중인사에 비하면 적어도 피해는 보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정부 수립이후 60년 동안 전북이 한국정치사의 한복판에 섰던 적은 많지 않았다. 초창기 김성수·함태영씨 등이 부통령에 당선되고 한민당을 주도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리고 5·16 쿠데타 이후 30여 년간 군부및 지역패권정치가 장기화하면서 전북출신들은 정치적 역량을 펼치지 못했다. 기껏 지역안배라는 이름으로 '얼굴 마담 총리'나 농림부 장관 등이 전북 몫이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철승씨만이 유일하게 야당의 거목 노릇을 했다. 3김씨 못지 않은 역량을 보였으나 그도 중도통합론 등 사꾸라 논쟁을 겪으며 사라져야 했다. 그리고 이번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여당의 대선후보로 나서는 기회를 잡았다. 전북출신으로는 처음이다. 결과는 531만 표라는 역대 대선 최대의 표 차이로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10년 정권(?)도 넘어갔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고소영 청와대' '강부자 내각' '사정기관장의 영남향우회' 등 10여년 전의 아픈 추억이 되살아 나고 있다.

 

이대로 전북 정치권은 동토(凍土)로 몰릴 것인가. 지역을 발판으로 하는 정치가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디 현실이 그런가. 동학혁명의 들불처럼 꺼지지 않는 힘을 보여줬으면 한다. 전북정치의 봄을 대망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이 그 기폭제였으면 한다.

 

/조상진(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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