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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지방정치여, 반기(叛旗)를 들라 - 조상진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4·29 국회의원 재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 출범후 총선을 제외하고 처음 치러진다. 공교롭게 선거구가 호남권 2곳(전주 완산갑· 덕진), 영남권 2곳(경북 경주·울산 북구), 수도권 1곳(인천 부평을) 등 전국적인 구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MB정부 출범 1년2개월 동안 변화된 민심을 읽을 수 있는 기회다. 야권에서는 그래서 '이명박정부 심판' 또는 '중간평가'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국정안정'과 '경제살리기'로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을 전북으로 좁혀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전북은 민주당이 실질적 여당인 지역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민주당 심판'적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이번 전주 재선거는 민주당 공천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누구 말처럼 호남권이 텃밭인 민주당은 "풍남문 앞에서 석고대죄"부터 하고 공천에 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덕진 출마선언으로 성격이 변해 버렸다. 정 전의장이 "공천을 받느냐""무소속으로 출마하느냐""분당(分黨)까지 갈 것이냐"가 관심사다. 나아가 정 의장과 정세균 당 대표의 당권다툼으로 변질됐다.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 형국이다. 민주당의 입지와 인물들이 얼마나 곤궁하고 부박(浮薄)한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여기에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까지 겹쳐 민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 있다. 국회의원 공천과 관련된 지방정치인들의 행태다. 지방의원들의 줄서기와 눈치보기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공천이 유력한 후보를 물밑에서 돕는가 하면 여러 후보캠프를 돌면서 보험을 들기도 한다. 완산 갑 지역의 경우 장영달 의원 구속이후 부모잃은 자식처럼 한데 뭉쳐있다 유력후보와 딜(?)을 시도하고 있다. 덕진 지역은 정동영 전의장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아 계속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이런 풍경은 한마디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이 깊다. 어느 후보에 줄을 서야 민주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는가가 오직 기준일 뿐이다.

 

지방의원들은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몸종이요 가방모찌(짐꾼)로 전락했다. 나리가 내려오면 눈도장 찍기에 바쁘고, 심지어 지방의회 공식일정이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다만 요령있는 시장 군수들은 처음 공천받을 때는 국회의원 눈치를 살피다, 예산 주무르는 노하우를 터득한 후부터 고분고분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중앙정치에서 지방정치를 해방시킬 묘책은 뭘까. 단기적으로 지방선거, 특히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일이다.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에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해야 한다. 종국에는 중앙당도 정책 조직 홍보 분야만 남기고 나머지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이 폐지될 경우 정당정치의 활성화에 역행하고 토호세력이 난립한다는 반론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진성당원이 확보되지 않는 정당정치는 사상누각이다. 더구나 지역당 성격을 띠는 지금 구도에선 폐해가 너무 크다.

 

지방정치도 이제 반란을 꿈꾸어야 한다. 걸출한 스타의 출현과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하다. 4·29 재선거와 내년 지방선거가 그 출발점이었으면 한다.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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