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에도 부처 가르침 있죠"
8살에 출가해 법고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음악 공양의 화두를 안고 수행길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느리게, 빠르게 몰아가는 울림을 통해 구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오기 전 연습을 한 번 밖에 못했더니, 힘에 부쳐서 혼났습니다. 법고 치기엔 지금만큼 좋은 시기가 없는데…. 법고가 소나 말가죽으로 만들어져 여름엔 축축해서 늘어지고, 겨울엔 팽팽해지거든요."
28일 김제 금산사에서 열린'제1회 전국 템플스테이 문화축제'의 법고경연대회에서 '원력을 일으키는 북소리'로 1등상을 탄 수덕사의 경학 스님(39). 둥글둥글 선한 눈매의 그는 쥐고 있던 북채를 내혀놓고 법고에 대한 설명을 차분히 이어갔다.
"사찰에서는 아침·저녁 예불 전 법고, 목어, 운판, 범종을 칩니다. 법고는 기어다니는 짐승에게, 범종은 지옥의 중생, 목어는 물 속 짐승과 운판은 날아다니는 짐승에게 소리를 통해 부처님의 진리를 전달하는 또 다른 방법이죠. 새벽이 되면 누군가 "일어나"라고 다그치는 소리일 수도 있고, 나태해진 중생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경책의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북소리가 가장 절실해지는 순간은 수행하면서 방황할 때다. 자기 자신도 구원을 못하면서 어떻게 중생들을 구제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낮지만 긴 여운의 북소리가 귓전을 울린다고 설명했다.
악보도, 일정한 틀도 없는 법고를 배우기 위한 왕도는 없다. 수십 년간 법고와 씨름해왔던 스님들의 소리를 수없이 듣고, 따라하는 반복 속에서 울림은 깊어져간다.
"20대에 한 비구니 스님이 제 북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셨더랬습니다. 그냥 가슴을 울렸다고 했습니다. 그때 내세의 성불(成佛)에 대해 어렴풋이 떠올리게 됐어요. 자신이 있는 어느 곳에서든 주인이 된다면, 그것이 곧 깨달음의 경지가 된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이런 것인가 했습니다."
금산사를 처음 방문했다는 그는 "1등상엔 상금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농담을 던지며 "깊고 맑은 소리를 통해 깨우침을 전파하는 일에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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