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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OK 목장의 결투 - 백성일

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4.29 전주 재선거는 정세균과 정동영의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진검승부처가 됐다.언젠가는 결승전에서 만나게 돼 있었지만 OK 목장의 결투가 빨리 시작됐다.호형호제로 지냈던 두 사람이 전북인으로서 더 커야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괴로웠을 것이다.대선 후보였던 정동영은 정세균이 당 대표를 맡고 있어도 그리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요즘 몸무게가 4㎏이나 빠졌다는 정세균도 당 대표가 된 마당에 그리 녹록한 상대는 아니었다.정동영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의 정세균이 아니었다.정세균도 당 대표로 몸집이 커졌다.이미 둘은 건너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적과 동지가 따로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공천 달라고 떼 쓴 정동영도 전국 정당화를 외치며 공천을 거절한 정세균도 똑 같은 사람이다.마치 골목에서 싸움하는 사람들로 돼버렸다.호남에서 출마 안하겠다고 정세균이 배수진 치며 정동영의 무소속 출마를 압박했지만 결국 허사로 끝났다.정세균은 밴댕이 속 같이 속 좁은 사람이라는 비난도 들었다.

 

정동영은 그간 운 좋게 전북인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전북인의 자존심이요 긍지가 됐다.그러나 선거 패배가 그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530만표라는 큰 표차로 낙선했기 때문이다.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는 잠시도 못 견뎠을 것이다.매스컴에서 각광 받던 스타 정치인이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으니까 말이다.정치인도 인기 연예인이나 다름 없다.연예인이 인기가 떨어지면 발버둥 치는 것처럼 정치인도 현실 정치에서 손 떼면 심리적 공황을 일으킨다.정동영과 일반인의 생각이 이 점에서 달랐다.

 

몽골 기병이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것 같아 지지자들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그의 출마 명분은 옹색하고 빈약했다.자연히 어머니라는 정서에 기댈 수 밖에 없다.그는 감성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다.민주당사에서 가진 탈당 회견은 결국 신 건 전 국정원장의 출마로 의심받았다.자신의 몸 속에 민주당 피가 흐른다는 말도 거짓말이 됐다.신 전원장을 출마시킨 것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셈법이 달라 복당 문제등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동영은 내년 지선과 정치적 재기를 위해 신 전 원장과 무소속 패키지를 택했지만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은 덜한 것처럼 보인다.지금 정세균이나 정동영이 전주 사람들을 자신들의 공깃돌로 맘껏 가지고 노는 것 같다.정동영을 공천에서 배제한 후 전략 공천자로 찾은 사람이 기껏해야 통일문제전문가라고 알려진 김근식을 골랐기 때문이다.그토록 필요했다면 비례대표로 챙겨야 옳았다.

 

김근식은 생소하다.정대표가 전주 유권자를 바지 저고리로 쉽게 생각한 대목이다.한 술 더 떠 김후보는 피선거권은 있고 선거권이 없다.지난 10일까지 서울 주소를 전주로 옮기지 않았다.이런 사람 찍으라고 공천한 민주당은 멀었다.신건을 만난적이 없다고 말한 정동영이 신 전 원장을 출마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머니는 아무때나 찾는법이 아니다.정동영은 대선 후보가 됐을 때만해도 어머니(전주)를 기쁘게 했다.그러나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아직도 지지자가 많아 당선은 유력하지만 큰 정치인으로 커 가기에는 스스로가 한계를 만들었다.그가 쉬운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큰 인물은 때를 기다리는 법이다.동네 정치인으로 전락한 정동영이 안스럽다.

 

/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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