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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도지사와 문화권력 - 조상진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문화가 언제부터 권력이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문화권력이라는 말을 종종 듣게된다.

 

문화가 권력이라? 예전같으면 생각하기 힘든 말이다. 그만큼 문화의 비중이 커지고 중요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화가 돈(산업)은 물론 권력까지 갖는 시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참여정부 출범시 문화관광부 장관의 코드인사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창동씨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주요 산하단체장을 대거 진보적 문화예술인으로 채웠다. 이를 두고 보수단체와 언론은 중국 문화대혁명기의'홍위병'에 비유하며 반발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개의치 않고 밀어부쳤다. 이어 김명곤씨를 장관에 임명했고, 친노(親盧) 진보파인 명계남·문성근씨 등의 파워 역시 막강했다.

 

이러한 논란은 이명박 정부들어 다시 반전되었다. 이번에는 보수 일색으로 바뀐 것이다. 선봉에 선 인물이 유인촌 장관이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서울문화재단 초대대표를 지낸 친이(親李) 인사다. 이들은 임기가 채 끝나지 않은 산하단체장을 갈아치웠다. 이른바 문화권력의'우향 우'다. 어찌 보면 문화가'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같은 양상은 지방의 경우도 흡사하다. 관선시대만 해도 문화는 정치나 경제를 돋보이게 하는 악세서리같은 존재였다. 문화예술인들은 관(官)의 시녀역할에 충실했다. 대개 보수적 문화예술인들이 관의 물질적 시혜에'기쁨조'노릇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민선시대 들어, 시간이 흐르면서 문화예술계 스스로 추진동력을 갖게 되었다. 역량이 커지면서 인적·물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전북의 경우 유종근 지사때 세계소리문화축제가 만들어지며 그 싹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화권력 논란의 발단은 김완주 지사의 전주시장 재임때가 아닌가 싶다. 당시 김 시장은 전주국제영화제를 만들고 전통문화중심도시 사업과 한옥마을 정비 등 대대적인 문화 르네상스를 일으켰다. 오랫동안 천덕꾸러기였던 한옥마을은 지금'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했다. 이러한 정책을 송하진 시장이 이어 받았고 아트폴리스 개념을 도입, 도시에 문화의 옷을 입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 빛은 몇가지 뛰어난 업적과 문화 다양성이요, 그림자는 행정과의 유착, 나아가 갈등 증폭이다.

 

사실 전북에 문화권력이 얘기된다는 자체만으로도 다행인지 모른다. 척박한 토양이 조금은 비옥해졌다는 뜻일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문화판이 커지면서 부패의 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문화권력은 중앙정치권, 특히 DJ·노무현 정부때 요직에 진출한 전북출신들과 도내 기업인, 학계, 문화예술계, 언론 등이 클러스터를 이루었다. 이들 세력은 따로 놀지 않고 서로 스며들어 권력복합체를 형성했다. 행정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잇속을 챙긴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둘째 대안세력이 적다는 점이다. 서울은 정권의 향방에 따라 좌우로 바뀌지만 전북은 인재풀이 한정돼 있다. 따라서 주류세력은 계속 주류로 남을 소지가 높다.

 

이제 4·29 국회의원 재선거가 끝나고, 올 상반기면 지방선거 채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김완주 지사와 정동영 당선자간에 삐걱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10월께 전북문화재단이 설립될 예정이다. 문화권력의 부침이 어찌 될지 흥미로울 것같다.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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