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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안일하고 무력한 우리 정치권 - 이경재

이경재(본지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공룡 공기업으로 재탄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정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수사(修辭) 한 대목이 흥미를 돋웠다.

 

"가장 좋은 방법은 통합본사를 한 곳으로 몰고 다른 쪽에는 다른 것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경남에서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난 11일 경남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9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경남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경남신문은 이를 두고 "분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며 경남쪽 이전 타당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고 쓰고 있다.

 

일주일 뒤 전북이 사장과 경영지원 기능(직원 수 기준 24.2%)을 전북에 배치하고 나머지 사업부서 기능(75.8%)을 경남에 배치하는, 아주 너그러운 제안을 하는 사이에, 경남은 통합공사 조직 전체를 진주로 일괄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시했다. 이전되지 않는 지역에게는 국책사업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건의도 곁들여졌다.

 

이런 전후 맥락을 짚어보면 전북과 경남의 LH본사 '유치 게임'은 싱겁게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인 립 서비스일 수도 있겠지만 정 장관의 말은 경남의 제안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이 그런 언급을 한 다음날 전북은 대책회의란 걸 열었다. 흥분할 법도 한데 흥분도 없었다. 여럿이 모여 개그를 했는지, 성토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러면서 나온 게 본사기능 24.2% 대 사업부서 기능 75.8% 안인데 소수점 이하 비율까지 챙기는 친절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이 제안한 분산배치는 적당주의가 끼어든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다. 경남의 일괄배치 안이 옳다. 전라북도 기구를 배치하면서 지사실과 부지사실, 기획관리실, 대외협력국 등을 전주에 배치하고 나머지 사업 관련 실·국을 남원에 분산 배치한다면 수긍이 갈까. 하물며 효율성과 수익성을 좆는 공기업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전북은 정치적 결정을 배제하라고 요구하면서 방법논에서는 정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다음은 전북이냐 경남이냐의 문제인데 이건 답이 나와 있다. 지역간 균형개발이라는 혁신도시 조성의 취지를 살린다면 본사는 당연히 전북에 와야 맞다. 지역총생산(GRDP)이 전북은 12위, 경남은 3위이고 전국적인 접근성도 전주가 더 낫다. 본사 위치를 묻는 갤럽의 여론조사도 진주(35%) 보다 전주(50.2%)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정도면 주장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고 경남의 정치권보다 훨씬 더 큰 동력을 받게 될 것이다. 경남의 정치권이 지역현안 관철을 위해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주무 장관을 다그치고 있는 사이 우리 지역의 정치권은 뭘 했는지 궁금하다.

 

LH 이사 15명중 호남출신은 단 1명에 불과한 현실, 정읍출신인 강팔문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이 LH부사장에 내정되자 특정지역이 흠집내기에 나서 낙마시켰다는 게 정설인데도 흥분도 저항도 없었던 게 우리 정치권이다.

 

지금 LH본사 유치 보다 더 큰 지역현안은 없다. 토공 2,600명, 주공 4,700명의 직원에다 자산 121조원 규모의 공기업 조직이다. 본사 소재지에 납부할 세금만 천억원대에 이른다는 전망도 있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은 1단 짜리 단신 기사 홍보에 매달리고, 며칠날 텔레비전 인터뷰에 나온다고 핸드폰에 문자메시지나 보내면서 자찬을 하고 있다.

 

/이경재(본지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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