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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전북엔 왜 이병철·정주영이 없는가 - 조상진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대구에서는 이번 주 삼성그룹을 창업한 호암(湖巖)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행사가 다양하게 벌어진다. 대구상공회의소와 대구시가 주축이 돼 동상 제막식을 비롯 기념포럼, 기념음악회 등을 갖는다. 또한 대구상의는 삼성의 모태인 삼상상회터 인근 이건희 회장의 생가 기념사업과'기업 발자취'정리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전경련과 한국경영학회, 삼성경제연구소가 주관하는 학술포럼을 포함해 각종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내세울만한 기업가가 많지 않은 전북으로서는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남 의령 출신인 이병철(1910-1987)은 정주영과 더불어 한국 경제성장을 이끈 쌍두마차다.

 

우선 이병철이 남긴 유산부터 보자. 그는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의 뿌리를 놓았다. 1938년 대구에서 3만 원의 자본금으로 태동한 삼성그룹은 2008년 기준 총자산 317조에 달하는 최대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의 전자기업으로 각광받는 삼성전자 등 6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산업 진출은 이병철이 칠순을 넘은 나이에 내린 결단으로, 한국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대 사건이다. 삼성의 계열사 매출 총액은 우리나라 GDP(국내 총생산)의 1/5에 달하며 임직원수가 30만 명에 이른다.

 

이와 함께 삼성에서 분가한 신세계그룹, CJ그룹, 한솔그룹과 중앙일보, 성균관대학교 등이 이병철이 남긴 유산이다.

 

다음은 현대그룹을 일으킨 아산(峨山) 정주영(1915-2001). 강원도 통천 출신인 그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처음 가출을 시작, 근면 성실함과 자신의 몸뚱이 하나로 신화를 일궈냈다. 영국으로 건너가 500원 지폐로 현대중공업의 초석을 마련하는 등 그에 관한 일화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의 열정과 혼은 현대, 현대기아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산업개발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해상화재그룹에 남아 있다. KCC(금강고려화학)그룹, 한라그룹, 성우그룹도 그의 영향을 받았다. 서울대를 비롯 숭실대, 울산대 등에서'정주영학(學)'을 강의할 만큼 연구대상이다.

 

또 정주영은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88서울올림픽을 유치했고, 소 500마리를 몰고 방북해 금강산과 개성공단 개발 등 남북간 화해의 물꼬를 텄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중 상당수는 현대가 만든 아파트에서 살며, 현대차를 타고 현대가 만든 고속도로를 달리며 산다. 또 삼성에서 만든 TV나 냉장고 세탁기를 사용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공(功)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독재시대 재벌의 정경유착이라는 엄청난 폐해를 낳았다. 또 삼성은 사카린 밀수사건, 무리한 재산상속, 무노조 경영을, 현대는 정주영 스스로 대권 도전이라는 우(愚)를 범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과(過)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국경제에 남긴 공헌은 절대적이다. 뉴욕이나 베이징, 도쿄 공항에 내려보면 바로 체감할 수 있다.

 

그러면 전북은 어떤가. 전북에도 기업가가 없지 않았다. 김연수(삼양사) 강정준(백화양조) 고판남(한국합판) 임대홍(대상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명함을 내밀기에는 미진하다.

 

결국 "해보기나 했어?"(정주영), "인재의 보고"(이병철) 등 기업가 정신이 이처럼 큰 차이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다.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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